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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매리너스 10년 흑역사, 그리고 미래 비즈볼프로젝트

류지호 (gulakk***)
2016.04.19 20:21
  • 조회 1926
  • 하이파이브 4

[비즈볼 프로젝트 반승주] 한국과 일본 무대를 접수하고 미국 무대로 진출한 이대호가 선택한 팀은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시애틀 매리너스다. 마이너리그 계약까지 감수하며 태평양을 건넌 이대호는 이치로가 10년 이상을 뛰고 추신수, 백차승이 거쳐가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시애틀에서 새로운 도전을 펼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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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을 주름잡던 시애틀 매리너스 (사진 : 시애틀 인스타그램)

시애틀 매리너스는 1977년에 창단되어 메이저리그에서 어린 축에 속하는 팀이다. 여타 신생팀들처럼 시애틀도 초창기에는 만년 비인기 구단에 머물렀다. 만성 적자에 시달린 구단주는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기도 했다. 반등이 찾아온 것은 1990년대. 1992년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가 구단을 인수한 뒤 적극적인 투자를 펼친 결과 프랜차이즈 스타 켄 그리피 주니어와 신예 에이로드, 에이스 랜디 존슨 등 정상급 전력이 구축되어 큰 인기와 함께 성적도 따라왔다.


그러나 찬란했던 순간은 채 10년도 가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최다승인 116승을 거뒀던 2001년이 시애틀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이다. 지난해 토론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되면서 시애틀은 가장 오랫동안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구단이 되었다. 지난 15년 간 시애틀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바바시 - 쥬렌식으로 이어지는 암흑의 시대


메이저리그는 철저한 단장 야구다. 단장은 선수 영입에 관한 전권을 쥐고 있으며 감독은 단장이 구성한 선수단을 관리해 나가는 역할을 맡는다. 마치 그림의 밑그림을 단장이 그려 놓으면 감독이 그 위에 색칠을 하는 격이다. 시애틀은 단장 야구에서 철저하게 실패했다.


2000~2003시즌까지 4년동안 .606의 승률을 거뒀던 팻 길릭 단장의 시대를 뒤로하고 시애틀이 앉힌 인물은 이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 단장 경력이 있던 빌 바바시였다. 빌 바바시는 시애틀 암흑기를 좀 더 빠르게 찾아오게 만들고 시애틀 팬들을 좀 더 고통스럽게 만든 주범. 바바시의 선택은 최악의 결과만을 낳았다. 그와 트레이드했던 단장들의 입에서는 “고마워요 바바시”가, 팬들의 입에서는 괴로움의 한탄만이 있었다.


부임 후 첫 시즌인 2004년 바바시는 카를로스 기옌과 프레디 가르시아를 트레이드했다. 이 둘의 이탈과 함께 에드가 마르티네스와 브렛 분의 노쇠화가 찾아오자 시애틀은 전년도에 비해 30승이 줄어들었다. 기옌은 디트로이트로 가서 올스타 유격수가 됐고 가르시아는 이듬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선발투수가 됐다. 반면 시애틀이 이 둘을 주고 받아온 5명 중 주전으로 올라선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2006년에는 7월 초까지 지구 2위를 달리며 5할 승률을 유지하자 또 한 건의 트레이드를 실시한다. 바로 이 트레이드에 추신수가 포함됐고(추신수, 션 노팅엄 ↔ 벤 브루사드), 추신수는 이적하자마자 미래의 에이스인 킹 펠릭스를 상대로 커리어 첫 홈런을 쳐냈다. 바바시는 한 달 전에도 클리블랜드와 트레이드를 한 바 있는데, 30대 백업 내야수(에두아르도 페레즈)를 얻기 위해 그가 내준 카드는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였다.


FA 영입은 별책부록과도 같은 존재. 2004시즌 후 1억 달러를 들여가며 영입한 리치 섹슨(4년 5000만)과 벨트레(5년 6400만)는 팀 성적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제로드 와시번에게 준 3750만 달러는 노후 보장금액에 가까웠고, 카를로스 실바에게 안겨준 4년 4800만 달러 계약은 바바시가 해임되는 데 치명타 역할을 했다.


