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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Otaku 아톰즈코리아 김동혁 대표 MEMORIES

dugout*** (dugout***)
2016.05.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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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글러브가 인정받는 그날까지

 

지금은 ‘얼마짜리’ 물건이냐가 아닌 ‘누가, 어떻게 만든’ 물건이냐가 중요한 시대다. 만든 사람의 정성과 혼, 그리고 소신이 담긴 물건의 값어치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으랴. 야구 글러브 생산업체인 ‘아톰즈코리아’의 김동혁 대표는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고의 글러브를 만들고 있는 장본인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진 글러브가 아니다. 저마다의 글러브에는 각고의 흔적이 가득하고, 만든 이의 땀이 배어 있다. 서울시 구로구에 자리한 아톰즈코리아의 사무실을 찾아 김동혁 대표를 만났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정지영 Location 아톰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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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에서 글러브 제작자로의 변신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야구 글러브 생산업체 ‘아톰즈코리아’의 대표 김동혁입니다.


 

원래 직업이 포토그래퍼라고 들었어요. 현재는 글러브 제작자의 삶을 살고 계시는데, 직업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워낙 야구를 좋아했어요. 야구를 즐겨볼 뿐만 아니라 2000년도부터 생활 체육 야구를 꾸준히 했죠. 그러던 어느 날 미래에 대한 고민이 찾아왔어요. 포토그래퍼로서의 앞날이 쉽게 그려지지 않더라고요. 좋아하는 야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렇게 하던 일을 그만두고 2005년에 야구 용품업에 뛰어들었어요. 그 후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글러브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포토그래퍼에서 글러브 제작자로의 변신, 멋진데요. 글러브 제작 기술은 어떻게 익히신 건가요?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일본에 갔어요. 아무래도 국내보단 일본의 글러브 제작 업계가 한 단계 발전한 상태니까요. 저는 일본의 글러브 생산업체인 ‘아톰즈재팬’에서 연수를 받았어요. 그곳에서 글러브 제작 기술과 노하우를 열심히 배웠죠.


 

‘아톰즈코리아’라는 상호명은 그곳의 영향을 받은 건가요?

네. 연수를 마친 뒤 국내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하려는데 브랜드 이름을 정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톰즈재팬’의 동의를 구하고 사용하게 됐습니다. 전혀 다른 회사인데 이름만 같은 거예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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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에 혼을 담다


 

지금은 국내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땠나요?

네. 처음엔 엄청 고생했어요. (혁무룩) 기술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으니까요. 맨땅에 헤딩이었죠. 그땐 마땅한 사무실도 없었어요. 곧 무너질 것 같은 허름한 공장에서 기계만 사놓고 죽어라 연습했죠. 물론 1년 동안은 벌이도 없었고요.


 

정말 힘드셨을 것 같아요.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친구들이요.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사업을 함께 시작했어요. 친구들이 있었기에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고,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친구들과 여전히 함께 일하고 있어요. 제가 말만 대표지 사실상 저희 모두가 회사의 주인이죠. (웃음)


 

그런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공이 더 값지지 않을까 싶어요. 아톰즈코리아의 글러브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저희는 비싸더라도 좋은 자재를 사용해요. 그리고 저희가 일본에서 배운 기술과 노하우를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하죠. 우리나라 선수들이 일본의 글러브를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데, 저희 제품이 일본의 글러브와 비슷하니까 처음에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그렇다면 현재 아톰즈코리아의 글러브를 쓰고 있는 프로선수들은 누가 있나요?

현재 KBO리그 내야수 중 약 30%가 저희 글러브를 쓰고 있어요. (뿌듯) 두산 베어스 김재호, 허경민, SK 와이번스 최정, 롯데 자이언츠 최준석, LG 트윈스 오지환, 손주인, 이병규, 강승호, 정주현, kt 위즈 박경수 등 더 많은데 막상 말하려니 생각이 안 나네요. (웃음)


 

와, 정말 많네요! 그런데 특히 내야수가 많은 이유가 있나요?

글러브에 가장 민감한 포지션이 내야수예요. 투수는 글러브로 공을 잡을 일이 많지 않아요. 그에 비해 내야수는 공을 많이 잡기도 하고, 내야수가 공을 한 번 더듬는 순간 주자가 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내야수의 글러브는 손에 잘 맞고 편해야하죠. 다른 포지션에 비해 내야수를 맞춰주는 것이 가장 어렵고 까다로워요. 일본에서는 내야수 글러브를 잘 만들면 다 잘 만든다는 인식이 있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사무실에도 프로선수들의 글러브가 정말 많네요.

네. 저희는 스폰 계약을 따로 하지 않아요. 그냥 우리 글러브 쓰고 싶으면 쓰라고 해요. 따로 계약서가 오가거나 하지 않죠. 대신 잘 썼으면 반납하라고 해요.


 

반납 하는 이유가 있나요?

