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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의 교훈, 팀웍과 희생의 부재속 생활체육 저변확대 필요 이슈&대세

GM수연아빠 (july***)
2018.02.28 14:21
  • 조회 8340
  • 하이파이브 5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교훈,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인 팀코리아로 이슈몰이를 시작한 2018 평창 올림픽은 다양한 종목에서 선전한 우리 대표팀의 뛰어난 경기력으로 그 어떤 동계 올림픽 대회보다 풍성한 메달을 획득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4년이란 시간을 묵묵히 준비하고 성실히 땀흘린 선수들이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겨루고 뽐낸 과정과 결과 모두 성공적이라는 자평을 받으며 세계인의 겨울 축제가 무사히 종료된 셈이다. 하지만 팀웍의 결여와 왕따논란으로 최악의 성적표를 낸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팀추월, 열악한 환경속에서 기적적으로 꽃을 피운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의 녹록치 않은 현실과 미래, 우리나라 선수들간의 경쟁이 유독 심했던 쇼트트랙 경기를 통해 붉어진 이슈들을 바라보면서 대한민국 생활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비록 국가대표나 올림픽 경기라는 거창한 타이틀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스포츠맨쉽과 페어플레이가 무엇보다 강조되는 생활야구인들을 역시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17일의 시간이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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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에이스? 팀원과 호흡을 맞추는 법을 배워야 할 때


 사실 대한민국은 동계스포츠분야에서 그다지 강국이라고 할 수 없는 처지였다. 메달밭이자 효자종목인 쇼트트랙 스케이트와 대부분의 선수가 올림픽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어렵다는 치열한 쇼트트랙 종목에서 전향한 스피드 스케이팅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동계스포츠는 많은 올림픽 메달이 걸려있는 스키, 스노우 보드, 크로스 컨트리와 같은 설상 종목과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부르는 유일한 단체구기종목인 아이스하키조차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기형적인 모습이다. 자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부랴 부랴 많은 외국인 선수들을 귀화시키면서 단기간에 성적향상을 꾀했지만 빙상종목을 제외한 경기별 실력 편중화 현상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것이 현실이다.
 
 유일한 메달의 희망이 스케이트 종목임을 잘 알기에 그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빙상연맹의 파행적 운영과 성적 위주의 편가르기, 집단 따돌림을 지켜볼수 밖에 없었던 것이 체육계의 처지였을 것이다. 이로 인해 서서히 진행된 고질적인 염증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예선에서 마침내 곪아 터지고 말았다. 기본적인 소통과 대화의 부재로 인해 최악의 팀웍을 보여준 여자 대표팀의 팀원들간의 불협화음은 단순히 눈꼴 사나운 경기 결과를 떠나 경기를 지켜 본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 최악의 볼거리를 제공했고 국민청원에 이은 정부의 합동 조사단이 구성되었을만큼 그 후유증이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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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코리아 헤럴드>


​ 노선영의 "왕따 논란"과 나만 잘 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적인 독주현상은 생활야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야구 좀 잘하는 에이스급 선수들은 팀에서 특별대우를 요구한다. 취미로 즐기는 생활체육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팀원의 기본의무라 할 수 있는 회비 미납은 물론 각종 장비 스폰, 팀원간의 부당한 금전거래, 무단 불참 및 잠수같은 얌체짓을 해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란 이유로 용서를 해주다 보니 도를 넘어서는 행동이 종종 목격된다는 점이다. 시합중에 야구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팀원의 사기를 저하하는 행동과 상처를 주는 폭언을 서슴없이 일삼는가 하면 아직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마치 자신의 할 일은 다 했다는 듯이 먼저 짐을 싸고 덕아웃을 비우는 꼴볼견은 "나 먼저 간다"는 여자 팀추월 경기와 다를 이유가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에 앞 서 부족한 팀원을 끝까지 챙기며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팀웍과 인성을 갖춘 진짜 에이스가 될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반성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팀을 위한 헌신과 희생이 당연하던 시대와의 작별


