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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유망주 독식, 그리고 국제 드래프트 비즈볼프로젝트

류지호 (gulakk***)
2016.06.0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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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볼 프로젝트 봉상훈] 지난 2011년 11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노사 단체 협약(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 이하 CBA) 개정에 동의했다. 2011년에 개정된 CBA는 2016년 12월까지 5년간 유효한 협약으로서,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새로운 CBA 안에는 퀄리파잉오퍼, 이에 따른FA와 보상픽에 대한 새로운 규정, 경기 중 리플레이 범위의 확대 등 꽤나 의미 있는 변화들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변화들과 함께 당시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내용은 드래프트 규정에 관한 것이었다. CBA 개정 이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드래프트에서 지명 순서에 따른 계약금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 이었을 뿐, 구단들은 드래프트를 통해서 유망주들과 계약하는데 금전적으로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이에 유망주와 계약을 하는데 과한 돈이 드는 경우가 늘어났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계약금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새로운 CBA에서 다음과 같은 조항을 추가하였다.

 


1. 전미 드래프트에서 메이저리그 계약을 금지한다.

2. 드래프트에서 한 구단이 쓸 수 있는 총 계약금에 상한선을 둔다. 구단이 쓸 수 있는 계약금은 구단이 보유한 픽 순서에 따라 각각 다르게 배정되며 이를 모두 합산한 금액이 구단이 쓸 수 있는 계약금의 상한선이다. 만약 배정된 계약금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페널티를 부여한다.

 

a. 상한선 0~5% 초과시 초과금액의 75% 사치세를 부과


b. 상한선 5~10% 초과시 초과금액의 75% 사치세, 다음 해 1라운드 지명권 소멸


c. 상한선 10~15% 초과시 초과금액의 100% 사치세, 다음 해 1,2라운드 지명권 소멸


d. 상한선 15% 이상 초과시 초과금액의 100% 사치세, 향후 2개의 1라운드 지명권 소멸



이러한 규정의 변화는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다. 신인 대상 메이저리그 계약을 폐지함으로써,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경우처럼 유망주에게 FA 계약금 수준의 큰 연봉을 주는 비합리적인 계약이 사라졌다. 또한 구단들은 다음해 드래프트 지명권이 소멸되는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주어진 계약금 상한선의 5% 이상을 넘지 않았다. 여전히 몇몇 잡음들이 들렸지만, 새로운 드래프트 규정은 나름 성공적인 변화로 볼 수 있었다.



당시 개정된 CBA에는 이와 비슷한 변화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해외 유망주 계약과 관련된 규정이다. 당시 중남미 지역을 포함한 해외 유망주들은 사실상 FA와 다름없는 계약을 맺었다.  구단들은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주들을 위해 ‘돈잔치’를 펼쳤다.  이와 같은 해외 유망주 계약은 16세 밖에 되지 않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전미 드래프트에 비해 계약금의 인플레이션 현상이 훨씬 심한 수준이었다.



2011년 이전 해외 유망주 계약금 순위 (16세 이상, 23세 이하)


노마 마자라, OF (텍사스 레인저스) : 495만 달러

마이클 이노아, RHP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 425만 달러

로날드 구즈만, OF (텍사스 레인저스) : 345만 달러

미구엘 사노 ,3B (미네소타 트윈스) : 315만 달러

루이스 에레디아, RHP (피츠버그 파이러츠) : 300만달러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에 대한 방안으로 드래프트 개정안과 비슷한 해외 유망주 계약 관련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23세 미만의 해외 유망주 계약 시, 한 해에 구단이 쓸 수 있는 계약금에 상한선을 둔다. (23세 이상은 자유 계약)

2. 계약 금액은 성적의 역순으로 배정된다. 상한선을 넘길 시 다음과 같은 페널티가 부과된다.

 

a. 상한선 5% 초과시 초과금액의 75% 사치세를 부과


b. 상한선 5~10% 초과시 초과금액의 100% 사치세, 1년간 50만불 이상 계약 금지


c. 상한선 10~15% 초과시 초과금액의 100% 사치세, 1년간 30만불 이상 계약 금지


d. 상한선 15% 이상 초과시 초과금액의 100% 사치세, 2년간 30만불 이상 계약 금지



얼핏 보면 규정들은 드래프트 개정안 조항과 굉장히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유는 전미 드래프트에 비해 해외 유망주 계약 조항에 대한 페널티의 강도가 비교적 매우 약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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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켓의 해외 유망주 독식이 시작되다


전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의 지명권의 가치는 수준급 유망주와 비슷한 가치를 가진다. 모든 구단들은 이 1라운드 지명권을 잃는 것을 꺼려했고 결과적으로 드래프트에서 상한선의 5%를 넘기면서까지 계약금을 지출한 팀은 한 팀도 없었다.



