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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산 거포의 본색을 드러내는 야스마니 토마스 비즈볼프로젝트

류지호 (gulakk***)
2016.05.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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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볼 프로젝트 김태근] 쿠바 타자들 중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큰 족적을 남긴 타자는 1988년 40-40클럽에 가입하고 통산 462개의 홈런을 친 호세 칸세코이다. 그러나 칸세코가 은퇴한 이후, 쿠바 타자들 중 거포라 이름 붙일 수 있었던 선수는 켄드리스 모랄레스 정도뿐이었다.


그런데 2012년 쿠바 최고 타자 출신 요에니스 세스페데스가 성공한 이후,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앞다퉈 쿠바산 유망주 타자들과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계약규모는 점점 커져, 세스페데스의 4년 3600만$로 시작해 푸이그의 7년 4200만$와 어브레유의 6년 6800만$를 거쳐 러스니 카스티요의 7년 7250만$에 이르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모든 쿠바산 타자들에게 세스페데스만큼의 활약을 기대할 수 없었다. 푸이그는 불성실한 태도로 팀 분위기를 자주 해쳤으며, 카스티요는 데뷔시즌에 부진을 면치 못한데 더해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돔브로스키 신임 단장에게 “아직 빅리그의 수준이 아니다”라는 혹평을 받았다.


이렇게 지난 시즌 (어브레유를 제외한) 후발대 쿠바타자들이 하락세를 경험하는 동안, 조용히 자신의 기량을 펼치고 있는 쿠바산 거포가 있다. 2015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가 6년 6850$의 팀 최대규모 계약을 주고서 데려온 야스마니 토마스다.



내가 뭐랬어, 얘 거품이라니까. 토마스의 예견된 부진?


야스마니 토마스가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로부터 주목 받게 된 최초의 요소는 역시 파워였다. 20/80 스케일의 파워 부문에서 70점의 평가를 받은 토마스의 힘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ESPN은 박병호의 Raw Power를 60~70점 수준으로 평가했다). 시장 상황도 토마스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2014시즌 종료 후 어브레유, 세스페데스, 푸이그의 동시다발적 폭발로 인해, 쿠바 타자들에 대한 주가는 끝을 모르고 치솟았다. 이에 토마스가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할 것이 주된 예상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의 어퍼스윙이 제구된 90마일 중반의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컨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 역시 적지 않게 들렸다. 그리고 쇼케이스가 끝난 후, 토마스의 대한 기대는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결국 토마스는 애리조나와 1억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인 2015년, 토마스에 대한 비관적인 분석은 정확히 들어맞았다(118경기 .273 .305 .401 9홈런 48타점). 토마스는 400타석 이상 나온 211명의 타자들 중 7번째로 높은 스윙률(56.9%/최저 1위 벤 조브리스트 36.7%)과 28번째로 낮은 컨택률(73.5%/최고 1위 마이클 브랜틀리 92.6%)을 기록했다. 특히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패스트볼에 헛스윙을 남발했으며(헛스윙률 15.1%/최저 1위 마이클 브랜틀리 3.1%),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에 걸치거나 살짝 벗어나는 볼에 쩔쩔 매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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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토마스의 지난 시즌(2015) 핫 존 (ESPN)


토마스의 본래 장점은 시원한 어퍼스윙에서 나오는 강력한 파워다. 그러나 배트에 공을 맞추지 못하니 자신의 스윙을 가져가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장타 생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대로라면 토마스는 메이저리그에 적응하지 못한 쿠바 타자의 또 하나의 예로 남는 듯 보였다.


 

적응은 끝. 보여줄께, 완전히 달라진 나


전문가들의 비관적인 예상을 받으며 들어간 2016시즌, 토마스의 성적은 작년보다 눈에 띄게 향상됐다(22경기 .286 .337 .548 5홈런 16타점). 특히 시즌이 한 달 지난 현 시점에서 홈런 개수는 5개로, 작년 홈런개수인 9개의 절반을 넘겼다. 이유는 역시 적응이다. 지난 시즌 호된 신고식을 겪은 토마스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했으며, 스트라이크/볼을 가리지 않는 마구잡이식 스윙 역시 버렸기 때문이다. 그가 적극적 스윙을 버린 것은 아니다(스윙률 55.5%). 그러나 예년과 달리 볼에 배트가 나가는 것을 자제하면서 스트라이크만 골라 치기 시작했고, 이는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타석당 삼진(25.8%→19.6%)은 감소했고, 볼넷(4.0%→7.6%)은 증가해 볼넷/삼진 비율(0.15→0.39)은 2배 이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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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깥쪽으로 제구 된 빠른 패스트볼에 대처하지 못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패스트볼 공략에 성공하고(패스트볼 상대구종가치 -2.8 → 7.8), 더불어 바깥쪽 공에도 적절히 대응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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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토마스의 올 시즌(2016) 핫존 (ESPN)