2008년 10월 바바시의 뒤를 이어 단장으로 부임한 사람은 명 스카우트 출신의 잭 쥬렌식이었다. 바바시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은 쥬렌식이 강조한 것은 수비와 기동력 야구, 그리고 불펜 강화. 넓은 세이프코필드와 시애틀의 습한 날씨 속에서 많은 돈을 주고 영입한 거포들이 줄줄이 쓰러져 왔다. 시애틀에는 거액의 거포보다는 출루율이 높으면서도 마운드 위의 투수를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쥬렌식은 부임하자마자 트레이드를 통해 클리블랜드로부터 중견수 프랭클린 구티에레즈를 영입했으며 2009시즌 중반에는 피츠버그로부터 유격수 잭 윌슨, 2009년 말에는 숀 피긴스를 2루수로 FA 영입하면서 1년 만에 센터라인을 모두 갈아치웠다. 하지만 변화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피긴스는 이치로의 뒤를 잇는 2번타자 2루수로서 공수주 강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006년부터 4년간 2루수 선발 출장이 22경기에 불과했던 피긴스에게 센터라인은 어울리지 않은 자리였다.(19실책 ML 1위, DRS -10) 유격수 윌슨은 경기장보다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다 팀을 떠났다.(61경기 출장) 구티에레즈는 152경기를 출장했던 2010시즌이 자신이 건강하게 보낸 마지막 시즌이었다.


불펜은 물량을 앞세워 근근히 버텨나갔지만 2년 이상 꾸준히 버텨주는 마무리 투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 2009시즌 아즈마부터 시작해 마무리 자리는 매해 그 주인이 바뀌었다. 그 사이 쥬렌식은 처음과는 달리 거포 영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공수의 불균형은 지난 시즌까지 계속됐다. 2014년 87승을 거두며 잠깐의 반등을 이루어 한 시즌 더 기회를 얻었지만 2015년에 성적이 원점으로 돌아오자 구단에서도 쥬렌식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8월 해고)


여기에 두 단장의 가장 큰 실패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드래프트에서 실속을 전혀 챙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2005년부터 2015년 드래프트까지 시애틀이 1라운드에서 뽑은 선수는 13명. 이 중 현재 시애틀 로스터에 살아남은 선수는 단 1명에 불과하다.(타이후안 워커) 12년 드래프티 마이크 주니노는 프레이밍만 좋은 수비형 공갈포 포수로 전락했고, D.J. 패터슨과 알렉스 잭슨도 마이너리그에서 고전 중이다. 스카우팅 실력만큼은 인정받았던 쥬렌식에 대한 마지막 신뢰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여기서도 바바시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제프 클레멘트를 뽑았던 2005년과 브랜든 모로우를 뽑았던 2006년 드래프트에서 각각 툴로위츠키와 린스컴을 뽑지 않은 것은 시애틀 타임즈에서 선정한 바바시의 최악의 업적 BEST5에 포함되기도 했다.


 

2005년 이후 시애틀 1라운드 드래프트 결과

 

2005년 3순위: 제프 클레멘트(대졸포수, 피츠버그로 트레이드)

2006년 5순위: 브랜든 모로우(대졸투수, 토론토로 트레이드)

2007년 11순위: 필립 오몽(고졸투수,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

2007년 52순위: 맷 맨기니(대졸야수, 2011년 방출)

2008년 20순위: 조시 필즈(대졸투수,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2009년 2순위: 더스틴 애클리(대졸야수, 양키스로 트레이드)

2009년 27순위: 닉 프랭클린(고졸야수, 탬파베이로 트레이드)

2009년 33순위: 스티브 배런(고졸포수)

2010년 43순위: 타이후안 워커(고졸투수)

2011년 2순위: 대니 헐츤(고졸투수, 어깨부상)

