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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개막 특집] 알렉스 마에스트리 스카우팅 리포트 스카우팅리포트

류지호 (gulakk***)
2016.05.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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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볼 프로젝트 박기태] 2007년 이후 계속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 이글스는 올해도 FA 시장에 돈을 풀며 전력 보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한화의 전력 보강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 후반기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해 대박을 터뜨린 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총액 19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은 데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447경기에 나섰고 아직 한창 전성기일 나이(만 27세)의 타자 윌린 로사리오를 총액 130만 달러에 영입했다.


남은 외국인 선수 자리는 하나. 로사리오 영입 이후 장고를 거듭하던 한화는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4년을 뛴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Alex Maestri, 30)를 최대 5,000만 엔(연봉 2,000만 엔, 옵션 3,000만 엔)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한창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을 때 한화로 이적한 로저스, 로사리오보다는 이력이 덜 화려하지만, 한화 측에서는 일본 리그에서 뛴 경력을 높게 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Background


이탈리아 체세나에서 태어난 알렉스 마에스트리는 KBO리그를 찾은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먼저 프로 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한 곳이 이탈리아라는 점부터 색다르다. 2005년 이탈리아 베이스볼 리그에서 선수로 뛴 마에스트리는 2006년 제 1회 WBC에 이탈리아 대표팀으로 선발됐고, 주로 마무리 투수로 뛰었다. 이때 이탈리아 대표팀의 투수 코치가 컵스의 스카우트였는데, 그를 통해서 마에스트리는 WBC 종료 후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항간에는 마에스트리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이탈리아 출신 선수가 계약한 최초의 사례라고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마에스트리 이전에 7명의 이탈리아 태생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데뷔를 했고, 그중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한 알렉스 리디(Alex Liddi)는 유일하게 성장기를 이탈리아에서 보낸 선수였다. 대신 일본과 한국에서 처음으로 뛴 이탈리아 출신 선수라는 기록은 계속해서 유효하다.


어찌 됐든 희귀한 배경을 가지고 출발한 마에스트리의 미국 생활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2006년 하위 싱글A 리그에서 출발해 2008년 더블A로 승격했지만, 그 이상의 승격은 없었다. 보직은 2008년 잠시 선발 투수를 맡았던 것 외에는 계속 구원 투수였다. 유망주 순위에서도 높은 자리에 들지 못하는 등, 별다른 발전을 보이지 못한 마에스트리는 결국 2011년 4월 컵스에서 방출됐다.


그 뒤로는 험난한 여정을 겪었다. 2011년에는 미국의 독립 리그에서 뛰었고, 그해 겨울에는 호주의 윈터 리그에 참가했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잠시 이탈리아 리그를 거친 뒤 일본 독립 리그의 문을 두드려 카가와 올리브 가이너즈에 입단했다. 여기서 마에스트리는 31경기에 등판해 50.2 이닝을 던져 2승 무패 12세이브 평균자책점 1.24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것이 일본 프로 야구의 눈에 들어 2012년 7월 4일, 마에스트리는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하게 된다. 일본 프로 야구 최초의 이탈리아 출신 선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입단 첫해 마에스트리는 선발 투수로 8경기에 등판, 49.2이닝을 던지며 4승 3패 평균자책점 2.17을 기록한다. 시즌 도중 연봉 220만 엔에 데려온 선수치고는 굉장히 좋은 성과였다. 이에 오릭스는 마에스트리와 종전보다 대폭 인상된 연봉 1,500만 엔에 재계약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 후 3년 동안의 활약은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2년 차였던 2013년에는 2군에서 시즌을 맞이했고, 4월 초 1군에 올라와 한 달 동안 3경기 선발 & 1경기 구원으로 나섰으나 4경기 15.2이닝 16실점(12자책) 평균자책점 6.89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기며 다시 2군으로 강등됐다. 6월 말 다시 1군에 올라왔으나 8경기에 선발로 나서는 동안 인상을 바꾸지 못했고, 결국 9월부터 구원 투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시즌을 마감했을 때 남겨진 성적은 24경기(11선발) 7승 5패 75이닝 평균자책점 5.40이라는 실망스러운 숫자였다.