 오로지 금메달을 따내기 위한 성적지상주의는 또 다른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 신설된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매스스타트에서 빙속영웅 이승훈은 페이스 메이커를 자청한 정재원의 도움을 받아 금빛 레이스를 펼쳐 팀코리아에 5번째 금메달을 선물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완벽한 팀웍으로 은메달을 수확한 팀추월 종목에 이은 남자 선수들이 보여준 훈훈한 모습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는듯 싶었다. 하지만 그동안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을 밀어주기 위한 페이스 메이커로 희생된 젊은 유망주들에게 암묵적으로 강요된 "탱크" 논란으로 숨기고 싶던 치부를 건드리는 보도가 새어 나왔다. 한편으로는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전에서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 최민정과 심석희가 자리싸움을 펼치다가 충돌, 아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로의 역할을 분담했다면 충분히 금메달을 따낼수 있었음에도 쇼트트랙에서 유독 한국 선수들간의 경쟁이 치열한 현상을 두고 팀웍이 부족했다는 한탄의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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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다른 관점에 생각해보면 매스스타트와 쇼트트랙 1,000m는 단체종목이 아닌 개인 종목이다. 국가의 금메달보다 개인의 성적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를 위해 혹은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금메달을 만들어내는 관행이 언제까지 용납될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팀 단체전이 아닌 개인종목 경기임에도 자신의 순위에 욕심을 낸 행동을 두고 국가적인 팀플레이와 희생을 모르는 선수라고 손가락질하고 비난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달라진 요즘의 패러다임인 것이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의 말에 따르면 “스포츠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의 스포츠는 내셔널 프라이드를 확산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다. 5060세대가 이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면, 2030세대는 스포츠 자체를 수단이 아닌 목표로 여긴다. 스포츠 자체를 즐기고 공정하게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인식한다. 여기에서 가치관의 충돌이 생겼다.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논란 역시 정부가 스포츠를 수단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결과와 성과를 위해서는 몇 몇 개인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논리는 앞으로 점점 힘을 얻기 힘들어 진다는 것은 결국 금메달 리스트 한 명을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밀어주는 엘리트 스포츠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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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야구경기는 전통적으로 희생을 미화화하는 종목이지만 앞으로 생활야구는 점점 개인주의 성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일주일을 꼬박 기다려 참여한 리그경기에서 몇 번 주어지지 않는 타석의 기회, 팀을 위해 칠 수 있는 좋은 공을 그대로 지켜보고 볼넷을 골라 출루에 치중한다거나 몸쪽 공을 피하지 않고 맞아서라도 팀에 헌신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을 따라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희생번트로 한 점을 짜내는 것이 생활야구에서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면 귀중한 시간을 내고 덕아웃을 지키면서 팀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벤치워머가 미담처럼 여겨질 날도 그리 오래 남아 있지 않음을 뜻한다. 소수의 엘리트 자원을 앞세워 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야구와 팀원 모두가 참여하면서 경기의 내용을 즐기기 위한 야구, 오래된 생활야구의 딜레마와 숙제거리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보여준 단편적인 사례가 아니였을까?​

 

진정한 스포츠 강국으로 가는길, 생활체육의 저변 확대


 뭐니 뭐니 해도 평창 올림픽의 최고 화제는 단연 "영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여자 컬링팀의 선전이였다. 이슈메이커 여자 컬링팀은 변변한 훈련시설도 없이 볼모지나 다름없던 컬링 변방 대한민국을 세계중심에 우뚝 세우는 새역사를 만들었다. 더욱이 이들이 엘리트 체육선수들을 조합한 연합팀이 아닌 방과후 활동을 통해 취미활동으로 시작한 친구와 선후배로 구성된 생활체육에 가까운 팀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비인기 종목에 불과한 컬링은 대학진학이 쉽지 않고 전공을 살릴 실업팀이 많지 않아 한국 컬링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내놓는 뻔한 보도를 시작했다. "우생순"의 주인공인 여자 핸드볼 대표팀도 항상 올림픽 전후에만 관심이 집중된다. 평소에는 별 관심과 지원도 하나 없으면서 국위선양이 가능한 메달 유망 종목이라고 해서 대회직후 잠시동안 반짝 관심과 인기를 보여주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대표팀과 1승1패의 호각세로 준결승전에서 연장명승부를 펼친 일본 컬링 여자대표팀의 스킵 후지사와 시츠키는 보험사 지점에서 상담사로 일하면서도 북해도 로꼬 솔라레라는 클럽팀을 병행하며 전국대회 우승자격으로 올림픽에 참여했다. 일본 역시 재정이 변변치 않은 컬링연맹에서 올림픽 동메달로 주는 포상금 대신 쌀 100섬(6t)을 준비했다고 한다. 앞 서 말한 든든한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엘리트 스포츠의 종말을 의미하는 자신의 본업을 살리면서 실업팀이나 클럽팀으로 활동하며 실력을 연마한 진정한 의미의 생활체육을 근간으로 하는 선진국형 체육행정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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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야후재팬 "컬링, 시구" 검색>


