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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새 외국인 아놀드 레온 스카우팅 리포트 스카우팅리포트

류지호 (gulakk***)
2016.05.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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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볼 프로젝트 임선규]지난 몇 년간 ‘왕조’를 이룩했던 사자 군단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21승 23패로 4할대의 승률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권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특히나 팀 전력의 반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뼈 아프다. 지난해 6.23의 WAR(승리기여도)를 기록했던 야마이코 나바로의 대체자인 아롬 발디리스는, 대체 선수보다도 낮은 -0.44의 WAR을 기록 중이며, 앨런 웹스터와 콜린 벨레스터 역시 지난해의 알프레도 피가로, 타일러 클로이드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벨레스터의 부진은 심각했다. 3경기에 등판해 8점대의 평균자책점과 3패만을 기록했다. 부진보다 더 큰 문제는 부상의 징후까지 찾아왔다는 점이다. 4월 21일 기아 타이거스와의 경기 직전 팔꿈치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후, 3주 동안 2군에서 캐치볼 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구단은 아예 공을 던지지 못하는 그를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결국 삼성 라이온스는 대체 자원을 물색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 버팔로 바이슨스에서 활약중인 우완 아놀드 레온을 그들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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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토론토의 개막전 25인에 이름을 올렸던 레온(사진= 아놀드 레온 SNS)

 

 

Background


아놀드 레온은 183cm. 90kg의 체격을 가진 멕시코 출신의 우완 투수다. 그는 06년 만 17살의 나이로 멕시칸리그에서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멕시칸리그에는 주로 메이저리그나 트리플 A에서 잔뼈가 굵은 노장들이 많이 뛰는데, 10대 소년이었던 그는 이러한 세련된 타자들을 상대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07년 ERA 1.94, K/9 8.21)


그중에서도 적극적이었던 오클랜드 애슬래틱스가 그를 영입한다. 하지만 이 계약은 상당히 독특한 것이어서 그 다음해인 08년까지는 멕시코리그 구단에게도 레온에 대한 보유권이 일부 남아있었다. 이 탓에 그는 꼬박 만 2년간 멕시칸리그, 멕시칸 윈터리그,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휴식 없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오클랜드는 그의 투구수를 관리하기 위해 중간계투로 활용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살인적 일정에 따른 혹사를 버텨낼 선수는 없었다. 10년 팔꿈치에 칼을 대는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되었고, 2년간 재활에만 몰두했다. 12년 마운드에 복귀한 그는 불펜으로 활약하면서 트리플 A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간다.


시즌이 끝난 뒤 그에는 경사가 겹친다. 오클랜드의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으며, 멕시코의 WBC 대표팀에 지명되어 조국을 대표하게 된다. 하지만 WBC에서 그는 좋은 쪽보다는 나쁜 쪽으로 이름을 알린다. 캐나다와의 1라운드 경기에서 9회 3:9로 뒤지고 있던 상황. 상대타자 클린트 로빈슨이 기습번트로 안타를 기록하자 다음타자에게 빈볼을 던진 것이다. 몸 쪽으로 공 2개를 찔러 넣은 뒤, 심판에게 경고조치를 받았으나 이를 무시하고 기어코 공을 타자 몸에 맞추는 등 빈볼의 과정 자체도 깔끔하지 못했다. 레온의 마지막 공이 그의 손을 떠나 상대타자의 목덜미를 강타한 뒤, 양 팀은 대규모 폭력 사태를 일으켜 지켜보는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비록 출발은 폭력 사태로 얼룩졌지만, 13년은 그에게는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소속팀 오클랜드는 성공적인 부상 복귀에 성공한 그의 미래를 좀 더 길게 바라보고 선발 투수로 전향시킨다. 전 시즌보다 한 단계 아래인 더블 A에서 시즌을 시작한 그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볼, 체인지업 등 4가지 구질을 활용하며 성공적으로 선발전향에 성공했고, 트리플 A에서 시즌을 마친다.


14년에는 첫 번째로 메이저리그구단의 호출을 받았다. 5월 있었던 시애틀과의 더블헤더 경기에 대뷔해, 26번째 선수로 메이저리그 승격 티켓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더블헤더가 있는 날에는 선발투수가 2인임을 감안, 로스터 숫자가 26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중인 조쉬 린드블럼과 경쟁해 이 비좁은 한 자리를 차지했었던 그는, 끝내 메이저리그 마운드는 밟아보지 못한 채 다시 마이너리그로 강등되었다. 이 후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마친 그는 10승을 거두며, 커리어 최다인 145이닝을 소화했다.


15년은 그에게 매우 힘든 한 해였다. 오클랜드는 마이너 옵션을 가진 마지막 해에 접어든 그에게 시련을 준다. 그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매달 한 번씩 총 6번의 메이저리그 콜업과 마이너리그 강등을 경험하였다. 13~14년 매년 140이닝 이상 던졌던 그는, 15년에는 이런 불안정한 신분 속에서 총 74이닝만을 던지는데 그친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뒤 오클랜드는 그를 토론토로 현금 트레이드 한다.