2014년에는 선발 투수가 무너진 상황에서 뒤를 맡는 롱 릴리프 보직을 맡았다. 성적은 36경기 50.1이닝 평균자책점 1.97.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공헌했고 평균자책점, 탈삼진 능력은 좋았지만, 볼넷을 많이 허용해 경기 내용 면에서 깔끔한 뒷맛을 남기진 못했다. 2015년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출장 경기 수와 이닝 수 모두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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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 시절의 마에스트리(사진 출처=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 홈페이지)

 

여러모로 오릭스 내에서 마에스트리의 입지는 탄탄하지 못했다. 연봉도 2014년 2,200만 엔, 2015년 3,000만 엔으로 핵심 외국인 선수 수준이 아니었다(마에스트리 전에 한화에서 입단 테스트를 본 히스는 지난해 9,000만 엔을 받았다). 결국, 마에스트리는 2015년 시즌 종료 후 오릭스의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며 오릭스 생활을 접었다. 일본 프로 야구 통산 성적은 96경기(21선발) 14승 11패 평균자책점 3.44.


이후 2016년 2월 다시 일본 독립 리그에 입단해 시즌을 준비하던 그는 갑작스럽게 진로를 틀어, 입단과 동시에 KBO 리그 최초의 이탈리아 출신 선수라는 독특한 기록을 세우며 한국을 찾게 됐다.



Scouting Report


우완 투수 마에스트리의 주무기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다. 그 밖에 체인지업, 스플리터를 던진다고 하지만 그 비중은 높지 않다. 선발 투수로 8경기에 나선 2012년 일본에서는 체인지업과 스플리터의 비중이 합해서 18% 정도였고, 구원 투수로 주로 나선 2013~15년에는 이것이 3~8% 수준으로 급감했다. 다시 말해 마에스트리는 두 가지 구종에 주로 의존하는 투수라고 할 수 있다.


마에스트리의 빠른 공은 낮은 스리쿼터 각도에서 나오며 평균 구속은 시속 140km 초중반, 최대 구속은 시속 150km 가량이다. 헛스윙 비율만 놓고 봤을 때, 일본에서 빠른 공의 위력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빠른 공으로 상대를 찍어누른다는 느낌은 받기는 어려웠다. 다만 피안타율은 최근 2년간 .273, .241로 다소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낮은 팔 각도 덕분에 빠른 공에는 싱커처럼 우타자 몸쪽으로 휘는 움직임이 가미된다. 일본에서는 빠른 공의 절반가량이 싱커/투심 패스트볼과 비슷한 '슈트'로 분류되기도 했다.


빠른 공을 뒷받침하는 무기는 역시 슬라이더다. 주로 구원 투수로 뛴 최근 3년(2013~15) 동안 매년 슬라이더의 구사율은 30%를 넘었다. 피안타율 역시 .224 > .080 > .214로 매우 인상적이었고, 헛스윙 비율도 13.8% > 19.9% > 16.0%로 준수했다.


그의 슬라이더는 과거 컵스 마이너리그에 있던 2007년 컵스 마이너리그 최고의 슬라이더로 선정된 바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의 날카로움은 아직 살아있다고 볼 수 있다. 슬라이더를 자주 쓴 덕분인지 마에스트리는 최근 2년 동안 많은 삼진을 잡아냈다. 9이닝당 탈삼진 비율(K/9)은 2014년 8.58, 2015년 7.23으로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런 주무기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바로 제구력과 좌타자 상대 성적이다. 마에스트리는 일본에서 뛴 4년 동안 2015년 한 해를 제외하고 항상 좌타자 상대로 더 나쁜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피OPS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우타자 상대 피OPS는 .390 > .661 > .434로 좋았던 반면, 좌타자 상대 피OPS는 .750 > .928 > .790으로 매우 나빴다. 슬라이더 외에 다른 변화구의 완성도가 낮은 것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좌타자 상대로 더 나은 성적을 기록했지만(vs우 OPS .818, vs좌 OPS .595), 더 심각한 문제가 고쳐지지 않았다. 바로 극심한 제구력 난조다. 마에스트리의 일본 4년 통산 9이닝당 볼넷 허용률(BB/9)은 4.02에 달한다. 4년간 기록은 2.17 > 3.84 > 5.36 > 4.89로 해가 지날수록 더 문제가 심해졌다. 첫 2년 동안 선발 보직으로 나선 적이 있음을 생각해보면 ‘선발 체질이다’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긍정적인 해석을 받아들이기엔 수치가 상당히 부정적이다.


