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KBO 개막 특집] 닉 에반스 스카우팅 리포트 스카우팅리포트

류지호 (gulakk***)
2016.04.29 02:50
  • 조회 1701
  • 하이파이브 1

[비즈볼 프로젝트 김준호] 2014년, 외국인 선수 슬롯이 3명으로 바뀐 후 팀마다 외국인 타자를 하나씩 두기 시작한 지 어느덧 3년이 되었다. 각 팀은 외국인 타자의 강한 타격을 뒷받침으로 훨씬 더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 베어스 역시 2014년 초반에는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기도 했던 호르헤 칸투를 데려와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칸투가 후반기 부상의 여파로 장타력이 실종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기나긴 문제의 역사가 시작된다.

 

undefined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에반스. 그의 그윽한 눈빛이 눈에 띈다. (사진제공: 두산 베어스)

 

 

칸투의 부활을 믿지 못 했던 두산은 시즌 후 그를 방출했다. 그리고 1루와 3루를 모두 볼 수 있는 잭 루츠를 새로운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두 포지션 모두 확고한 주전이 없었을 뿐 아니라, 해당 포지션의 유망주들의 활약에 따라 포지션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루츠는 기대와 다르게 부진과 부상에 신음하며 금방 팀을 떠나게 되었다. 그 뒤 같은 목적으로 영입한 데이빈슨 로메로마저 국내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내게 되어 결국 유망주였던 오재일과 허경민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자리를 메꾸며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두 타자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유망주가 맡아야 하는 자리를 외국인 선수로 채운다’라는 기조를 두산은 올해에도 여전히 유지하는 듯한 행보를 취했다. 이번에는 김현수가 빠진 좌익수 자리마저 유망주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1루, 3루에 이어 한술 더 떠 좌익수도 볼 수 있는 닉 에반스를 데려온 것이다. 과연 에반스는 루츠, 로메로와 다르게 각 자리를 호시탐탐 넘보는 유망주들을 제치고 두산 팬들이 염원하던 ‘외국인 타자다운 외국인 타자’가 될 수 있을까? 이번 편에서는 그의 여러 모습을 살펴보고 전망을 분석해보려 한다.


 

Background


닉 에반스는 2004년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고졸 선수로 뉴욕 메츠에 지명되었다. 5라운드라는 상위 레벨에서 지명된 고교 선수답게 본인이 소속된 주에서 가장 이름을 날리던 선수였다. 명문 야구 대학인 텍사스텍에 입학 허가가 났기에 계약이 난항을 겪는가 하는 평도 있었지만, 22만 달러라는 합리적인 계약을 통해 메츠에 입단했다. 그 뒤 각 수준별 리그를 단계별로 모두 거치며 빠른 성장을 하진 못했지만, 2007년 A+, 2008년 AA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게 되어 AAA를 건너뛰고 바로 메이저리그로 승격된다. 이때의 에반스는 작년까지 메츠에서 주전 선수로 뛰며 작년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다니엘 머피와 2년 연속 같은 수준의 리그에서 뛰었다. 그는 두 해 모두 머피보다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더 빨리 승격될 수 있었다.



사지2.png

 

메이저리그에 승격이 된 뒤 에반스는 주 포지션인 1루수보다는 그 당시 빈틈이 있었던 외야 자리를 파고들어 좌익수로 주로 출전하였다. 그는 데뷔전에서 3개의 2루타를 치며 60년간 2번밖에 없었던 진기록을 만들어내는 등 50경기에서 .257/.303/.404의 성적을 보여주며 시즌 중반 콜업된 선수로는 나름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특히 좌투수를 상대로 .894의 OPS를 기록하며 좌투 상대 플래툰 플레이어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런 쏠쏠한 활약들로 인해 에반스는 BA(Baseball America)가 선정한 메츠 내 유망주 순위 9위에 오르며 다음 해를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로 시즌을 마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도 잠시, 2009년 메츠 역시 여전히 외야수가 부족하고 주전 1루수였던 카를로스 델가도마저 시즌 초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1루수 자리까지 무주공산이었음에도 에반스에게 빠른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이는 2008년 에반스보다 더 늦은 시기에서야 콜업이 된 머피가 오히려 메이저리그에서는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였고, 2009년 스프링 캠프에서 역시 더 나은 성적을 내어 먼저 메이저리그에서 기회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사진3.png

 

 

그렇게 머피는 시즌 초반 좌익수-델가도 부상 이후에는 1루수 자리를 그대로 꿰찼다. 그는 에반스가 원했을 자리에서 메이저리그 주전 선수로서의 입지를 다진 채, 다시는 마이너리그로 돌아가지 않았다(부상 리햅 경기 제외). 그 와중에 에반스는 마이너리그에서 분투하여 뒤늦게 메이저리그에 콜업이 되지만, 이번엔 2008년에 비해 크게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며(.231/.275/.385) 시즌을 마치게 된다.