 한국야구의 대표적인 흑역사인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한일전, 흔한 시쳇말로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일본의 오뎅장수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대표팀을 빗대어 "오뎅환 끝내기 허용"이라며 비아냥 거렸다. 하지만 일본대표팀은 단순한 사회인 야구라고 치부하기에는 프로 진출을 꿈꾸는 유망주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팀였고 팀을 승리로 이끈 초노 히사요시는 단순한 오뎅장수가 아닌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하기 위해 프로구단의 지명을 거부하고 실업야구를 선택한 케이스였다. 어쨌거나 프로야구가 아니여도 좋아하는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는 환경과 일본의 인프라와 사회 체육 시스템이 부럽긴 마찬가지이다.

 겉으로만 보면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스포츠 강국임을 자랑하지만 실제로 속을 살펴보면 부실한 기초체육과 생활체육 인프라의 현실은 말하지 않아도 처참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생활체육을 무시한 채 일부 효자종목을 발굴하면서 스포츠를 즐기는 선수가 아닌 성과를 내야 하는 운동기계로 만드는 현재의 시스템과 자생력이 없는 비인기 종목의 인위적인 엘리트 체육 육성책으로 버티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출산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현재의 인구비율 구성을 볼 때 이대로 진행되면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뒤의 경기력은 더욱 가파른 곡선으로 빠르게 추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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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모두 끝나면 아마도 강릉 아이스링크와 활강 경기장 등 올림픽 시설에 대한 활용방안을 놓고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한 일회성 스포츠 행사에 무리한 예산을 집행했다는 뻔하디 뻔한 결과론말고 대한민국 스포츠의 패러다임이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 체육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전환점이 되길 희망해 본다. 의성 이외에는 마땅한 훈련장소와 경기장이 없었다는 강릉 컬링경기장에 생활체육인들로 가득 찰 때 평창올림픽의 진짜 성공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먼 훗날 프로야구 선수들로만 구성된 국가대표팀이 아닌 사회인야구인들이 세계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때가 바로 진짜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평창올림픽 여자컬링을 통해 이 땅에 생활체육의 씨앗이 뿌려졌기를 희망해 본다.



글 : 서준원 / 수연아빠의 야구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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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등급 airbo***
    • 2018.03.06 23:02
    • 답글

    • 등급 maz***
    • 2018.03.07 00:23
    • 답글

    • 등급 현종민
    • 2018.03.08 07:44
    • 답글

    • 등급 홍성준
    • 2018.03.09 19:40
    • 답글

    서울 시내까지는 안바라니 한강 고수부지에 야구장좀 늘려줬으면하네요.

    • 등급 GM수연아빠
    • 2018.03.13 16:43
    • 답글

    홍성준님, 하천관련법이 있어서 허가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 등급 웅이아빠
    • 2018.03.13 21:30
    • 답글

    즐기는 스포츠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즐기는 스포츠를 위해 모인 사회인야구도
    조금 잘한다고 승리만 몰입하는 모습을 간혹봅니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잘할 뿐인데

    • 등급 GM수연아빠
    • 2018.03.14 08:05
    • 답글

    웅이아빠님, 일부 눈꼴 사나운 장면도 있지만 생활야구가 예전보다 성숙해지고 있는건 확실합니다^^

    • 등급 ianpar***
    • 2018.03.18 09:25
    •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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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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