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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간의 맞대결만으로 승패를 결정짓는다면? 비즈볼프로젝트

류지호 (gulakk***)
2016.04.26 15:21
  • 조회 1897
  • 하이파이브 4

[비즈볼 프로젝트 김남우]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다승에 대한 가치가 많이 내려갔다. 다승이라는 스탯을 적립할 때, 선발 투수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운도 적지 않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든든한 불펜이 버티고 있거나 타선의 지원이 화끈한 팀의 선발 투수들은 그렇지 않은 투수들보다 확연히 승수을 쌓기에 유리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사이영상 투표에서 다승에 대한 중요도는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지는 경향이 보인다.

 

ma1.jpg

 

선발투수간의 맞대결만으로 승패를 결정짓는다면?


‘세이버메트리션의 대부’ 빌 제임스가 만들어낸 게임스코어(GSC)라는 스탯이 있다. 이는 선발투수에게만 해당되는 스탯으로, 50점에서 시작해 아웃 카운트를 늘리거나 이닝을 늘리면 점수가 추가되는 방식이다.


GSC (Game Score)

1.50점에서 시작

2.아웃 카운트 추가시 1점 추가

3.5이닝부터 이닝 종료시 2점 추가

4.삼진당 1점 추가

5.안타 허용시 2점 차감

6.자책점 허용시 4점 차감

7.비자책점 허용시 2점 차감

8.볼넷 허용시 1점 차감


게임스코어의 계산 방식은 위와 같다. 단순한 계산법이지만, 이 스탯은 경기 선발투수의 퍼포먼스를 직관적으로 평가할 때 굉장히 유용하다.


보통 리그를 지배하는 투수들의 평균 게임스코어는 65점 수준이며, 에이스 투수들은 60점에 근접한 수치를 보여준다. 55점을 기록한다면 준수한 선발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1피안타 완봉, 무사사구 완봉, 퍼펙트게임과 같이 게임을 완벽하게 지배한 선발 투수의 게임스코어는 90점~100점 사이에 자리잡는다.


이 스탯의 특이한 점은 만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9이닝까지 27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다면 그 투수의 게임스코어는 114점이 된다. 9이닝 기준에서 최고점은 114점인 것이다. 하지만 선발투수가 9이닝 이상을 던질 수도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만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9이닝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역대 최고점은 1998년에 시카고 컵스의 케리 우드가 기록한 105점이다. 당시 케리 우드는 20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1피안타 무사사구 경기를 해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최근으로 눈을 돌리면,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의 맥스 셔져가 17삼진 무사사구 노히트게임을 달성하면서 104점을 기록한바 있다.


 

게임스코어로 본 최고의 투수는?


지난 시즌 가장 높은 게임스코어를 기록한 투수는 앞서 언급했던 맥스 셔져다. 셔져는 104점이라는 역대 순위에 드는 기록을 남겼고, 그 뒤로는 98점을 기록한 투수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평균 게임스코어 1위는 클레이튼 커쇼가 기록한 67.97점이다. 사이영상은 제이크 아리에타에게 밀렸지만 게임스코어에서는 커쇼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2015년 평균 게임스코어 순위

1. 클레이튼 커쇼 67.97

2. 제이크 아리에타 67.24

3. 잭 그레인키 67.06

4. 맥스 셔져 64.36

5. 달라스 카이클 62.70

6. 제이콥 디그롬 61.80

7. 데이빗 프라이스 61.78

8. 매디슨 범가너 61.69

9. 맷 하비 60.66

10. 크리스 세일 60.32


게임스코어 순위를 살펴보면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1~3위에 꼽힌 투수들은 모두 평균 67점 대를 기록하면서 통합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게임스코어로 선발승을 준다면?


이러한 게임스코어를 이용해 투수들의 선발승과 패전을 나눠보면 어떨까? 기존의 승패가 불펜, 타선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순수하게 선발투수 대 선발투수의 성적만을 기준으로 승패를 나눠보는 것이다.