네. 저희는 선수 글러브를 제작할 때 먼저 연습 동영상을 보고 스타일을 판단한 후, 그에 맞춰서 만들어요. 그리고 지속적으로 방문해 점검하고 조금씩 손을 봐주죠. 그러다 보면 손에 맞게 글러브가 점점 바뀌겠죠? 마지막으로 선수들이 사용한 글러브를 다시 받아 최종 수정작업을 거쳐 선수 스타일에 맞게 글러브를 제작합니다. 여기 있는 세 개의 글러브는 김재호 선수가 썼던 것인데, 같은 글러브처럼 보이지만 글러브를 썼던 순서대로 조금씩 변화가 있어요. 중간에 선수 스타일이 바뀌었기 때문이죠. 가장 최근에 사용한 글러브가 그에게 가장 잘 맞는 글러브입니다. 그렇게 글러브를 반납 받아서 선수의 스타일을 연구하고, 그 선수에게 가장 잘 맞는 글러브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김재호 선수는 반납을 잘 하는 편이어서 그동안 그가 썼던 글러브는 거의 다 있습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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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똑같은 자재와 패턴일지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의 글러브가 나와요. 가령 끈 하나 끼는 거라고 해도 제가 끼는 거랑 다른 직원이 끼는 거랑 완전 다르죠. 우리 회사엔 재봉을 잘하는 사람, 끈을 잘 끼는 사람 등 각자 잘하는 분야가 뚜렷해요. 그렇게 역할을 분담해서 최고의 글러브를 만들고 있어요. (뿌듯)


 

그렇다면 모두 수작업인가요?

네. 저희는 주문부터 완성까지 모두 이곳에서 이뤄집니다.


 

홈페이지를 보니, 고객 맞춤 제작 글러브가 있더라고요.

사람마다 선호하는 글러브가 다 달라요. 글러브의 패턴도 다양하고 가죽의 종류도 많죠. 이중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을 고르고 색상, 문구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글러브를 만들 수 있죠.


 

세상에 하나뿐인 글러브…. 매력적이네요. 홈페이지에 글러브 길들이기 문의도 많은데, 길들이기란 무엇인가요?

길들이기란 쉽게 말해서 글러브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글러브가 만들어지면 처음에는 딱딱해서 바로 쓸 수 없거든요. 새 글러브를 선수에게 주면 그걸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려요. 우선 글러브가 손에 길들어야 하고 글러브에 대한 믿음이 생겨야 쓸 수 있죠. 선수들의 경우 새 글러브를 받으면 캐치볼과 펑고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지 판단해요. 튀거나 불편한 곳이 있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손을 봐줘요. 그렇게 글러브가 주인의 손에 길드는 것이죠.


 

길들이기, 정말 중요한 과정이네요.

네. 중요하죠. 미국, 일본의 경우 선수 출신의 길들이기 전문가가 있고, 우리나라도 전문가들이 꽤 많아요. 우리 회사에는 선수 출신 직원이 일본에서 글러브의 틀과 길들이기 기술 등을 배웠기 때문에 직접 할 수 있어요. 또 우리가 만든 글러브는 우리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직접 길들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길들이기에 정답은 없지만 저 선수는 이런 스타일대로 만져줘야 한다는 것은 있어요.


 

'좋은' 글러브란 어떤 글러브라고 생각하시나요?

음…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글러브가 좋은 글러브죠. 가령 5만 원짜리 저가 글러브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손에 편하면 좋은 글러브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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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맞서다


 

처음 만든 글러브의 주인은 누구였는지 궁금해요.

생활 체육 야구를 함께했던 친구들이었어요. 친분이 있는 프로선수들이 없어서 처음엔 2군 선수들이 저희 글러브를 썼었죠. 입소문이 나서 하나둘씩 저희 글러브를 찾는 선수들이 늘어났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요?

저희는 지금도 계속 글러브에 대해 공부하고 있지만, 사업을 시작한 초반에는 한창 글러브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어요. 그때 저를 깨우쳐준 고객이 한 명 있었어요. 선수 출신의 고객이었는데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조언을 해줬죠. 그 친구 덕에 많이 배우고 성장했어요. 그리고 그 고객이 지금은 우리 회사 직원이 됐어요. 저쪽에 앉아서 글러브 만들고 있는 친구 보이죠? 저 친구가 선수 출신이라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줬어요. 우리 회사의 일등공신이죠. (웃음)


 

고객이 직원으로, 드라마 같은 이야기네요. 그렇다면 아톰즈코리아의 글러브를 착용해줬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있나요?

저는 유명한 프로선수가 사용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없어요. 대신 국내 글러브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꼭 한 번 저희 글러브를 써봤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국내 글러브는 제작 기술이 떨어질 것이고, 일본의 글러브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각종 포털사이트만 봐도 국내 글러브는 별로라는 글이 많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저희 글러브를 권하고 싶어요. 한 번 써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중략)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아직도 공부 중이에요. 나를 포함한 전 직원들이 잘하는 것은 살리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있어요. 또 끊임없이 글러브의 패턴, 디자인 등을 개발하고 있고요. 그거 아세요? 글러브에도 유행이 있어요. 작은 글러브가 유행하다가도 어느 순간 큰 글러브로 유행이 바뀌기도 해요. 그런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연구해야죠. 해외 브랜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좋은 점은 벤치마킹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계속 성장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 브랜드 글러브는 상대적으로 고가예요. 가격에 걸맞게 좋은 글러브를 생산해야죠. 이 정도 노력은 마땅한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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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혁 대표에게 있어 그가 만든 글러브는 노력의 산물이자 자부심이었다. 특히 글러브에 대한 그의 철학은 누구보다 확고했다. 에디터는 그와 이야기를 나눈 후 현대의 장인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의 바람처럼 국내 글러브에 색안경을 끼고 있는 이들에게 그가 만든 글러브가 새로운 시각을 심어주길. 그로 인해 아톰즈 코리아가 대한민국 글러브 역사에 새 방향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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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6년 5월호(61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네이버 tv캐스트 http://tvcast.naver.com/dugout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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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더그아웃매거진, 더그아웃, 야구잡지, 야구, KBO리그, 아톰즈코리아, 글러브

    • 등급 야구조아
    • 2016.06.08 17:32
    • 답글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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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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