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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People kt 위즈 이대형 & 박경수 MEMORIES

dugout*** (dugout***)
2016.05.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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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우리 되게 친해요!

 

독자들에게 퀴즈 하나 내겠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재담꾼’과 ‘우월한 후배들 사이에서도 굳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얼굴 천재’. 누군지 감이 잡히는가? kt 위즈의 새로운 ‘캡틴’ 박경수와 ‘댕이오빠’ 이대형이 그 주인공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준비한 <더그아웃 매거진>의 콘텐츠 중 하나! 비록 가족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까운 두 남자가 뭉쳤다. 함께한 시간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두 남자의 유쾌하고 훈훈한(?) 모습을 소개하겠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박지인 Location 수원kt위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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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적막한 수원 kt 위즈파크 더그아웃에 하얀색 홈 유니폼을 차려입은 박경수와 이대형이 나타났다. 다소 쌀쌀했던 공간이 두 사람의 등장으로 따스해졌다. 곧바로 촬영을 시작했다. 몸을 풀기 전이었지만 그들의 입은 이미 풀려있었다. 촬영 도중 이대형은 “좀 더 친해 보이게(?) 연출할까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가만히 있을 박경수가 아니었다. 화보 촬영 도중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 왔고, 에디터는 급히 조명을 붙잡았다. 이를 지켜보던 박경수가 “저보다 민첩한 것 같아요. 혹시 야구하실 생각 없어요?”라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들의 호흡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빛이 났다. 어디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사실 이대형은 그가 가진 화려함에 비해 인터뷰를 꺼려왔던 편이다. 특히나 단짝 박경수와의 인터뷰는 더더욱 찾기 힘들었다. 십 년 넘게 한 팀에 있었던 친한 사이. 심지어 작년에는 함께 SBS 예능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에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었다. 자연히 공동 인터뷰 제의도 많았을 터였기에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제가 인터뷰를 자주 하는 스타일이 아니긴 해요. 그래서 둘이 같이 인터뷰 하는 건 아마 처음일 거예요.”(이대형) “맞아요. 대형이 형은 인터뷰를 잘 안 하죠. 처음 인터뷰 얘기 듣고 ‘대형이 형이 인터뷰를 한다고?’라고 생각했죠.”(박경수) “저는 아무렇지도 않았거든요. 같이 인터뷰하자고 해서 ‘그럽시다!’ 한 건데. (웃음) 안 하는 거지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경수랑 함께 하니 재미있겠다 싶었어요.”(이대형)

 

 

2015시즌은 두 사람에게 여러모로 기억될 만한 한 해였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박경수는 십여 년 동안 정들었던 LG 트윈스를 떠났다. 이대형 또한 KIA 타이거즈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음에도 신생팀 특별지명권을 가진 kt로 팀을 옮기게 되었다. 신생팀에서 다시 선수 생활을 함께 하게 된 두 사람. 지난 시즌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인 둘은 서로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적 후 첫 시즌을 신생팀에서 보낸 거잖아요. 부담도 많았죠. 그럼에도 저희 둘 다 작년 한 시즌 잘 보낸 것 같아요. 특히 경수가…. (웃음) 경수가 작년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서 기쁘더라고요.”(이대형) “작년 대형이 형은 딱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있겠네요. ‘과연 소닉이다’ (웃음)”(박경수) “그게 무슨 소리야. 더 멋있는 표현 없어? (웃음)”(이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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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고 천재 유격수. 수원에서 알을 깨다

올 한 해 kt를 이끌 새로운 주장 박경수. 은퇴 시 해설가 영입 1순위로 뽑힐 만큼 엄청난 입담의 소유자인 박경수와의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지난해 <더그아웃 매거진> 44호에서 만난 박경수는 “아침 기상 시간부터 유니폼 입는 순서까지 모든 루틴을 바꿨다”라고 밝혔었다. 당시 kt 팬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루틴이 달라진 것이냐?”라며 우리에게 정확한 설명을 요구했었다.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박경수에게 보충 설명을 부탁했다.

