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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볼 프로젝트 김남우] 2013년 신시네티 레즈로 트레이드 된 추신수는 타자로서 한 단계 올라서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팀의 간판타자 조이 보토를 만나면서 본래 좋았던 선구안에 스윙까지 아끼게 되면서 출루능력이 한층 진화하였고 2013년 단 3명만이 기록한 단일시즌 300출루 기록도 세웠다. 이후 7년간 1억 3천만 달러라는 대박 계약을 맺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둥지를 옮겼다. 그러나 FA 계약을 맺은 이후에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나 절대적인 강점으로 지목되었던 출루에서 문제를 보였다.
짜증나는 타자
2013년 추신수는 이른바 ‘짜증나는 타자’ 였다. 투수가 타자와의 승부에서 첫 두 개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든다면 이는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된다. 3개의 공을 볼로 던져도 출루를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0-2(0볼 2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메이저리그 평균 BB%는 2.7%에 불과하다. 선구안이 강점인 추신수도 2013년 이전에는 5년간 0-2 카운트에서 총 17개의 볼넷을 얻었고 비율로는 3.3%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3년 추신수는 한 해에만 12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이는 그 해 가장 많은 숫자이며 비율로는 9.0%에 달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평균 BB%가 7.9%였는데, 추신수는 0-2 카운트에서도 평균적인 타자들보다도 더 높은 BB%를 기록한 것이다.
0-2라는 타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리그 평균보다 높은 볼넷 비율 을 기록한 추신수를 타자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상대하는 건 당시 투수들에게 재앙과 같았다. 볼이 스트라이크 보다 많은 카운트에서 추신수가 기록한 출루율은 .627로 10번 중 6번 이상 출루에 성공했다. 이는 이 상황을 100타석 이상 맞이했던 선수들 중 최고였다.
타자가 유리한 볼카운트 상황 출루율 (2013년, 100타석 이상)
1. 추신수 .627
2. 미구엘 카브레라 .613
3. 조이 보토 .603
4. 브라이스 하퍼 .595
5. 폴 골드슈미츠 .592
어느 상황에서든 출루를 만들어내는 것 이외에도 2013년 추신수는 스윙을 극도로 아끼는 타자였다. Swing%(스윙 비율)가 39.2% O-Swing%(존을 벗어나는 공에 대한 스윙 비율)가 20.8%로 개인 최저수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모습은 투수들에게 많은 투구를 이끌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추신수는 타석당 투구수 4.23개를 기록하며 리그 8위에 올랐다.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볼넷을 이끌어내고 유리한 카운트에서는 악마가 되며 스윙을 아끼며 공도 많이 던지게 하는 추신수는 말 그대로 ‘짜증나는 타자’ 였다.
부진 그리고 반등
그러나 추신수는 텍사스로 이적 후 이런 모습을 잃어버렸다. 먼저 무려 12개의 볼넷을 기록하며 리그 1위에 오른 0-2 카운트에서 볼넷은 2014년 단 3개에 그치며 비율이 3.1%로 하락했다. 악마의 모습을 보였던 타자가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555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으나 유리한 카운트 타석수가 2013년 306타석에서 200타석으로 줄어들면서 카운트싸움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스윙%와 아웃스윙%도 증가하면서 자신의 강점이었던 ‘짜증나는 타자’ 의 모습은 잃어버렸고, 여기에 크고 작은 부상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2015년의 모습도 결과적으로 보면 2014년과 비슷했다. 0-2 카운트로 시작한 115타석에서 총 6개의 볼넷을 얻으며 5.2%에 그쳤고 유리한 카운트의 출루율은 .546이었으며, 41.7%의 Swing%와 21.3%의 O-Swing%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추신수가 전체적인 타격의 반등을 이뤄낸 7월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텍사스 이적 이후 3.3%에 그쳤던 0-2 카운트 이후의 BB%가 지난해 7월 이후 6.3%로 증가했다. 유리한 카운트 출루율 역시 .600로 증가했다. Swing%는 40.9%로 2013년 이후 가장 낮았고 O-Swing%는 19.5%로 2013년보다도 낮아졌다. 2013년 ‘짜증나는 타자’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다만 0-2 이후 BB%가 2013년만큼 높지 않은데 이는 유독 2스트라이크 이후 많이 불렸던 ‘추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추존’이 발동된 비율은 2013년 9.0%에서 2014년부터 2015년 6월까지 15.0%로 증가했다. 추신수가 다시 살아난 7월 이후에도 14.8%로 여전히 높은 비율로 스트라이크 판정에서 손해를 봤다.
0-2, 1-2, 2-2, 3-2 카운트의 BB%/K%
2013년 18.3% / 33.1%
2014년~2015년 6월 13.7% / 44.8%
2015년 7월 이후 18.4% / 37.2%
0-2 카운트 뿐만 아니라 이를 포함한 2스트라이크 카운트의 BB%와 K%를 보면 추신수의 강점인 선구안이 회복되었다는 것이 더 확실히 드러난다. 좋은 모습을 보였던 2013년 추신수가 2스트라이크 이후 기록한 BB%는 18.3%, K%는 33.1% 였다. 반면 부진했던 2014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는 13.7%의 BB%와 44,8%의 K%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이후에는 18.4%의 BB%와 37.2%의 K%를 기록하며 2013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추존’이 발동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4%p가량 높아진 K%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추신수는 선구안에 바탕을 둔 타격스타일을 지닌 타자다. 이런 스타일을 지닌 타자는 2스트라이크 이후 상황이 많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성적이 중요하다. 실제로 추신수는 지난 3년간 맷 카펜터, 브렛 가드너 등과 함께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전체 타석에 53.9%를 2스트라이크 이후에 승부했다. 전체 타석에 절반이 넘는 비율로 2스트라이크 이후 상황에서 승부한 것이다.
따라서 2스트라이크 이후 상황에서의 BB%와 K%를 2013년 수준으로 되돌린 추신수는 유독 2스트라이크 이후 자신을 괴롭혔던 ‘추존’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BB%와 K% 뿐만 아니라 다른 타격성적도 2013년의 모습을 보여줄 준비를 마친 것이다. 지난해 7월 이후 다시 ‘짜증나는 타자’로 돌아온 추신수가 다시 한번 커리어 하이를 기록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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