게임스코어로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선발투수에게 요구되는 점과 이어서 생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발투수의 가장 큰 덕목은 같은 경기에 등판한 상대 선발투수보다 더 많은 이닝과 더 적은 실점을 기록하는 것이다. 즉 게임스코어를 통한 승패 기록은 선발투수가 자신의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게임스코어로 승패를 결정짓는다면 양 투수가 상대하는 타선의 수준차이를 배제하긴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후속 투수의 영향이라는 불확실한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방법은 단순하다. 게임스코어가 상대 선발투수보다 높으면 승, 낮으면 패, 같으면 무승부로 구분한다. 즉, 상대 선발투수보다 오래 버티는 투수가 이긴다고 보면 된다. 이는 필자가 생각하는 에이스의 조건이기도 하다.


 

2015년 게임스코어 승률 순위

1. 잭 그레인키 26승 6패 .813

2. 클레이튼 커쇼 25승 1무 7패 .781

3. 게릿 콜 25승 7패 .781

4. 달라스 카이클 25승 8패 .758

5. 카를로스 마르티네즈 20승 2무 7패 .741

6. 제이크 아리에타 24승 9패 .727

7. 맥스 셔져 24승 9패 .727

8. 데이빗 프라이스 22승 1무 9패 .710

9. 맷 하비 19승 2무 8패 .704

10. 매디슨 범가너 22승 10패 .688


잭 그레인키는 지난해 게임스코어로 승패를 정했을 때 가장 좋은 승률을 기록했다. 32번의 등판 중에 26경기에서 상대팀 선발투수보다 좋은 피칭을 선보였단 얘기가 된다. 그 뒤를 커쇼와 콜이 차지했다. 지난해 최고의 투수였던 아리에타는 게임스코어로 승패를 정했을 때는 24승 9패로 승운이 적은 편이었다.


이유는 아리에타가 상대한 선발투수들의 게임스코어 또한 높았기 때문이다. 아리에타의 상대투수들이 기록한 평균 게임스코어는 54.27점으로, 평균 게임스코어 상위 10명의 투수 중에서 범가너 다음으로 높은 상대를 만났다.


아리에타는 그레인키나 커쇼에 비해서 승운이 따르진 않았지만 가장 꾸준한 피칭을 선보였다. 게임스코어 70점 이상의 경기 비율은 전체 등판의 51.52%로 가장 높았으며 반대로 40점 이하의 비율은 전체 등판의 3.03%로 가장 낮았다. 승률 1위의 잭 그레인키가 70점 이상이 36.36%, 40점 이하가 6.06%로, 아리에타에 비하면 다소 평범해 보인다.


게임스코어의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은 70점 이상 경기가 14.64%, 40점 이하 경기가 25.55%이다. 보통 70점 이상의 게임스코어를 기록하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의 피칭이다. 지난해 아리에타는 등판의 절반 이상에서 그런 결과물을 남긴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운이 좋았던 투수는 누가 있을까?


캔자스시티의 선발투수 제레미 거스리를 꼽아본다. 거스리의 평균 게임스코어는 42.21점으로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70점 이상의 경기는 한 경기도 없었으며 40점 이하의 경기는 전체 등판의 절반이나 됐다. 거스리가 상대한 선발투수들의 평균 게임스코어는 49.63점으로, 거스리의 등판보다 더 좋은 점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거스리는14승 10패라는 좋은 성적을 남겼다.


이 같은 괴리는 거스리가 상대 선발투수와의 점수차가 10점 이하인 경기에서 7승 2패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기는 경기에서 적은 점수차로 이기고 진 경기에서 큰 점수차로 졌다는 말이다.