자신의 약점을 의식한 것인지, 마에스트리는 3월 17일 SK를 상대로 한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부터 스플리터(포크볼)를 꺼내들었다. 스플리터를 활용해 첫 이닝에 3연속 삼진을 잡기도 했지만, 2번째 이닝에는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제구가 흔들리며 대량 실점을 허용했다.


경기 외적인 면에서 마에스트리는 큰 문제를 겪은 적이 없었다. 과거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어깨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접은 적이 있지만, 이미 1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라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여러 보도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 파란만장한(?) 경력은 새로운 팀에 잘 적응하리란 기대를 높이는 요소다.



The Future


객관적인 수치들만 놓고 봤을 때, 마에스트리가 KBO리그에서 성공할 것이란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많지 않다. 마에스트리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장기인 슬라이더와 최고 시속 150km까지 도달하는 구속, 그리고 최근 2년간 높은 수치를 기록한 탈삼진 비율 정도다. 뒤집어 말해 그 밖의 수치들은 자신 있게 내세우기 어려운 쪽에 속한다.


최근 KBO리그에 영입된 외국인 투수들의 경력이 크게 좋아졌지만, 기본적으로 빠른 구속, 준수한 제구력, 괜찮은 변화구를 갖춰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거기에 추가로 큰 체격(더스틴 니퍼트), 독특한 투구 동작(에릭 해커) 등이 가미되면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마에스트리가 들고 온 성적표에는 기본 소양인 제구력의 학점이 꽤 낮게 적혀 있다.


긴 이닝 소화와 좌타자 상대에 필요한 3번째 구종의 위력도 미지수다. 시범경기에서 스플리터를 점검하긴 했지만, 첫 이닝과 두 번째 이닝의 모습이 천양지차로 달랐다. 스플리터 2개로 연속 삼진을 잡아내기도 했지만, 만루 홈런을 맞은 공도 스플리터였다. 마에스트리의 커리어를 보면 스플리터의 완성도는 '던질 줄은 안다.' 수준일 확률이 높다.


또한, 선발 투수 역할을 기대받고 있음에도 마이너-일본 통산 선발 등판 횟수가 20회에 불과하다는 점은 큰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10년간의 기록만 보면 마에스트리는 전형적인 1이닝 구원 투수 혹은 롱 릴리프 보직에 더 적합한 선수다. 일본 진출 첫해 8경기에서 선발로 뛰었다고는 하지만 그해 전반기에는 독립리그에서 마무리 투수로 뛰던 중이었다. 8경기라는 표본을 많다고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며, 이듬해인 2013년 선발 11경기 등판 뒤 구원 투수로 보직이 강등된 전력은 큰 불안요소다.


냉정하게 말해 마에스트리는 이력서만 놓고 보면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선수다. 이런 기대치는 적은 연봉에도 반영되어 있다. 일본 시절에도 마에스트리는 많은 연봉을 받은 편이 아니었고, 한화 이글스와의 계약에서 보장된 2,000만 엔의 연봉도 최근 외국인 선수의 몸값이 치솟는 추세를 고려하면 헐값 수준이다. 모 매체에서 보도된 시나리오처럼 시즌 중반 한화가 ‘더 좋은 투수’를 찾았을 때 마에스트리가 방출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물론 과거의 경력과 연봉이 미래를 전부 말해주지는 않는다. 지난해 한화에서 뛴 쉐인 유먼이 대표적인 예시다. 유먼은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 별다른 기대를 받지 못 했지만, 결국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영입 성공 사례 중 하나로 기억에 남았다. 마에스트리가 국적과 관련된 독특한 이력 그 이상의 깊은 인상을 남기고, 부정적인 평을 모두 휴지통으로 던져 넣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사진출처: 한화이글스 홈페이지

자료출처: Baseball America, Baseballdata.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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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비즈볼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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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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