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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케미스트리, 그리고 강팀의 조건 비즈볼프로젝트

류지호 (gulakk***)
2016.05.03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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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볼 프로젝트 봉상훈]

 

‘Chemistry’

1.(특정 물질의) 화학적 성질

2.(사람 사이의) 화학 반응   


영어사전에 나와있는 케미스트리(Chemistry)의 정의이다. 스포츠 분야에서 이를 재정의하자면, 선수와 감독을 비롯해 팀을 이루는 모든 구성원들의 정신적인 신뢰상태라고 표현하면 적절할 것이다. 팀 케미스트리가 스포츠 경기에서 끈끈한 조직력을 만들어내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지만 케미스트리라는 것은 나타낼 수 없는 무형의 것이기에 이것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야구에서 팀 케미스트리가 차지하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


기록의 스포츠라고 이야기되는 야구는 보통 숫자로 이야기하는 종목이다. 더군다나 플레이를 통계적으로 접근하는 세이버메트릭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야구는 그야말로 숫자의 홍수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도, 숫자로 분석할 수도 없는 팀 케미스트리를 주제로 선수나 구단을 평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세이버메트릭션들에게 케미스트리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바와 충돌할 수 밖에 없는 분야다. 그들은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BABIP가 높다는 근거로 타자의 하락세를 예상하고, ERA가 높지만 FIP가 낮다는 근거로 투수의 반등을 예상한다. 세이버메트리션들에게 케미스트리는 근거를 제시할 수도 없고 분석을 통해 답에 도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다 보니 이들 중에서는 간혹 케미스트리를 다소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팀 케미스트리는 팀 성적이 만든다’ 라는 말로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 케미스트리에 문제를 일으켜 팀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는 적지 않게 발견돼 왔다. 2011년의 보스턴 레드삭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아드리안 곤잘레스(트레이드 후 7년 1억 5400만 달러 계약), 칼 크로포드(Fa, 7년 1억4200만 달러 계약) 등을 영입하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보스턴은 시즌 후반까지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 집중력이 크게 흔들리면서 마지막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보스턴은 시즌 중에 테리 프랑코나 감독과 선수들간의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시즌 후 발렌타인 감독이 존 랙키, 존 레스터 등의 핵심 선수들이 경기 중에 치맥과 비디오 게임을 즐겼다고 밝히면서 이는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화려한 라인업을 갖추고도 케미스트리에 문제를 일으켜 실패를 경험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2014년에 ‘머니 볼’의 신화를 써내려 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도 또 다른 예다. 빌리 빈 단장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매우 유력한 상황에서 팀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야수 요니스 세스페데스를 보내고 보스턴으로부터 에이스 존 레스터를 받아왔다. 세스페데스는 당시 그 자체로 ‘팀 케미스트리’란 별명을 가졌던 선수다.


이미 제프 사마자, 제이슨 해멀 등의 선수를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던 오클랜드는 레스터를 트레이드 함으로써 트레이드로 확실한 에이스를 얻었다. 하지만 오클랜드의 주전 2루수인 제드 라우리는 팀 동료가 트레이드가 되는 것을 보면서 ‘팀 성적을 위해 납득하지만 잦은 클럽하우스 인원 변동은 케미스트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 빌리 빈 단장이 했던 말이 ‘팀 성적이 케미스트리를 만든다’ 였다. 하지만 2014년의 오클랜드 역시 후반기에 귀신에 홀린 듯 주춤하면서 지구 1위를 빼앗겼고, 와일드카드전에서 캔자스시티 로얄스에 역전패를 당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이외에 시카고 컵스에서 난동을 부려서 팀 분위기를 망쳐버린 카를로스 잠브라노, 옮기는 팀마다 트러블을 일으키고 감독 선수들의 비난을 받았던 호세 기엔 등 케미스트리를 망치는 선수들로 인해 팀 성적이 곤두박질 친 경우들이 있어왔다.


반대로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 캔자스시티 로얄스는 팀 케미스트리에 누구보다도 많은 연구와 시간 투자를 하는 팀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케미스트리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이 팀의 케미스트리는 우승을 하면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캔자스시티의 단장 데이튼 무어는 야구란 종목이 6개월동안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함께 운동을 해야 하는 스포츠이기에 다른 어떤 종목보다도 선수들간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캔자스시티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그들의 2011년 유망주들을 유망주 시절부터 대부분 같은 마이너리그 레벨에서 뛰게 하였다. 작년 우승 멤버인 에릭 호스머, 마이크 무스타커스, 살바도르 페레즈, 대니 더피, 재러드 다이슨 등은 모두 2011년에 데뷔한 선수들 이지만 이들이 같은 라커룸을 쓰고 같은 운동장에서 경기를 한 시간은 이보다 3~4년 전이다. 꽤나 긴 기간 동안 좋지 않은 성적과 경기력으로 비난 받던 네드 요스트 감독에게 지속적으로 연장 계약을 제시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또한 캔자스시티는 시즌 중에 우승을 위해서 다소 이해하기 힘든 영입들을 해왔다. 2014년의 스캇 다운스, 라울 이바네즈, 2015년의 쟈니 곰스가 바로 그 예이다. 이들은 나이도 많고 성적도 좋지 못한,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에서 노릴만한 선수들이 아니었다.