지난해 불운의 대명사로 불리는 쉘비 밀러는 게임스코어에서도 운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밀러가 기록한 평균 게임스코어는 55.64점으로 수준급의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가 상대한 투수들의 평균 게임스코어는 57.07점이다. 이 점수는 펠릭스 에르난데스의 57.03점과 비슷해, 밀러는 매경기 펠릭스 에르난데스와 매치업을 한 것이라 보면 된다. 결국 밀러의 게임스코어 승패는 13승 1무 19패로 퍼포먼스에 비해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최고의 팀은?


평균 게임스코어가 가장 높은 팀은 어디일까? 제이크 아리에타, 존 레스터 등이 버티고 있는 시카고 컵스가 그 주인공이다. 컵스의 평균 게임스코어는 56.22점으로 2위 다저스(56.15점)를 근소하게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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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스 선발진은 여기에 존 랙키(57.39점)를 추가했다


컵스 선발투수들의 70점 이상 경기 비율은 24.69%로 전체 1위를 차지했으며, 40점 이하 경기 비율 역시 17.90%로 두 번째로 낮았다. 아리에타의 영향이 크지만 그 외의 선발 투수들도 뛰어난 성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심지어 컵스 선발진은 지난해 평균 57.39점을 기록한 존 랙키가 올시즌부터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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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코어 승률에선 컵스가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게임스코어 승률이 가장 높은 팀은 다저스였다. 다저스의 선발투수들은 총 162경기 중에서 무려 95경기에서 상대팀 선발투수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남겼다. 커쇼와 그레인키라는 강력한 원투펀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적이다.


2위를 차지한 팀은 토론토다. 다만 이는 토론토의 선발투수들이 잘 던졌다기 보다는 상대팀 선발투수가 토론토 타선을 버티지 못한 케이스이다. 토론토 선발투수의 평균 게임스코어는 전체 16위인 것에 비해 상대팀 선발투수의 평균 게임스코어는 전체 30위로, 결과적으로 토론토 선발투수는 가장 약한 선발투수들을 상대한 것이 된다.



올시즌 주목해볼 투수는?


게임스코어를 통해서 주목해야될 투수를 살펴보자.


우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하이메 가르시아를 꼽아볼 수 있다. 가르시아는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등판하진 않았으나 20번의 선발등판에서 59.80점을 기록해 15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 중에서 전체 11위를 차지했다. 그 중 6번의 등판에서 70점 이상을 기록했으며 단 2차례의 등판에서만 40점 이하를 기록하며 기복 없는 피칭을 선보였다. 가르시아는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았던 투수로 류현진의 성공적인 복귀 모델이 되는 선수이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활약한 노아 신더가드 또한 주목할 만 하다. 신더가드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에게 에이스 감으로 평가 받고 있는 투수로 지난해 58.71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호세 페르난데스가 기록한 58.45점과 비슷한 점수다. 70점 이상 경기는 전체 등판의 33.3%로 15회 이상 등판 투수 중에서 11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신시내티 레즈의 라이젤 이글레시아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이다. 그는 55.88점이라는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신인이었던 이글레시아스는 올해부터 쿠에토가 떠난 신시내티의 1선발 자리를 꿰찬 상태다.


게임스코어상으로 봤을 때 과대평가된 선수로는 요바니 가야르도가 있다. 최근 볼티모어와 FA 계약을 맺은 가야르도는 50.61점으로 평균 수준에 머물렀으며 70점 이상 경기가 6.06%, 40점 이하 경기는 27.27%에 달했다. 제프 사마자도 빼놓을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와 거액의 계약을 맺은 사마자는 49.50점으로 더 좋지 않은 기록을 남겼으나, 대박 계약을 맺은 케이스이다.


게임스코어라는 스탯은 새로운 스탯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온 스탯이지만 그렇다고 이 스탯이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쓰이진 않는다. 게임스코어는 여느 스탯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기록으로, 이를 통해 선수들의 재능을 일정 부분 추측하고 향후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예측하는 게 가능하다.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메이저리그를 즐기고자 게임스코어라는 스탯으로 승패를 제안해봤다.


 

출처: Baseball-Reference

사진제공: 마제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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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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