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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의 완급조절을 측정할 수 있을까? 비즈볼프로젝트

류지호 (gulakk***)
2016.06.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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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볼 프로젝트 남근현] 프로야구 중계를 시청하다보면 "투수가 공의 스피드를 줄이면서 완급조절을 하고 있다"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된다. 여기서 완급조절이란 투수가 체력을 비축하고 타자의 타이밍을 교란시키기 위해 공의 빠르기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완급조절의 적절한 활용은 투수에게 큰 보탬이 된다. 매구마다 전력투구를 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체력을 아낄 수 있으며, 그만큼 팔과 어깨에 가는 무리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타선을 반복해서 상대하게 되는 선발투수의 경우에는 완급조절을 통해 상대 타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투수의 완급조절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중계화면에 표시되는 구속을 바탕으로 짐작해볼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기사는 미흡하게나마 투수들의 완급조절을 계측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불펜 투수들의 기록에는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려워 생략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불펜투수들이 대부분의 등판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치뤄내기 때문이고, 표본이 되는 각 상황에서의 투구수 자체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KBO리그의 선발투수들은 얼마나 완급조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까? 얼마만큼 구속을 조절하고 있을까?



측정방식


완급조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투수들은 주자가 없을 때는 구속을 낯춰 던지다가도 위기 상황이 되면 다시 구속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연출한다. 이에 착안하여 투수의 투구를 전력투구가 요구되는 상황과 전력투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의 두 범주로 분류해보았다. 이때 전력투구 상황에서의 구속이 전력투구를 하지 않을 때보다 높게 나타날수록 완급조절을 잘 활용하는 투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투수가 전력 투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주자가 없음

◀투수의 전력 투구가 요구되는 상황: 득점권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아래의 표는 투구의 상황과 위치에 따른 평균 구속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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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스탯티즈

 

이를 바탕으로 각 상황에서의 평균 구속을 계산한 후, 전력투구가 요구되는 상황(득점권)의 평균 구속에서 전력투구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주자 없음)의 평균 구속을 뺀 값을 완급조절 측정의 지표로 삼았다.

 

* 모든 구속은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되었다.

위의 방식으로 2015시즌 선발투수 중 득점권 상황과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높은 구속 차이를 보였던 삼성의 선발투수 윤성환의 완급조절 지표를 예로 들어 계산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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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종별 평균 구속의 차


위기 상황에서 윤성환은 3.5km/h정도의 구속을 끌어올렸다. 특히 슬라이더(2.2km/h)와 스플리터(2.5km/h)가 큰 폭의 구속 상승을 보였다. 



적용


위와 같은 방법을 적용해 2015시즌과 2016시즌(5.30까지) 각 팀 선발투수들의 완급조절 지표의 평균을 계산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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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시즌과 2016시즌 선발투수로 대부분의 이닝을 소화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계산해본 결과, KBO리그의 선발진들은 주자의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완급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5시즌은 위기 상황에서 약 0.8km/h, 2016시즌은 약 0.4km 시속이 증가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위 결과를 바탕으로 주자가 없는 상황과 위기 상황에서의 평균 구속이 1km/h이상 차이를 보이는, 즉 완급조절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 투수들과 오히려 구속이 1km/h이상 저하되는 투수들을 계산한 후 팀별로 분석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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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분석


[kt위즈]

다년간 한국에서 뛰었던 롯데자이언츠의 코치 크리스 옥스프링의 완급조절 수치가 돋보인다. 2015년 당시 한국나이로 서른 아홉이었지만 이닝 수 7위를 기록하며 12승을 수확했다. kt의 좌완 영건 정대현은 꾸준히 +값을 기록하면서 kt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해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NC다이노스]

노장의 힘이 대단하다. 손민한은 당시 마흔 하나의 나이로 11승, 105이닝을 소화해주며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5선발로서 활약해줬다. NC 선발의 중심 해커는 명불허전이었다. 특히 2016시즌 득점권 상황에서 커브가 2.3km/h, 싱커가 1.6km/h정도 상승하면서 완급조절이 빼어난 피칭을 하였다. 더불어 주자가 없을 때의 피안타율이 0.236, 득점권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이 0.125를 기록하며 위기상황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SK와이번스]