더 이상의 마이너리그 옵션이 없던 그는 16년 토론토의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포함된다. 이번에는 LG 트윈스에서 활약중인 스캇 코프랜드와 경쟁을 펼쳐 한자리를 차지하지만 주어진 2번의 등판에서 인상적이지 못했다. 결국 그는 4월 13일 지명할당 되었고, 다른 29개 팀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트리플 A 버팔로 바이슨스 소속으로 신분이 변경되고 만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4월 27일, 5월 4일, 5월 9일 꾸준히 등판하던 그는 삼성 라이온스의 관심을 받고 KBO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게 되었다.



Scouting Report


레온은 커리어동안 선발보다는 불펜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선수다. 하지만 이는 그가 가진 능력의 한계보다는 외부의 환경 탓이 컸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는 3개의 리그에서 동시에 활약하는 상황 속에서 이닝 수를 조절해야 했고, 미국 무대에 집중할 수 있게 되자 부상이 찾아왔다. 2년간의 재활 끝에 복귀한 그는 또다시 제한된 이닝을 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건강함이 확인된 13년에야 선발투수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그 때는 소진되어가는 마이너 옵션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지나온 마이너 이력과는 반대로 선발투수로 오히려 더 어울린다는 평을 들어왔다. 패스트볼 이외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질을 가진 선수였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로 뛸 때 레온의 패스트볼은 주로 144~147km/h에서 형성된다. (불펜에서 뛸 때는 이보다 높은 145km~150km/h를 기록한다.) 패스트볼보다 구속이 조금 낮은 135~140km의 커터성의 슬라이더는 레온이 가진 주무기이며, 이밖에 110km대의 매우 느린 커브와,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뛴 30이닝의 표본을 살펴보면, 패스트볼보다는 변화구가 더 효과적이었다. 타자들은 그의 패스트볼을 상대로 .358의 타율과 .579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변화구에 대해서는 2할 초반의 타율과 3할대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특히 커브를 상대로는 .150의 타율과 장타율만을 기록했다. 스카우팅 리포트에서도 그의 커브에 대한 호평은 이어져왔다. 큰 각을 형성하며 떨어지는 움직임이 좋다는 평이었다. KBO의 외국인 선수로는 흔치 않은 110km대의 슬로우 커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커리어 내내 1.30 전후의 땅볼비율/플라이아웃비율을 기록했으며, 땅볼투수나 플라이볼 투수 어느쪽으로 확연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지난 3년간 마이너리그에서 11이닝당 하나꼴의 홈런을 허용했는데, 타고투저 성향의 PCL 리그에서 활약했음을 감안한다면 피홈런 억제 능력은 수준급으로 보여진다. 그는 때때로 매우 빠른 인터벌로 투구하여 타자들을 당황하게 하는 능력도 지녔다.


건강은 그에게 또 하나의 무기가 될 전망이다. 비록 어린 나이에 당했던 혹사 때문에 2011년 토미존 수술을 하고 2년 가량 재활을 했지만, 이외에는 커리어 내내 건강을 잘 유지했기 때문이다.



Future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선수의 수준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지난해 왔던 에스밀 로저스, 올해 왔던 앨런 웹스터나 윌린 로사리오 등의 선수 등의 한국행은 옆나라 일본에서도 충분히 화제가 될만한 충격적인 영입의 연속이었다. 이번에 삼성에 뛰게 된 레온은 그들에 비해 이름값 자체만은 많이 뒤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름값을 제외한다면 레온은 꽤나 인상적인 선수다. 일단 레온은 KBO의 기준으로 볼 때 뚜렷한 단점이 없다. 직구를 포함한 네 가지 구질 모두 빅리그의 20-80 Scale에서 45점 이상을 받은 ‘준수한’ 수준의 구질이다. 트리플 A에서는 9이닝 당 2.72개, 메이저리그에서는 9이닝 당 3.10개 가량의 볼넷을 허용했을 정도로 컨트롤도 안정적인 편이다. 또한 그는 공을 낮게 커맨드할 줄 안다. 스트라이크존의 상위 1/3 영역에 비해 하위 1/3의 영역에 2배 가까운 공이 들어갔으며, 이 덕에 우수한 피홈런 억제 능력을 보여주었다. 유일한 단점은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난타 당했던 패스트볼의 위력이지만, KBO에서는 강속구에 속하는 145~150km/h의 그 공은 (메이저리그에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생각나는 선수는 이미 국내 무대에서 뛰고 있는 동갑내기 88년생 선수인 메릴 켈리와 루이스 히메네즈다. 두 선수 역시도 빅리그에서는 ‘장점없는’ 무색무취의 선수였지만, 국내 무대에서는 오히려 ‘단점없는’ 매력적인 선수로 탈바꿈 했었다. 레온도 그들과 비슷한 길을 따라가게 될지, 그래서 KBO 구단들의 외국인 선수 영입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게 될지 흥미롭다.


출처 : brooksbaseball, fangraphs, Baseball Ameirca, Baseball Prospectus, minorleaguecentral, Thebaseballcube


dorioksun@bizball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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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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