 

 

“예를 들어볼게요. 야구장에 열두시까지 도착해야 한다면 늘 11시에 잠에서 깼습니다. 그때부터 준비했었죠. 순서를 바꾼 이후에는 더 일찍 일어났어요. 그럼 그만큼 개인 훈련을 했을까요? 아닙니다. (웃음) 일단은! 딸과 좀 놀아줬어요. 그러다 보면 ‘아빠 박경수’가 ‘야구선수 박경수’가 될 시간이 와요. 일찍 일어난 만큼 출근 시간도 빨라졌죠.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치료를 할 시간이 늘어난 거예요. 그렇게 경기 준비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물론 올해도 바뀐 루틴을 똑같이 유지 중입니다.” 마음가짐과 루틴이 달라진 덕분인지 박경수는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눈에 띄는 성적 향상을 이뤘다. 2015년, 만년 유망주였던 박경수는 마침내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 냈다.

 

 

주장이 된 소감! 이미 숱하게 질문 받았겠지만 조금 신선한 대답 부탁드려요.

처음 주장 선임되고 인터뷰를 많이 했어요. 그때는 주장에 대해 막연한 걱정이나 두려움도 있었고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주장 뭐 없는 것 같아요. 단장님이 워낙 잘해주시기 때문에. (웃음) 확실히 ‘C’ 마크를 달고 나서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많이 생겼어요. 게임을 지면 ‘내가 뭘 잘못해서 졌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주장이 아닐 때와 받는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다.

 

 

선수들의 투표로 주장이 된 거라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평소 어떤 선배였기에 뽑혔을까요?

저뿐만 아니라 대형이 형도 마찬가지로 후배들과 장난을 많이 쳤어요. 즐겁게 야구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는데 주장이 됐네요. 참고로 후보가 두 명이었어요. (웃음) 탈락하신 분 소감 한 번 들어볼까요? (이대형 : 후보가 저랑 경수였는데 대권에서 제가 밀렸죠. (웃음))

 

 

지난해 주장 신명철 선수는 성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신명철 선수 말고도 주장이 된 후 부담 탓에 성적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 부분이 두렵지는 않아요. 주장 완장 달았다고 해서 겉으로 큰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주장이 된 탓에 성적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준비를 잘하면 팀도 저도 좋아질 테니까 좋은 평을 해주시리라 믿어요. 더 열심히 해야죠.

 

 

어떤 스타일의 주장이 되고 싶은가요?

선수단 투표로 주장이 된 거잖아요. 이걸 바꿔서 말하면, 선수들이 자기 말에 귀 기울여 달라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저희 팀 같은 경우 후배 선수들이 팀을 잘 만들어줘야 하거든요. 그냥 선수들 말에 귀 기울여 주니 후배들도 잘 따라와 주고 있어요. 선배들도 많이 도와주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어요.

 

야구 이야기를 해볼게요. 작년 홈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커리어 내내 장타율 4할 시즌도 없었던 박경수 선수잖아요.

네…. (캡무룩)

 

 

그런데 지난 시즌 처음으로 장타율 5할을 단숨에 돌파했어요. 대체 뭐가 달라졌나요?

타격 메커니즘이 달라졌고, kt에서 해주는 전력분석도 저에게 잘 맞았어요. 제가 가진 여러 가지 중에 달라진 건 한두 가지 뿐이거든요. 그런데 그 변화가 나머지 부분들과도 맞물려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물론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따로 있어요. 멘탈입니다. ‘잘해야지’라는 부담을 내려놓고 긍정적으로 생각한 게 가장 큰 변화 같습니다.

 

 

동시에 출루율이 0.399였어요. 아쉽게 4할을 못 넘긴 건데, 아쉬움은 없었나요?

물론 4할을 넘겼다면 더 좋았겠죠. 그런데 조금의 차이로 4할을 넘지 못했다고 해서 아쉽다거나 ‘4할을 넘겼더라면’하는 욕심은 전혀 없었어요. 0.399나 0.400이나 높은 출루율이잖아요. 팀이 이기는데 기여를 많이 했다고 생각해서 그 차이에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중략)

 

 

인터뷰 도중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kt 김진훈 단장이었다. 조용히 인터뷰를 지켜보던 김진훈 단장. 그의 기척을 느낀 이대형과 박경수가 인사를 건넸다. 김진훈 단장은 에디터에게 팁을 주겠다며 두 선수의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꼽은 ‘야구장 출근 일등’은 박경수. ‘그라운드에 가장 먼저 나오는 선수’는 이대형이었다. 앞서 박경수의 빠른 출근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 이대형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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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은 댕이오빠