하지만 해외 유망주의 경우에는 30만 달러 이하의 금액으로도 충분히 좋은 유망주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계약을 맺는 중남미 유망주들의 특성상 낮은 금액에 계약을 한 후, 몇 년 뒤에 잠재력을 터뜨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몇 구단들은 한 해 동안 많은 돈을 투자해 상위권 유망주들을 독점하다시피 영입한 뒤, 페널티를 받은 2년 동안은 30만 달러 이하의 무수한 유망주들을 수집하는 방법을 택했다.



해외 유망주 시장은 2013년부터 시카고 컵스를 시작으로 과열되었다. 컵스는 앞으로의 유망주 시장에서 2013년 당시에 비해 좋은 선수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컵스는 당시 시장에 나온 유망주를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해외 유망주에 투자를 아끼지 않던 텍사스 레인저스 역시 시카고 컵스의 행보를 지켜만 보지 않고 계약 상한선을 훌쩍 넘겼다. 이 두 팀이 2013-2014년에 쓴 해외 유망주 계약금은 800만 달러가 넘었는데 이는 다른 팀들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금액이었다.



이후 2014년에는 애리조나, LA엔젤스, 보스턴, 템파베이, 뉴욕 양키스가, 2015년에는 LA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컵스, 캔자스시티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은 유망주 계약 상한선의 15%를 넘기며 향후 2년 간 30만 달러 이상 계약이 금지되었다. 토론토 역시 2015년 계약 상한선의 10%를 초과했다. 2013-2014년에 페널티를 받고, 해외 유망주 시장에 돌아온 시카고 컵스는 다시 한 번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 컵스는 2015-2016년에 계약금을 기준으로 쿠바 출신을 제외한 유망주 상위 40인중 13명을 싹쓸이 하면서 다시 페널티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해외 유망주 계약 페널티를 받은 구단들


2013년 : 시카고 컵스, 텍사스 레인저스 (CBA 임시 규정으로 인해 1년 25만불 이상 계약 금지)


2014년 : 애리조나 디백스, LA 엔젤스, 보스턴 레드삭스, 템파베이 레이스, 뉴욕 양키스


2015년 :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 캔자스시티 로얄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해가 지날수록 페널티를 감수하면서까지 계약을 진행 하는 구단들은 늘어났다. 그 결과 다가올 2016-2017 해외 유망주 시장에서 30만불 이상의 계약을 할 수 있는 구단은 총 30개 구단 중 20개에 불과하다. 그리고 올해에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워싱턴 내셔널스 등의 구단들이 자신들의 계약 상한선을 뛰어 넘는 두툼한 지갑을 준비해 놓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요안 몬카다 계약, ‘정책 실패’에 쐐기를 박다


개정된 해외 유망주 계약 규정의 취지는 사치세를 걷으려는 것도, 향후 1-2년간 유망주 계약의 권리를 빼앗으려는 것도 아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목표는 과도한 유망주 계약금 지출을 막고 몇몇 팀들에게 해외 유망주 계약이 편중되는 상황을 완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규정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말았다.



2015년 초에 있었던 요안 몬카다의 계약은 정책이 완벽하게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당시 쿠바 최고의 유망주로 알려져 있던 19세의 몬카다와 계약하기 위해 많은 팀들이 러브콜을 건넸다. 최종 승자였던 보스턴 레드삭스가 몬카다를 영입하는데 사용한 계약금은 무려 3150만 달러였다. 이미 2014-2015 해외 유망주 계약 상한선을 넘긴 보스턴은 초과분의 100%의 사치세를 지불해야 했다. 결국 보스턴은 몬카다의 영입에만 무려 약 6,000만 달러의 돈을 쓴 셈이 되었다.



2015년 전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댄스비 스완슨의 계약금이 650만 달러였음을 생각하면 19세의 유망주 한 명에게 지출한 약 6,000만달러의 돈은 터무니 없는 금액이었다. 2016시즌 밀워키 브루워스의 연봉 총액은 약 6,400만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이 계약이 얼마나 상식에 벗어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19세 유망주의 계약 금액이 한 팀의 연봉 총액과 비슷한 수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가난한 구단에게 몬카다와의 계약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CBA 개정을 통한 새로운 해외 유망주 계약은 실패한 것이다.



