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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치고 가재잡고, KBO 리그 최고의 키스톤 콤비는? 비즈볼프로젝트

류지호 (gulakk***)
2016.03.25 16:42
  • 조회 2065
  • 하이파이브 6

[비즈볼 프로젝트 이희원] 야구는 공격과 수비가 번갈아 진행되는 스포츠이다. 공격을 아무리 잘해도 수비가 무너지면 이길 수 없고 수비를 아무리 잘해도 공격에서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한다면 이길 수 없다. 하지만 팬 입장에서는 응원 팀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공격 이닝에 비해 수비 이닝은 다소 수동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비에서 팬들을 짜릿하게 만드는 플레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이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단지 대한민국 팀이 올림픽 무대에서 전승 우승을 달성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승까지 아웃카운트 단 두 개를 남기고 맞이한 주자 만루의 위기에서 나온 이 플레이. 정대현의 투구, 유격수 박진만의 토스, 2루수 고영민의 러닝스로가 합쳐진 바로 이 플레이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온 야구팬들의 마음 속에 고스란히 감동을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수비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경지, 바로 더블 플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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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비즈볼 프로젝트 이용희)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병살 플레이


더블 플레이, 즉 병살은 하나의 타구로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는 행위이다. 단번에 아웃 두 개를 잡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경기 분위기를 팀에게 가져온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병살이 잦은 팀은 성적이 좋기 어렵다. 2015 시즌 최종 성적이 좋지 못했던 KIA와 롯데는 공격에서의 병살타율(병살이 가능한 상황 중 병살타를 친 경우의 비율)이 각각 11.4%, 11.0%로 리그에서 가장 높은 두 팀이었다.(리그 평균 10.0%) 병살타율이 높다고 무조건 약한 팀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많은 상황에서 경기 분위기를 상대에게 허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내야의 중심에서 병살 타구에 가장 많이 관여하는 키스톤(Key Stone) 콤비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키스톤 콤비의 수비능력이 높거나 경험이 많다면 더 많은 병살타구를 유도해 낼 수 있을까?


다음 표의 사례를 보자. 2015시즌 KIA와 롯데의 투수진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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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의 이닝당 출루허용(WHIP)과 피출루율은 거의 차이가 없다. 출루를 허용하는 수준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 가운데 뜬공에 대한 땅볼 비율(땅볼/뜬공)은 롯데가 KIA보다 소폭 높았다. 두 팀이 비슷한 양의 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출루 허용은 비슷한데 땅볼은 더 많으니 롯데 수비진이 KIA보다 더 많은 병살을 낚아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정훈, 문규현, 황재균으로 이뤄졌던 2015년 롯데의 내야진은 2013시즌부터 3년 이나 호흡을 맞춰온 안정적인 조합이다. 반면 KIA는 안치홍과 김선빈, 주전 중간 내야수 두 명이 동시에 경찰청에 입대하면서 3루 이범호 외에 베테랑 유틸리티 내야수 김민우와 신인 강한울이 내야에서 새롭게 손발을 맞춰야 했다. 역시 롯데 내야에서 더 많은 병살이 나왔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기록이다.


그렇다면 두 팀의 수비가 실제로 유도해 낸 병살 타구는 얼마나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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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와 롯데의 투수진이 비슷한 기록을 보였고, 양 팀 주전 내야수들의 수비능력과 경험엔 차이가 있었다. 두 팀은 비슷한 정도의 혹은 오히려 롯데가 조금 더 많은 병살을 유도해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절대적인 병살 유도 개수뿐만 아니라 병살타율 역시 KIA가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두 팀의 단편적 기록만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더 많은 요소들이 병살 유도에 관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15시즌 병살 풍년 KBO


2015시즌 KBO 리그에서는 총 1147개의 병살타가 만들어졌다. 늘어난 경기수와 지속되고 있는 타고투저 현상, 그리고 수비능력 향상 등으로 빚어진 역대 최다 기록이다.(기존 1위:2009년 937개)


더블 플레이를 완성할 때의 관건은 역시 속도이다. 타자주자가 타격 이후 1루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4초에 불과하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주자 두 명을 연달아 잡아야 하기에 수비수들은 0.1초라도 수비 시간을 줄이기 위한 피나는 연습을 반복한다.


작년 한 해 가장 빠른 병살을 만들어 낸 내야 콤비를 알아보기 위해 시즌 전체 병살 타구를 알아보았다. 단, 2루수, 3루수, 유격수로 시작하는 463, 543, 643 병살 타구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가장 빠르게 병살타구를 처리한 팀은


4~6~3, 6~4~3, 5~4~3의 세 가지 병살 중에서 수비 시간*이 가장 짧은 유형은 무엇이었을까. (*수비 시간 = [타자가 친 타구가 처음 수비수에게 닿은 시점 ~ 1루수에게 닿은 시점]의 소요 시간) 직관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우선 543 병살은 세 유형 중 공이 이동하는 거리가 가장 길기 때문에 걸리는 시간도 길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두 유형 중에는 두 번째 아웃을 만들어내는 유격수가 1루로 더 강하고 빠르게 공을 뿌릴 수 있는 463 병살이 더 신속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지난 시즌 실제 기록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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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예상과 일치했다. 2015 시즌 발생한 870개의 병살 타구(463= 284개, 643= 363개, 543= 223개)를 분석한 결과 463, 643, 543 순으로 수비에 소요된 시간이 짧았다.