 

메이저리그 콜업 2년 차, 메이저리그에서 버틸 수 있을 만한 선수일지 아니면 AAAA급 선수일지를 판단 내릴 수 있는 시기이기에 리그에 적응해야 할 신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에반스는 그 2년 차에서 성공하지 못 했고, 중요한 시기를 이겨내지 못한 대가는 혹독했다. 그 뒤 에반스는 마이너리그에서는 잘하다가, 시즌 중 메이저리그에 콜업되고 나서는 별 볼 일 없는 활약을 보여주는 상황의 반복이었다.


2011년 시즌 이후 에반스는 결국 메츠의 40인 로스터에서조차 제외된다. 2012년 몸담았던 피츠버그 마이너리그팀에서는 시즌을 통째로 쉬어야 할 큰 부상을 입는 등 악재를 겪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후 에반스는 2013년 애리조나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재기를 도모한다. 그러던 중 2014년, 그는 애리조나 AAA팀인 리노 에이시스에서 갑자기 엄청난 타격 퍼포먼스(.354/.423/.631)를 보여주게 된다. 이로 인해 일본 프로야구팀인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눈에 띄어 2015년 두산에서도 뛰었던 루츠의 대체자로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였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그전 AAA에서의 좋은 활약을 보인 것과는 반대로 5경기 .111/.111/.111의 기록만을 남기며 리노로 돌아오고 만다. 다시 돌아온 리노에서는 2015년 .310/.381/.479의 무난한 성적을 보여주었고, 그 계기로 이번에는 두산 베어스의 레이더망에 걸리게 되어 2016년 55만 달러의 계약으로 두산에 입단하게 된다.

 

 

Scouting Report

 

에반스의 가장 확실한 툴을 꼽자면 빠른 배트 스피드에서 비롯된 파워를 꼽을 수 있는데, 데뷔 초창기 시절부터 어디에서든 그의 높은 파워를 가장 큰 장점으로 평가했다. 실제로도 2006년 A에서 565타석 15홈런, 2007년 A+에서 440타석 15홈런, 2008년 AA에서 326타석 14홈런으로 리그가 점점 상위리그로 올라감에도 오히려 타석 대비 홈런 수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8년 메이저리그에 콜업될 때 머피에 비해 빨리 콜업되었던 이유도 이러한 확실한 파워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해 시즌 후 평가에서는 ‘다니엘 머피보다 더 좋은 파워를 가지고 있다’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명시되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타고투저인 PCL에서 뛰었고 그의 팀 리노의 홈구장이 타자에게 더욱더 유리한 구장임에도 2015년 장타율 .479에 583타석 동안 홈런을 17개밖에 때리지 못하는 등 다소 파워가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홈런이 잔혹하도록 나오지 않는 두산의 홈구장, 잠실구장에서는 더 나쁜 홈런율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2015년 2루타가 37개로 PCL에서 전체 4위를 기록하기도 한 것을 보았을 때, 홈런은 많이 치지 못하더라도 2루타를 많이 생산해내는 ‘갭히터’로서의 역할까지는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좋았던 파워툴과는 다르게 나머지 툴들은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다. 먼저 컨택, 선구 등의 타격툴을 살펴보면 이 툴은 에반스가 머피와 다르게 메이저리그에서는 성공을 이루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사진4.png

 

 

둘의 BB/K를 살펴보면 마이너리그에서부터 큰 차이가 났으며 이런 구도가 메이저리그까지 이어져 갔음을 볼 수 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선구안이나 핸드-아이 코디네이션(손과 눈의 협응력) 같은 능력들이 부족했을지라도 다른 장점들이 많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반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서는 자신의 약점이 더 큰 약점이 되었기에 버텨나갈 수 없었다.

 

이러한 BB/K 차이의 원인을 좀 더 자세히 분석해보기 위해선 Plate Discipline 지표들을 참고해볼 수 있다. Plate Discipline은 타석에서 얼마나 참을성을 보여주었는지, 혹은 공에 방망이를 얼마나 맞혔는지 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다. 크게 Swing%(공에 대해 스윙한 비율), Contact%(스윙 시 배트에 공을 맞힌 비율)로 나뉘는데, 각 지표 앞에 O-나 Z-를 붙여 각각 스트라이크 존 바깥 공에 대한 상황, 스트라이크 존 안쪽 공에 대한 상황과 같은 세부적인 상황을 반영한 지표도 있다.