2012년 이후 해외 유망주 계약금 순위 (16세 이상, 23세 미만)


1. 요안 몬카다, 2B (보스턴 레드삭스) : 3,150만 달러

2. 야디에르 알바레즈, RHP (LA 다저스) : 1,600만 달러

3. 유스니엘 디애즈, OF (LA 다저스) : 1,550만 달러

4. 요안 로페즈, RHP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디백스) : 826만 달러

5. 오스마 에스테베즈, 2B (LA 다저스) : 600만 달러

6. 루시우스 폭스, SS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600만 달러

 


하지만 이제 메이저리그는 이와 관련하여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올해를 끝으로 5년 동안 이어오던 CBA가 다시 개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CBA가 개정되면서 해외 유망주 계약과 관련된 규정 역시 다시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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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국제 아마추어 드래프트, 그러나 산적한 문제들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메이저리그가 오래전부터 국제 아마추어 드래프트를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국제 드래프트의 가능성이 이야기되는 이유는 현재 해외 유망주 계약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 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자유계약 시스템으로는 어떠한 방식으로 규정을 수정하더라도 결국 문제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페널티를 감수하더라도 돈을 쓰는 구단이 등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 계약이 아닌 라운드제의 지명을 통한 계약은 현재의 폭등한 유망주 계약금을 안정화 시킬 것이며, 무엇보다 구단들에게 균등하게 유망주 계약의 기회를 나눠줄  수 있다는 것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생각이다.


사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미 2014년에 중남미, 유럽 등의 유망주를 대상으로 국제 드래프트 시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국제 드래프트에 대한 몇가지 문제점들에 부딪히며, 국제 드래프트의 시행을 다음 CBA 개정까지 미뤄두었다.


가장 큰 문제는 해외 유망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청소년 야구 시스템이다. 고등학교 야구가 없는 시스템 때문에, 라틴 아메리카의 중남미 유망주들은 대부분 메이저리그 구단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야구를 배우고 성장한다. 하지만 국제 드래프트가 시행이 된다면 메이저리그 구단은 굳이 해외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 중남미 유망주들이 야구를 배우고 성장할 기반을 잃게 되는 것이다. 마치 한국 프로야구에서 연고지 1차지명이 사라지자 구단이 지역 고등학교에 지원을 줄이게 되는 현상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드래프트 자격을 얻게 되는 나이의 기준을 정하는 것도 큰 장애물이다. 현재 해외 유망주들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프로가 될 자격을 갖추고 각기 다른 나이에 프로 구단과 계약을 맺는다. 현재를 기준으로 비교적 어린 나이에 드래프트에 참여하게 될 중남미 유망주들은 더 가다듬어진 유망주들에 비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볼 여지가 많다. 과연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중남미 유망주들이 국제 드래프트에 순순히 응할지도 의문이다.


드래프트 참가 선수들을 정확히 평가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미국의 유망주들은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충분히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드래프트 공개 훈련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의 해외 유망주들은 자신의 실력을 입증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몇몇의 눈에 띄는 유망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어린 선수들이 합당한 평가와 대우를 받는 드래프트가 시행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외에 국제 드래프트의 시행 시기, 현실적인 계약금 제한선, 여전히 망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쿠바 출신의 유망주, 국내에서 드래프트가 따로 열리는 한국과 일본 유망주들의 참여 여부 등, 국제 드래프트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인 롭 만프레드는 국제 드래프트를 매우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드래프트가 해외 유망주 계약 문제를 해결할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어도 다가오는 2016년의 겨울에는 CBA 개정과 함께 국제 드래프트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고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해외 유망주의 계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제 드래프트에 대해서 논의가 진행된 지도 꽤 긴 시간이 흘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앞으로 다가올 CBA 개정 과정에서 국제 드래프트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것임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밝히고 있다. 과연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국제 드래프트가 가지는 현실적인 장벽들을 해결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을까? 국제 드래프트는 해외 유망주 계약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방안이 될 수 있을까? 한국의 유망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다가오는 메이저리그의 겨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일러스트: 이용희(비즈볼 프로젝트)

출처 : Baseball America, MLB.com


sh.bong@bizball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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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유망주, 해외 유망주, 국제 드래프트, MLB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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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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