KBO리그 팬들은 꽃미남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오지환(LG 트윈스), 정수빈(두산 베어스) 등 팬들의 눈을 만족시키는 선수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많아졌지만 이대형의 위치는 굳건하다. ‘그래도 아직은 댕이오빠’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얼굴만으로 그를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이대형은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할 만큼 발이 빠른 사나이로 익히 알려져 있다. ‘얼굴만 잘하는 줄’ 알았던 이 남자, 얼마 전 KBO리그 역사에 자신의 발자취를 하나 더 남기고야 말았다. 4월 1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도루 2개를 추가하며 통산 450도루를 달성한 것이다. KBO리그에서 전준호(2004년), 이종범(2005년), 정수근(2008년) 단 세 선수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니 그야말로 ‘발로 뛰는 야구’의 산증인인 셈. 물론 그는 아직 부족하다며 칭찬 앞에 손사래를 친다. 그는 앞으로 500도루, 550도루를 향해 오직 눈앞에 있는 베이스만을 바라보며 달릴 것이다.

 

 

득점권 타율(0.290)이 생각보다 높아요. 이대형 선수는 득점권에서 어떤 마음인가요?

아무래도 득점권에 주자가 있으면 생각이 달라져요. ‘내가 잘하면 점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마음먹게 되거든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내가 여기서 잘 쳐야 경기에 보탬이 되니까. 집중력의 차이가 가장 크죠.

 

 

내야 땅볼을 쳐서 선행주자가 아웃되는 대신 본인이 출루를 하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지난해에도 선행주자가 아웃된 적이 스물아홉 번. 리그 1위였습니다. 이에 대한 솔직한 속내가 궁금해요.

이거 별로 안 좋은 기록이죠? 남 죽이고 나만 사는 뭐 이런 거요. 주자 살인이라고도 하던데요? (웃음)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타석에서 병살타에 대한 부담 없이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장점인 것 같습니다. 다른 타자들은 병살에 대한 부담이 커서 제대로 공을 못 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저는 그런 두려움이 적다는 거죠. (박경수 : 대형이 형은 땅볼 치고 1루에서 살면 도루하면 되잖아요) 제가 워낙 발이 빠르기 때문에 한 번에 두 명을 죽이진 않죠. (웃음) 물론 선행주자와 제가 모두 살아나간다면 가장 좋겠죠?

 

 

스타일 상 홈런이 적어요. 지난 시즌에는 규정타석을 채우고도 홈런이 없었죠. 오죽하면 이대형의 홈런을 ‘탕수육 쿠폰’에 빗대기도 하니까요. 올해는 홈런 기대해도 될까요?

탕수육 얘기 알죠. 일부러 안치는 거예요. (웃음) 탕수육 사야 하니까. 올 시즌에는 여유가 있다면 홈런 하나 정도는 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중략)

 

 

LG 시절 응원가 욕심은 안 나요? 정말 좋았잖아요. 슈퍼소닉! 이대형 안타!

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 안타! (웃음) 욕심나죠. 그렇다고 제가 쓸 수도 없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욕심은 나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지금 응원가도 좋아요.

 

 

결혼 후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박경수와 달리, 이대형은 아직 나 혼자 사는 혼자남! 종종 박경수 선수 집에 가서 밥을 먹는다는 제보가 <더그아웃 매거진>에 들어왔다. 그래서 이대형에게 직접 사실 여부를 물었다. “저 경수 옆 동 살아요. 자주는 아니고 한 세 번 정도 갔나? 경수가 밥 먹으러 오라는데 괜히 폐 끼치는 것 같고 그래서 잘 안 가요.”(이대형) “전화해서 오라고 해도 잘 안 와요. 와이프도 여잔데 이대형이 온다면 싫을 리가 있겠어요? (웃음) 제가 5년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와이프랑 대형이 형은 그때부터 서로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박경수)

 

 

친한 동생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부러운 마음이 들 법도 하다. 여기서 많은 여성 팬들이 궁금해 할 질문 하나를 던졌다. 이대형에게 여자친구란? “여자친구요? 연애가 뭔가요? (웃음) 연애가 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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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같은 너. 난 너만 들이쉬면