타석에서의 접근법의 차이와 패스트볼에 대한 적응은 토마스가 자신만의 스윙을 하도록 도왔고, 결과적으로 타구에 힘을 싣는 장타 생산에 가속도가 붙었다. 장타율(.401→.548)은 1할이 증가했고, 장타율에서 타율을 뺸 순장타율(.128→.262)은 두 배가 되었다. 토마스의 순장타율은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거포인 트라웃(.244), 크리스 브라이언트(.217), 카를로스 곤잘레스(.218)보다 높으며, 호세 바티스타(.263)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초기 평가에 걸맞은 쿠바산 거포의 자질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아직 초반인데 성급하지 않나?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이유


한편으론 아직 시즌초반에다 30경기도 뛰지 않은 상태에서의 토마스에 대한 판단은 성급하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그의 앞으로의 성적은 장밋빛일 확률이 높다. 현재 토마스의 타율과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는 각각 .286과 .306 이다. 반면, 작년에는 .273의 타율과 .354의 BABIP를 기록했다. BABIP가 5푼이나 떨어졌지만, 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는 것이다.


BABIP에 끼치는 변수들은 크게 타구의 질 / 타자의 주력 / 운으로 나눌 수 있다. 188cm/102kg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토마스의 주력은 잘 쳐줘야 평균 정도의 스피드이다. 내야안타를 많이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므로 BABIP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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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타구 질은 어떨까? 강한 타구와 라인드라이브 타구는 안타가 될 확률이 높으므로, 이런 타구들을 질 좋은 타구라고 부른다. 토마스의 라이드라이브 타구의 비율은 작년과 대동소이하다. 타구 강도에 관한 기록에서도, 약한 타구의 비율은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 눈에 띄는 점은 중간강도의 타구 비율이 10% 가량 하락한 반면, 이 수치가 그대로 강한 타구 비율의 10% 상승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토마스의 플라이볼 비율(23.2%→31.3%)이 작년에 비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플라이볼 대비 홈런의 비율은 오히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결론은 토마스가 작년보다 더 강력한 타구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토마스가 작년보다 낮은 BABIP를 기록하는 것은 불운 때문일 수 있다. 만약 BABIP가 작년 수준으로 회귀한다면 토마스의 비율스탯이 상승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제 2년차인 토마스 본연의 BABIP를 작년 시즌 기록인 .354로 섣불리 단정 짓기엔 위험이 있다. 아직 토마스의 메이저리그에서의 기록은 스몰 샘플이며(BABIP 수치가 안정화되는 최소 표본: 인플레이 타구 820개), 작년 시즌의 토마스가 운이 좋았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마스가 빠르고 강한 타구를 날리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토마스의 타구속도는 전체 6위이다, 타구 40개 이상 기준). 만약 BABIP가 회귀하지 않는다고 해도 앞으로 많은 장타를 생산하는 거포로서의 토마스의 모습을 기대하기엔 충분하다.


지난 2015년, 기대를 받던 동향 후배들인 야시엘 푸이그, 러스니 카스티요와 야스마니 토마스가 부진하는 사이 쿠바산 타자들의 자존심을 지켜준 것은 호세 어브레유(30홈런 101타점 .290 .347 .502), 켄드리스 모랄레스(22홈런 106타점 .290 .362 .485)와 요에니스 세스페데스(35홈런 105타점 .291 .328 .542)의 세 선배들이었다. 그리고 올해, 고생한 선배들은 편하게 야구해도 될 것 같다. 바로 ‘무서운 후배’ 토마스가 있기 때문이다.



출처: Fangraghs.com, ESPN, Baseball Savant (우리시간 5월 1일 기준)


감수: 봉상훈, 류영욱 / 일러스트: 이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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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마니 토마스, 쿠바선수, 애리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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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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