2012년 3순위: 마이크 주니노(대졸포수, 트리플A에서 시즌 시작)

2013년 12순위: D.J. 패터슨(대졸야수)

2014년 6순위: 알렉스 잭슨(고졸야수)


 

제리 디포토 부임 후 오프시즌 움직임


시애틀이 단장으로 새롭게 선임한 인물은 얼마 전까지 LA 에인절스에서 단장을 역임했던 제리 디포토. 지난해 시즌 중반 소시아 감독과의 파워 게임에서 밀리며 갑작스럽게 해임당했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지구 라이벌 팀으로 새로운 직장을 찾았다. 디포토는 부임하자마자 어떤 단장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디포토는 월드시리즈가 끝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탬파베이에 로건 모리슨, 대니 파쿠아, 브래드 밀러를 내주고 선발 자원인 네이트 칸스를 받았다. 모리슨의 대체자로는 FA로이드를 기대할 수 있는 린드를 영입했다. 파쿠아의 빈자리는 샌디에이고로부터 베테랑 투수 베노아를 받아왔으며 중견수 자리에는 세이프코필드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레오니스 마틴을 받아왔다.


포수 자리에는 마이크 주니노에 대한 기대를 접고 에인절스에서 인연이 있던 크리스 아이아네타를 영입했다. 여기에 에인절스에서의 또 다른 인연 마크 트럼보를 구원투수 1명과 묶어 백업포수로 활용할 수 있는 클레빈저까지 영입했다. 후반기 건강한 모습으로 깜짝 활약을 보여줬던 구티에레즈와 재계약해 스미스의 짝을 만들어줬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풀린 아오키를 영입해 크루즈를 풀타임 지명타자로 쓸 수 있게 했다.


디포토가 마지막까지 고민한 포지션은 킹의 뒤를 이을 만한 2선발 자리. 이와쿠마가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고 워커와 팩스턴의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꾸준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이닝이터가 필요했다. 그는 서비스 타임이 5년 남은 차기 마무리감 카슨 스미스를 내주고 보스턴으로부터 웨이드 마일리를 받아왔다.(이후 이와쿠마 1년 재계약 성공) 그리고 스미스의 자리는 FA시장에서 시섹을 영입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킹, 카노, 시거, 크루즈 등 고액 장기연봉자들로 인해 팀 페이롤이 1억 2000만달러를 돌파한 시애틀은 더 이상 큰 돈을 쓸 수 없는 상황. 디포토 단장은 망설임 없는 추진력으로 쥬렌식의 색깔을 최대한 빨리 지우려고 했다. 주축 선수들을 제외하곤 기존 주전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을 싹 갈아치우는 한편 만일을 대비해 뎁스를 강화하기 위한 사소한 움직임에도 신경을 썼다.

 

오프시즌 초반부터 바쁜 움직임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선 디포토 단장은 중간중간 갸우뚱한 선택도 있었지만 근래 들어 가장 짜임새 있는 로스터를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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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대관식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사진출처: 펠릭스 에르난데스 인스타그램)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방법


2010~12시즌까지 3시즌 동안 시애틀은 리그 최악의 타선을 넘어서 역대급 식물타선의 모습을 보여줬다. 시애틀이 2010시즌 기록한 513득점은 200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 전체 최소 득점이었고, 11시즌은 전보다 40점 가량 늘었음에도(556득점) 바로 그 뒤를 이었을 뿐이었다. 12시즌까지 득점, 홈런, 타율, 공격기여도, wRC+ 등 공격지표 전 부문에서 리그 꼴찌는 시애틀 차지였다.

 

 

2000년대 이후 아메리칸리그 단일 시즌 최소득점

1. 2010년 시애틀 513점

2. 2011년 시애틀 556점

3. 2002년 디트로이트 575점

4. 2003년 디트로이트 591점

5. 2013년 화이트삭스 598점


 

2013시즌 대포(188홈런, 리그 2위)를 앞세워 반등을 이뤄내자 이제는 마운드가 말썽이었다.(ERA 리그 13위) 특히 블론 세이브 4위, 세이브 성공률 12위, 평균자책점 14위 등 꾸준했던 불펜이 무너졌다. 시애틀의 저조한 성적에는 투타 불균형이 항상 존재했다. 결국 성적의 반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투타의 조화가 필요한데, 그 해답은 마운드에 있다.