다음은 팀별 수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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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루수, 유격수, 1루수로 이어지는 463 병살 수비에서는 SK가 2.44초의 평균 수비 시간을 기록하며 가장 신속했다. 총 19번 이뤄졌으며, 2루수 포구 순간부터 유격수가 공을 건네 받는 시간이 평균 1.04초 만에 이뤄졌다. 그 시점으로부터 유격수가 던진 공이 1루수 미트 안에 들어가는 시간은 평균 1.4초였다. 반면 463 병살 플레이가 가장 느렸던 삼성의 경우(총 21회) 각각 1.22초와 1.52초로 나타났다. 2루수의 토스는 SK보다 약 0.2초, 유격수의 송구는 약 0.1초 느렸던 셈이다.


유격수, 2루수, 1루수로 이어지는 643 병살 속도에서는 지난 시즌 처음으로 1군에 합류한 막내 구단 kt 위즈가 1위에 올랐다. 총 34번, 평균 2.56초 만에 상대 두 명의 주자가 횡사했다. 이는 지난 시즌 리그 전체 463 병살의 평균 수비 시간인 2.57초보다도 빠른 대단한 기록이었다. 유격수의 토스(유격수 포구 ~ 2루수 포구)는 평균 1.11초, 2루수의 송구(2루수 포구 ~ 1루수 포구)는 평균 1.45초가 소요되었다. 반면 동일 유형에서 리그 최하위였던 롯데의 경우(총 30회) 각각 1.17초, 1.55초가 걸렸다.


마지막으로 3루수로부터 2루수, 그리고 1루수까지 내야 테두리를 공으로 크게 그리는 543 병살은 LG 트윈스가 가장 빨랐다. 총 28번의 더블 플레이에서 평균 2.98초 소요되었다. 3루수의 움직임(타구 포구~2루수의 포구)은 평균 1.46초, 2루수의 수비(2루수 포구~1루수 포구)는 평균 1.51초가 걸렸다. 반면 463에 이어 다시 최하위를 차지한 삼성의 경우 각각 1.60초와 1.61초가 걸려 1위 LG와는 꽤 차이가 있었다.


전반적으로는 모든 병살 유형에서 순위권에 들었던 SK 와이번스의 병살 처리 수비 속도가 가장 빨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처리한 병살타의 절대적인 개수는 리그 하위권이었지만 수비 속도에서만큼은 발군이었다. 0.1초, 0.01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의 빠른 수비는 팀에게 소중한 아웃카운트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에 기록에 남지 않는 특별한 가치를 가진다.



2015 KBO 병살 수비 신속왕은?


그렇다면 각 병살 유형별로 최고의 수비 속도를 기록한 선수는 누구였을까. 각 병살 유형에서 10회 이상 더블 아웃을 만들어 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먼저 463 병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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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속한 463 병살 플레이를 완성한 선수들의 명단이다. 2루 수비에서는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가 롯데 정훈을 0.02초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유격수 수비에서는 SK 김성현과 투수 출신의 유격수 kt 심우준이 강한 어깨를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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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수비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김성현. 다가오는 시즌에는 2루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사진제공: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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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643 병살 상황에서는 삼성의 주전 유격수 김상수가 리그에서 가장 빠르게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선수였다. 2위를 차지한 박기혁 역시 단 0.01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베테랑의 힘을 보였다. 2루 수비에서는 SK 나주환의 수비가 가장 빨랐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상무 야구단에 합격한 LG의 박지규가 그 다음으로 신속한 2루 수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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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3루수가 개입하는 543 병살에서 가장 빠른 수비를 보였던 3루수는 LG의 히메네스였다. LG팬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히메네스의 과감한 수비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3루수로부터 받은 공을 1루로 전달하는 플레이에서는 신인왕 출신 NC 박민우가 정근우를 제치고 가장 신속한 2루수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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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스프링캠프 연습게임에서의 박민우의 수비 장면(사진제공: NC 다이노스)



2016년 새 시즌


경기를 더욱 재밌게 만드는 공격에서의 요소가 홈런이라면, 수비에서는 단연 병살이다. 지난해는 역대 가장 많은 병살타가 기록된 시즌이다. 새롭게 시작할 이번 시즌에도 수비에서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흥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2016 프로야구의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지훈련동안 수 백, 수 천 번의 더블 플레이 상황을 연습했을 내야수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세를 낮추고 굴러오는 땅볼을 노려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료제공: STAT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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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KBO, 키스톤콤비, 비즈볼프로젝트, 박민우, 463

    • 등급 김필중
    • 2016.03.29 09:17
    • 답글

    에휴 롯데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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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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