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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어떻게 해결하면 되겠습니까?-프로야구 선수들의 군복무 비즈볼프로젝트

류지호 (gulakk***)
2016.05.1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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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볼 프로젝트 김준호] 지난주 목요일, 프로야구 오키나와 연습경기와 함께 시작되었던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성황리에 종영되었다. 이 드라마에선 특전사들의 멋있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그 덕분에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같은 기존 군대식 말투를 민간인들이 따라 하기도 하고, 패션계에서도 밀리터리룩이 호황을 이루며, 미팅-소개팅 시장에서도 육사생도의 수요가 올라가는 등 드라마로 인해 사람들이 군대를 조금 더 친근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게 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최근의 좋은 이미지와 달리,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군대는 사회적 논란의 선두주자였다. 방산비리, 비인간적인 부조리 등 실망스러운 모습이 꾸준히 반복되며 뉴스를 장식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더 이상 군대에서 영광과 명예를 찾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군대를 의무로 가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역시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에서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추세까지 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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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달달하게 만들었던 태양의 후예, 그러나 선수들에게 군대는 그처럼 달달하지 않다. 

(일러스트: 이용희)

 

하지만 군대에 대해 어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든, 신체 등위가 적합한 성인 남성들은 일단 모두 군복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렇기에 성인이 된 20대의 남성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의 군복무를 지향한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 역시 ‘젊은 남성’이기에 군복무를 어느 시점에 하여 선수 생활의 공백을 가질지 결정해야 한다. 특히 프로야구 선수라는 직업은 일반적인 직업들보다 수명이 짧고 전성기 역시 20대 후반이라는 빠른 나이에 오기 때문에 군복무의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일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다르게 우리 한국 프로야구에만 존재하는 이 군 공백은, 과연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상무나 경찰을 가면 경기를 계속 뛰니까 성장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투수들은 사회복무요원으로 가면 어깨를 푹 식힐 수 있으니까 오히려 플러스 요소가 되지 않나?’ 등 기존에 존재하는 생각들은 다양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2004 프로야구 병역비리 사건’으로 인해 선수들의 군복무 문제가 이슈가 되었던 2004년 이후의 선수들이 병역을 각자 어떻게 해결하였는지 조사하여 군복무가 그들의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 보도록 한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던 기존에 존재하는 생각들도 그것이 사실이었는지에 대해 간단히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그런데 어떻게 분석하죠? 


이 분석의 목표가 선수의 군복무 전후 변화를 추적하는 것인 만큼 군복무 이전에 충분한 활약을 펼쳤던 선수를 기준점으로 잡아야 한다. 그러므로 군복무 이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입대 전 2년의 플레이 수가 <타자: 450타석 이상, 선발: 150이닝 이상, 계투: 70이닝 이상>인 선수를 표본으로 선정하였다. 잠깐의 부상이 있었거나, 경기 수에 비해 타석이나 이닝이 부족했던 특이한 경우는 예외로 포함시켰다. 그 결과 2004년 이후 선수 중 총 55명의 선수가 대상이 되었는데, 이 선수들의 실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의 변화율과 가상 WAR의 변화율을 비교해보았다.



생각보다 제대 후 적응이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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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입대 전 두 시즌 WAR의 평균을 100%로 두고, 제대 후 두 시즌의 WAR을 입대 전 WAR에 대한 비율로 나타냈다. ‘실제 WAR’ 행에선 선수들이 제대한 뒤 현실에서 기록한 성적이 나타나 있다. ‘가상 WAR’ 행은 입대 전 WAR을 기준으로 가상의 수치를 계산한 것인데, 정확한 가상의 수치를 얻기 위해선 입대 전의 나이와 제대 후의 나이가 다른 만큼 나이에 따른 보정이 필요하다. 이 보정은 비즈볼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KBO Aging Curve의 변화율을 이용해 선수마다 각자 나이에 맞게 적용했다. 군복무를 이행한 선수들은 대부분 20대이다 보니 제대 후 전성기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아 ‘군대의 영향이 없었다면 기록했을 법한’ 가상의 WAR은 입대 전보다 더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파란만장한 가상의 WAR과는 다르게 제대 후 실제 기록한 WAR은 크게 뒤떨어진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제대 후 두 번째 시즌에서 그나마 반등하긴 했지만, 그 선수의 나이대에서 기대해볼 법한 성적에는 역시나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혹시 그럼 군복무의 형태에 따라서 좀 다르지 않겠습니까?


일반인 같은 경우 자신의 복무 형태에 따라 복무 중 생활이나 제대 후의 적응도가 많이 달라지는 만큼 선수들 역시 상무+경찰과 사회복무요원(공익)으로 나눠서 성적을 비교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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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의 형태를 분리해서 확인해보니 둘의 차이가 상당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땐 가상의 성적에 비해 실제 성적이 크게 떨어졌는데, 상무나 경찰로 군복무를 했던 선수는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였다. 단순히 추측만 되던 ‘상무와 경찰에서의 경기 감각 유지’가 실존함을 알 수 있었다. 선수 별로 살펴보아도 손시헌, 우규민, 장원준 등 여러 선수가 실력을 꾸준히 유지했거나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던 선수들의 실제 성적은 더욱더 처참했다. 수치상으로만 비교하는 것은 극단적인 표본으로 인한 ‘평균의 함정’에 빠질 수 있기에 실력이 향상된 선수/저하된 선수로 나누어 확인해 보아도, 상무나 경찰을 갔던 선수들은 향상 8명/저하 9명이었던 반면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던 선수들은 향상 13명/저하 25명으로 큰 차이를 보여주었다. 역시 선수 별로 살펴보아도 나주환, 고효준, 김태완(84년생) 등 입대 전엔 나름의 활약을 보여주어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던 선수들이, 돌아온 후에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너무나도 아쉬운 성적만을 남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과거 사회복무요원 선수들 같은 경우 이영우, 이경필 등 군 공백이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그 후 미미한 성적만을 남긴 뒤 안타깝게 조기 은퇴를 한 경우도 있었다.