두 사람의 인연의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 모두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에 지명 받아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나이는 이대형이 한 살 형이지만 이대형이 고교 시절 유급했던 탓에 둘은 입단 동기가 되었다. 입단부터 함께 한 두 사람은 서로의 첫인상을 어떻게 기억할까. “저희가 2002년 9월 즈음에 봤으니까 어느덧 15년이 지났네요. 그때 경수는 제가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죠. 전체 1번 지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달고 있었기 때문에. (웃음) 경수는 워낙 잘해서 ‘넘사벽’이었습니다.”(이대형) “쳐다보지도 못하고 이런 건 없고요. (웃음) 8월쯤엔가 지명을 받고, 치르던 대회가 일찍 끝나서 저랑 (우)규민이랑 동대문야구장에 놀러갔어요. 저희는 이미 휴가기간이니까 훈련하는 대형이 형 뒤에서 ‘어 형!’ 하면서 인사한 적도 있어요.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닌데 같이 LG에 입단하게 됐으니까 잘 지내보려 했던 거죠. 그 인연이 결국 여기까지 이어졌네요.”

 

 

그들의 말처럼 강산이 한 번 변했고, 입고 있는 유니폼도 변했다. 갓 20대가 되었던 그 시절과 30대 중반이 되어가는 현재,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저희요? 딱히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아요. 꾸준히 그때랑 비슷하게 지냈어요.”(이대형) “저는 처음에 대형이 형 되게 어려웠어요. 너무 잘 생겨서. (웃음) 옆에 가면 얼굴 빨개지고 그랬거든요. 오징어가 될까봐 걱정되기도 하고요. (웃음) 지금도 그 당시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대형이 형 스타일이 어딜 가나 대장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서 이미지가 크게 달라지고 그런 건 없어요.”(박경수)

 

 

돌고 돌아 kt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자주 보던 얼굴을 전혀 새로운 공간에서 마주한 기분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을 서로가 있음으로 인해 더 빠르게 이겨냈다. “되게 좋았어요. 팀을 처음 옮겨서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대형이 형이 온다고 해서 바로 전화했죠. 그래서 집도 옆 동으로 오게 된 거예요.”(박경수) “저도 급하게 팀을 옮기게 된 거라 경수 없었으면 더 힘들었겠죠. 서로가 있어서 더 편해졌습니다.”

 

 

지난 3월 미디어데이 때 캡틴 박이 “5강에 갈 경우 이대형 상의 탈의 시키겠다”고 공약을 내걸었죠. 사전에 동의가 된 건가요? 실제 5강에 갈 경우 자진해서 탈의할 건지도 궁금해요.

이대형(이하 이) 경수가 미리 얘기는 했어요. 상의 탈의쯤이야 어렵지 않죠. 춤추는 것만 아니면. (웃음) 지금이라도 벗을 수 있도록 운동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공약을 걸었으니까 어쩔 수 없네요.

박경수(이하 박) 마운드에 허수아비처럼 묶어놓을 거예요 진짜. (웃음) 이미 동의도 받아 놓은 상태니까요. 이번엔 상의였으니까 다음 시즌 공약은 하의 탈의입니다. (웃음)

 

 

미디어데이 이야기를 마저 할까요? 당시 박경수 선수가 ‘대형이 형의 소심한 성격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는데, 예를 들어줄 수 있나요?

대형이 형이 사람들 많은 데 나가는 자체를 꺼려해요. 인터뷰도 안 하고. 사실 평소 성격이 소심하진 않거든요. 그런 모습을 한 번쯤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형이 워낙 팬들도 많고 뭐 하나 해도 이슈가 크게 될 테니까.

잘 안했는데 뭐…. 주장이 하라면 해야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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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것만 고치면 참 좋은데...’ 하는 서로의 단점 하나씩만 꼽자면 무엇인가요? 야구와 상관없어도 좋아요.

지금 싸움 붙이시는 거예요? (웃음) 농담이고요. 경수는 단점이랄 게 정말 없어요.