 

영입 당시 베테랑 3인방의 성적

스캇 다운스 : 2014년(38세)  23.2이닝 / 6.08 ERA

라울 이바네즈 : 2014년(42세)  .157/.258/.265, 3홈런

쟈니 곰스 : 2015년(34세)  .221/.325/.364, 7홈런


무어 단장은 이 베테랑들이 경기에서 활약하기 보다는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주고 벤치에서 활력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을 기대하며 기꺼이 유망주들을 타팀으로 보냈다.(곰스는 트레이드 당시 캔자스시티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이를 위해 선수들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이 트레이드 이후 뛴 경기수는 모두 합쳐서 겨우 62경기였다. 당연히 포스트시즌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이 세 명의 선수는 모두 월드시리즈가 끝나는 순간까지 벤치에서 일어나 함성을 지르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수건을 흔들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캔자스시티 로얄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고 10만명이 모인 도심 세레머니를 할 때에도 마이크를 잡고 초반 연설을 한 주인공은 프랜차이즈 스타 알렉스 고든이 아닌 바로 ‘이방인’ 곰스였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3루수 닉 카스테야노스가 지난 겨울 MLB Network 라디오를 통해 캔자스시티의 특별한 팀 케미스트리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으며 알렉스 고든이 FA시장에서 더 좋은 오퍼를 받았음에도 거절하고 캔자스시티와 재계약을 맺은 부분도 이 팀의 케미스트리가 야구 내외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보여준다.

 

좋은 케미스트리를 오랫동안 유지한 또 다른 팀으로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2012년 5전 3선승제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1,2차전을 내주었다. 그리고 3차전 경기를 앞서, 팀에 합류한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헌터 펜스는 팀원들을 모아놓고 덕아웃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이례적으로 경기 전 서로 어께동무를 하고 격려를 하며 경기를 시작한 샌프란시스코는 거짓말처럼 신시내티를 상대로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2012년 샌프란시스코가 우승을 하는데 케미스트리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쳤는지는 수치로 나타낼 수 없다. 하지만 매 경기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선수들의 격려에 앞장선 헌터 펜스의 리더십과 샌프란시스코의 끈끈한 케미스트리는 분명히 야구 팬들에게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미 강력함을 잃어버린 과거의 에이스 팀 린스컴에게 2년 3500만불의 거액 계약을 제시했으며 린스컴 또한 2014년의 포스트시즌에서 거의 뛰지 못함에도 팀의 구성원으로 어떠한 역할이라도 맡겠다며 나섰던 그의 모습 역시 샌프란시스코라는 팀이 구단과 선수들 사이에 얼마나 끈끈한 케미스트리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All I can say is, you can’t buy chemistry.” (케미스트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위 문장은 샌프란시스코의 1루수 브렌든 벨트의 유명한 인터뷰이다. 케미스트리는 단순히 성적이 좋은 팀이 가질 수 있는 부록과 같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절대로 강요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좋은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한다. 하지만 훌륭한 팀 케미스트리가 이루어졌을 때 팀은 기대 이상의 힘을 가지게 된다.


케미스트리가 좋은 팀은 선수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어떠한 순간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해내려고 한다. 선수들은 감독의 어떠한 판단에도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리고 구단의 결정에 만족하며 자신이 이 팀에 속해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하며 자신의 플레이를 해낸다. 이것이 케미스트리가 좋은 팀의 모습이며 이는 곧 강팀의 모습이다.


여전히 케미스트리가 팀의 성적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는지는 수치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팀들은 그들만의 케미스트리를 이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캔자스시티가 베테랑들을 영입하고 샌프란시스코가 경기 전에 덕아웃에서 투지를 다지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캔자스시티 로얄스가 올해 여름에도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어떤 깜짝 영입을 보여줄지, 그리고 헌터 펜스가 이번엔 어떤 리더십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우승으로 이끌지를 지켜보자.


 

일러스트: 비즈볼 프로젝트 이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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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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