“적응이 힘듭니다…”, 군 공백 극복이 ‘더욱더’ 힘들었던 투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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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투수들은 사회복무요원으로 가면 어깨를 푹 식힐 수 있으니까 오히려 플러스 요소가 되지 않나?’라는 기존 추측은 이런 정반대의 결과로 인해 완전히 깨졌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던 타자들보다 투수들이 훨씬 더 큰 폭으로 떨어진 성적을 기록했다. 투수 자체가 제대 후의 성적이 타자에 비해 떨어지긴 했지만, (제대 후 성적 차이, 투수: -50.2%p, -28.8%p, 타자: 0%p, +0.8%p) 같은 투수끼리 비교해보아도 상무나 경찰에서 복무했던 투수들에 비해 사회복무요원이었던 투수들의 성적이 크게 떨어졌음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타격하는 쪽을 ‘공격’이라고 부르지만, 투수와 타자의 승부만을 놓고 봤을 때는 투수가 타자를 속일 수 있는 공을 먼저 던지고, 타자는 그것을 이겨내고 쳐야 하는 입장이다. 타자는 오히려 수비적, 수동적인 입장에 있으며 실제로도 투수가 더 많이 승리한다. 그러므로 ‘적응의 영역’은 투수보단 타자에게 먼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외국인 선수 영입에 관한 구단 코멘트에서도 타자에게만 ‘적응력’이라는 내용을 다루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기존에 생각하던 ‘투수들은 공익으로 가서 푹 쉬고 오라’라는 의견들도 그러한 적응력 부분을 고려한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존의 생각들과 다르게, 투수와 타자 모두 똑같이 사회복무요원으로 2년간의 공백을 가졌음에도 투수에게 더 큰 적응 실패가 나타났다는 점은 다소 의문이 들 수 있다.


물론 투수 같은 경우 팔꿈치, 어깨 부상 등 경기력에 큰 관여를 하는 부상을 당하기 쉽고, 이에 따라 FA 시장에서도 투수의 성공률을 더 낮게 보는 등 좀 더 불확실성이 있기에 이러한 수치가 우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를 계속 뜀에 따라 부상 등의 불확실성에 더욱더 노출된 상무나 경찰을 다녀온 투수들이 오히려 적은 성적 손해를 기록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복무요원을 다녀온 투수들의 적응 실패는 ‘어쩌다 생긴 우연’보다는 군대로 인한 공백의 영향이 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


정리해보자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 프로야구 선수들의 군복무는 공백 기간에 대한 연봉 부분을 제외하고 ‘실력 유지’라는 면만 보았을 때도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쳤다. 상무나 경찰로 군복무를 이행한 선수들 같은 경우 주기적인 2군 경기 출전으로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기에 실력 측면에서의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복무요원 복무 등으로 완전한 ‘공백’을 가진 경우에는 실력에 대한 악영향이 컸고, 투수는 그 정도가 심했다.


물론 이런 분석이 2004년부터의 모든 선수를 전수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표본 수가 55명으로 다소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고, 일반적인 예측론의 시각에서 생각해보아도 과거의 결과만을 보고 미래가 똑같이 그렇게 될 것이라 확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어떤 쪽으로 다녀오면 완전히 망하고, 다른 어떤 쪽으로 다녀오면 그나마 낫고, 또한 군대를 다녀오는 것 자체가 큰 악영향이다’라고 막연히 장담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20대, 가장 중요한 시기에서의 공백은 일반 사람들에게나 선수들에게나 충분히 공포가 될 수 있다. 대학생이라면 주변에 제대 후 여러 의미에서 차질을 빚는 복학생들을 보면 그것이 잘 느껴지고, 선수들은 제대 후 변변치 못한 활약을 하고 은퇴를 하는 동료와 선배들을 보면서 걱정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이 칼럼에 나타나고 있는 수치들 역시 완벽한 미래 예측은 못 하지만 그러한 공백의 무서움을 방증하고 있다.


그러나 서론에서 언급했듯 아무리 이행하기 싫더라도, 아니면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억울하게 느껴지더라도, 의무를 져야만 한다. 그렇기에 그런 상황에서의 최선의 방책을 각자 스스로 찾아내야 할 것이다. 실례를 보면 일반인들도 다양한 병역 제도들로 자신에게 좀 더 맞는 형태의 군복무를 찾아가고, 선수들 역시 자신들에게 특혜로 주어진 상무나 경찰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슬기롭게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곤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영리하게 이용하라, 다시 말해 ‘제한된 상황에서의 최적화’가 필요할 때다.



기록 출처: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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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비즈볼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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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상무, 태양의 후예, 야구선수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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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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