쥬렌식 단장 시절 5할 이상을 거둔 시즌은 2009년과 2014년. 2009시즌은 킹만이 선발로테이션에서 제 몫을 해주는 선수였다.(fWAR 킹 6.2, 나머지 선발 5.1) 그럼에도 85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불펜을 물량으로 투입했기 때문. 접전의 상황에서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최대한 가져가려고 노력했고, 결국 1점차 경기에서 ML에서 가장 많은 35승을 거둘 수 있었다.


2014시즌은 2009시즌과는 반대 상황. 킹을 필두로 이와쿠마, 크리스 영, 엘리아스까지 4명의 선발투수가 규정이닝을 소화하며 선발 평균자책점 리그 3위에 올랐다. 그리고 리그 최고의 불펜진(평균자책점 리그 1위)은 어느 시즌보다 강력하게 리그 타선을 틀어막으며 마무리 로드니에 바통을 이어줬고, 로드니는 확실한 소방수 역할을 해 줬다.(세이브 성공률 리그 2위)


현재 시애틀의 선수 구성을 봤을 때 2016년 시애틀이 따라가야 할 롤 모델은 2014시즌에 가깝다. 킹-이와쿠마-마일리로 이어지는 1~3선발은 2014시즌보다 더 강력하다. 데뷔 후 최악의 마무리를 한 킹이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팀의 에이스이며, 부상으로 인해 50이닝이 빠졌지만 이와쿠마는 건강하다는 전제하에 건재함을 드러냈다. 4년 연속 190이닝을 소화한 마일리는 이전에 썼던 홈구장보다는 편히 던질 수 있을 것이다. 팩스턴, 워커 외에도 탬파베이로부터 영입한 칸스와 마이너 옵션을 모두 소진한 몽고메리는 선발진의 깊이를 더욱 더해 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변수는 불펜이다. 지난해 하향세가 뚜렷했으며 시즌 중반 마무리에서 탈락한 시섹을 2년 1000만 달러에 영입해 마무리 자리를 맡긴 것이 상당히 미심쩍은 부분. 마무리 경험이 있는 베노아를 보험으로 데려왔지만 2시즌 전만 해도 강력한 불펜을 구성했던 선수들이 모두 떠난 점은 아쉽다. 디포토는 에인절스 단장 시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프리에리를 영입해 마무리 투수로 사용했으며, 프리에리가 부진하자 과감한 트레이드로 그릴리와 스트리트를 영입해 14시즌 부임 후 첫 포스트시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디포토 단장에게 불펜진 개선은 그의 능력을 평가해볼 수 있는 진정한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

 

미 대륙 북서부에 외로이 떨어져 있는 시애틀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올 시즌 판도는 그리 쉽지만은 않다. 지난 시즌 꼴찌팀 오클랜드를 제외하면 디펜딩 챔피언 텍사스는 기존 전력에 다르빗슈가 돌아와 한층 더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할 예정이고,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휴스턴도 기나긴 리빌딩 여정을 마치고 ‘윈나우 모드’로 들어설 태세다. LA 에인절스도 트라웃과 푸홀스가 있는 한 포스트시즌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10개 팀으로 늘어난 이후 나타난 최근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경향은 돌풍을 일으키거나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 꼭 있었다는 것이다. 2012년 워싱턴과 볼티모어를 시작으로 2013년 피츠버그, 2014년 캔자스시티, 2015년에는 토론토로 이어지며 불명예 도장깨기가 계속됐다. 올 시즌에도 어느 팀이 정규시즌에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 팀이 시애틀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참고] 빌 바바시&잭 쥬렌식의 업적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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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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