SK의 에이스 김광현은 작년 시즌 수치를 보았을 때 -0.6km/h로 위기상황에서 구속이 오히려 저하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 시즌은 +1.5km/h로 완급조절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슬라이더가 평균 2.7km/h, 체인지업이 2.4km/h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시즌 김광현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이 0.259, 득점권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이 0.172로 위기상황에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페이스대로라면 부상의 위험도 줄이면서 작년 시즌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은 작년 시즌과 올시즌 모두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하면서 위기 상황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LG트윈스]

5선발 유력 후보였던 봉중근을 대신하여 현재 LG의 5선발을 맡아주고 있는 이준형의 완급조절 수치가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올시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이 0.302, 득점권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이 0.229로 역시 위기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꾸준히 LG의 선발을 맡아주고 있는 소사와 우규민 또한 완급조절을 잘해주고 있다.


[기아타이거즈]

기아의 에이스 양현종이 지난 시즌의 우수한 완급조절 능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이 0.259, 득점권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이 0.111을 기록하며 수준급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었다. 현재는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서재응 위원 또한 2015년 당시 높은 수준의 완급조절 능력을 보였다. 임준혁은 선발투수로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좀 더 완급조절에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넥센히어로즈]

일본으로 건너간 밴헤켄의 대체용병으로 영입한 코엘로는 현시즌 가장 높은 완급조절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위기상황에서 3.7km/h정도 구속이 상승하였고 특히 득점권 상황에서 스플리터의 속도가 평균 7km/h정도 증가하였다. 올 시즌 깜짝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신재영은 7승을 거두며 넥센의 토종 선발 에이스로서의 가능성을 알렸지만 완급조절에 있어서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좀 더 완급조절을 하는 피칭을 한다면 지금보다 더 긴 이닝을 소화하며 꾸준히 넥센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베어스]

130km/h대의 느린 직구에도 낮은 방어율을 기록하고, 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는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느림의 미학’ 유희관은 위기상황에서 모든 구종의 구속이 상승되었다. 특히 2015년, 득점권 상황에서의 직구는 평균 2.1km/h, 싱커는 2.5km/h 상승했다. KBO리그에서 6년째 안정적인 활약을 해주고 있는 니퍼트는 예상외로 특별히 완급조절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자이언츠]

현재 롯데는 토종 선발진이 부족하여 용병 투수들에게 의존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반갑게도 박세웅이 선발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위기상황에서 커브가 2.7km/h, 스플리터가 2.3km/h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이 0.312, 득점권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이 0.237을 기록하며 빼어난 완급조절 능력을 보여주었다.


[삼성라이온즈]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팀인 삼성의 피가로는 가장 높은 완급조절 수치를 보여주었다. 올시즌 삼성 용병들의 활약이 미비한 것을 보면, 작년 한국시리즈에서의 피가로의 부진이 새삼 아쉽게 느껴진다. 2011년 삼성왕조가 시작될 때부터 꾸준하게 선발투수로서 활약해주고 있는 윤성환은 역시나 높은 수준의 완급조절 수치를 보여주었다. 막 부상에서 복귀한 차우찬도 아직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은 아니지만 뛰어난 완급조절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화이글스]

2015시즌 후반부터 합류한 로저스가 한화 선발진에서 가장 우수한 완급조절 수치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로저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투수들이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하거나 평균적인 수준에 그쳤다. 다만 이는 잦은 퀵후크로 인하여 선발투수들이 위기 상황에서 많은 피칭을 하지 않은 점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완급조절을 계량화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주자 상황에 근거한 투수의 완급조절 지표와 이를 바탕으로 산출해낸 KBO 투수들의 완급조절 현황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선발투수들은 주자의 상황에 따라 완급조절을 하고 있고, 이 지표가 높은 투수들과 그들의 위기관리 능력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결론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지표 자체의 신뢰도는 그리 높다고 보기 어렵다. 투수의 투구는 주자의 상황 외에도 타자, 타순, 아웃카운트, 볼카운트 등의 다른 복잡한 상황들과 맞물려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해가며 구속의 변화를 분석한다는 것은 현재 대중에게 공개된 자료만을 가지고는 구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이 글은 그저 투수의 완급조절 능력이 드러나는 가장 보편적인 지점을 분석함으로써 완급조절의 객관적인 계량화에 대해 일말의 가능성을 제시해보고자 하였다. 만약 완급조절능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완급조절이 뛰어난 투수를 적시에 투입하여 팀의 전력구상에도 적극 활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UNSPLASH.COM

자료출처 : STATIZ, KBO


rockeun@bizball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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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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