 

사진5.png

 

 

이 지표를 통해 둘을 비교해보면 BB/K의 큰 차이는 선구안보다 핸드-아이 코디네이션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O-Swing%(스트라이크 존 바깥 공에 대한 스윙률)에서 드러나듯 공을 골라내는 능력은 에반스와 머피 모두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Contact%에서는 에반스가 머피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즉, 무엇을 쳐야 할지는 구별할 수 있지만 손이 그것을 따라가는 능력은 부족했기에 공을 잘 맞힐 수가 없어 컨택률이 떨어졌고, 결국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 했던 것이다. 이런 능력들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능력들로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 타자들이 있지만, 적어도 에반스는 그러지 못 했다. 물론 마이너리그에서는 저런 부분에 약점이 있음에도 성공적인 타격을 보여주었던 만큼 한국 프로야구에 와서도 BB/K는 좋지 않더라도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좋은 성적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수비 역시 처음에는 의문이 드는 툴로 평가받았는데, 입단 후 루키리그 시절 3루수 포지션에서 수비력이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이로 인한 손해를 그나마 줄이기 위해 이듬해 바로 1루수로 전환을 하게 된다. 전환한 뒤로는 예상외로 크게 수비력이 나아져 무난한 수비수가 되었고, 2008년 마이너리그에서 Best Defensive 1B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좌익수는 팀의 필요에 따라 2008년부터 뒤늦게 보기 시작하였는데, 수비 능력이 많이 성장했던 만큼 역시 무난한 수비를 보여주었다. 물론 처음부터 꽤나 좋지 않았던 3루 수비는 끝까지 좋지 못 했다(3루수 통산 필딩률 0.935). 올 시즌 두산 같은 경우 3루수에 허경민을 주전으로 두고 1루수를 오재일 중심의 약간의 경쟁 체제, 좌익수를 강한 경쟁 체제로 만들려는 만큼 1루수와 좌익수 수비가 모두 무난한 에반스는 두산의 다양한 선수 기용에 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툴 이외의 곳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타격 성적에서 좌우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좌완 투수 대비 우완 투수 상대에서 크게 떨어진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데, 메이저리그 성적에서 이런 부분이 더욱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좀 더 수준 높은 우완 투수를 상대로 특히 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6.png

 

 

물론 반대로 생각해보면 에반스는 그만큼 좌완 투수에 확실한 강점이 있는 타자였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는 좌투수용 플래툰 타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반스가 우완 투수를 훨씬 더 많이 상대해야 하는 주전 선수로 뛰어야 함을 감안하면, 이러한 좌우 편차는 큰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한국 프로야구 같은 경우 미국보다 더 많은 비율의 우완 사이드, 언더 투수들이 존재하는 만큼 이 투수들에 대한 공략이 더욱더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The Future


정리해보면 에반스는 메이저리그에선 약간의 기회를 받았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마이너리그에서는 수위급 타자인 전형적인 AAAA급 타자라고 볼 수 있다. 이 정도 수준의 타자가 한국 프로야구로 가장 많이 넘어오는 유형이기에, 작년과 올해 합쳐서 테임즈, 모건, 한나한, 로사리오 정도를 제외하고는 각 팀 모두 비슷한 급의 선수를 외국인 타자로 두고 있다.


문제는 이런 타자들이 오기 직전의 AAA 성적과 크게 연관성 없이 대성공에서부터 처참한 실패까지, 너무나도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두산의 외국인 타자였던 로메로 같은 경우에도 삼성의 나바로에 비해 AAA 통산 성적, 오기 직전 성적 모두 비슷하거나 더 뛰어났지만(2015년 로메로 wRC+ 174, 2013년 나바로 wRC+ 118), KBO 성적으론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듯이 말이다.

 

물론 두산 같은 경우 이미 루츠와 로메로가 연이은 실패를 거듭했음에도, 또다시 비슷한 유형과 수준의 타자를 데려온 것은 다소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사진7.png

 

그러나 루츠, 로메로가 AAA에서 버틸 수도 없는 급의 처참한 성적인데도 억지로 데려온 것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처럼 AAAA급의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데려왔는데도 실패했던 것뿐인만큼 이번 선택 역시 무조건 잘못된 선택이라고는 볼 수 없다. 또한 루츠와 로메로 같은 경우 루츠는 부상이라는 변수가 발생했고, 로메로는 시즌 중반에 갑작스럽게 합류해 적응 시간이 부족했던 것 등 실력 외적인 부진의 이유들이 존재했다.

 

에반스는 이 둘과 다르게 스프링 캠프부터 착실히 시즌을 준비해 적응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부상의 징후 역시 보이지 않고 현재 시범 경기를 훌륭하게 소화하며 두산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라는 흑역사를 딛고 찬란한 역사로 바꾸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다른 팀의 좋은 외국인 타자를 쳐다보기만 하면서 국내 타자들의 집념으로 악바리 같은 우승을 해낸 두산, 올해는 외국인 타자와 함께 웃으며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을까. 에반스가 두산의 마지막 기념사진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기록 출처: Baseball-Reference, Fangraphs, Baseball America, Baseball Prospectus, MLB.com, RotoWire, MiLB.com, Minor League Central, MLBfarm


mets@bizballproject.com


bizball project [페이스북] [홈페이지]

저작권자 ⓒ bizball project,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하이파이브 1 공감하면 하이파이브 하세요!

댓글 0

두산 용병, 두산 외국인 선수, 두산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 두산 베어스 용병, 칸투, 다니엘 머피

등급
답글입력
Top
등급
답글입력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수정취소 답글입력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