저도 크게 꼽을 게 없어요. 너무 짠 것 같나요? (웃음)

 

 

반대로 ‘이거 하나만큼은 박경수가 최고다’, ‘이거 하나만큼은 이대형이 최고다’ 하나씩만 뽑아주세요. 서로에게 부러운 걸 이야기해도 괜찮고요.

조금 전에 ‘대형이 형 평소 성격은 안 소심하다’고 말했잖아요. 대형이 형은 뒤끝이 없어요. 한 번 아니면 아닌 거예요. 말하고 보니 장점이자 단점이네요. (웃음) 모든 사람이 맞다고 해도 본인이 아니면 그건 아닌 걸로 끝나는 거죠. 부러운 건… 꼭 한 가지만 꼽아야 하나요? (웃음) 저는 다 바꿨으면 좋겠어요. 이대형으로 한 달만 살아보고 싶어요. 저 얼굴로 살면 무슨 기분일까요?

저는 고집이 센 편이라 아니면 아니거든요. 경수는 성격 자체가 워낙 무난하고 좋아서 그게 부러워요. 가정도 꾸렸잖아요. ‘나는 나이가 서른넷인데 뭐했나…’ 이런 생각도 들죠. 워낙 아이를 좋아해서 빨리 단란한 가정을 만들고 싶은데 어렵네요. 제가 보기와 다르게 엄청 다정하거든요. (웃음)

대형이 형이 워낙 애기들을 좋아하고 또 잘 놀아줘요. 저희 딸이 항상 이대형 삼촌 하면서 타격 폼도 따라하고 응원가도 따라 불러요. 대형이 형이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대형 닮은 아이는 저도 기대되거든요. (웃음)

 

 

10년이 넘은 인연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어렸을 때 워낙 재미있게 지냈어요. 숙소 생활을 몇 년 같이 해서 아무래도 그때가 기억에 많이 남죠. 방이 다 붙어있어서 거의 한 방 쓰듯이 살았으니까요.

한창 야인시대 유행할 때 대형이 형 방에 다 같이 모여서 치킨 시켜 먹으며 같이 TV 보고 얘기하고 그랬던 게 기억에 남아요.

 

 

박경수에게 슈퍼소닉이란?

제 ‘멘탈 선생님’이요. 최대한 의식 안 하려고 해도 대형이 형 눈엔 ‘잘해야 해, 잘하고 싶다’는 강박에 쌓인 제 모습이 보이나 봐요. 그럴 때마다 옆에서 한 마디씩 해줘요. ‘그러다 부상당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라.’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내일 게임 준비 열심히 해라.’ 등의 얘기를 많이 해줬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이대형에게 캡틴 박경수란?

저의 든든한 빽? (웃음) 여러분, 저 박경수랑 되게 친해요! (웃음)

 

올 시즌 목표. 안 물어볼 수 없죠!

기록에 대해 목표를 정해놓기 보다 안 다치고 많은 경기 출전하는 거요. 그러다 보면 기록은 자연스레 쌓인다고 생각해요.

저도 목표는 전 경기 출장이에요. 제가 수치로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올 시즌 안 다치고 경기 잘 나오는 게 목표입니다.

 

 

kt의 캡틴 박경수 선수가 올 시즌 기대하고 있을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kt 위즈 박경수입니다. 시즌 시작한지 얼마 안 됐는데 분위기도 좋고 성적도 괜찮게 나오고 있는 것 같아서 주장으로서 기분이 좋습니다. 지난 한 해 받은 사랑이 너무 컸기 때문에 올해는 더 많은 승리로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초반이지만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 팬 분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응원 열심히 해주시면 더 많은 승리로 꼭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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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선수를 한 번에 인터뷰 하려니 긴장이 앞섰다. 게다가 아침부터 수원에서 진행된 촬영에 혹여나 인터뷰할 때 지친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역시 ‘갓’들다운 입담을 선보였다. 두 사람의 재치 있는 멘트에 준비해 간 질문이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심지어 너무 웃느라 질문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다.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 온 두 사람이기에 ‘토크 케미’는 어마어마했다. 농담처럼 툭툭 던지는 말들 속엔 서로에 대한 이해와 깊은 신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덧 15년이 지났다. 변함없이 동료이자 친구로 힘을 주는 두 사람의 훈훈한 우정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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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6년 5월호(61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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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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