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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가장 짜릿한 반전을 만들어내다 비즈볼프로젝트

류지호 (gulakk***)
2016.06.2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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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파이브 5

[비즈볼 프로젝트 반승주] 2016년 스토브리그 동안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 이대호 등 KBO리그 출신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대거 진출이 있었다. 이 가운데 볼티모어에 입단한 김현수는 실패 가능성이 가장 낮은 선수로 평가를 받았다. KBO리그 정상급의 타격 능력과 선구안, 잠실을 홈으로 삼는데도 시즌 20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파워 그리고 만 28세의 젊은 나이와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소속팀의 상황까지, 김현수의 성공을 예견하는 요소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스프링캠프에서 김현수는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했고, 이에 마이너리그행과 KBO리그 유턴설까지 나돌았다. 결과적으로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사용하며 메이저리그에 남았지만, 댄 듀켓 단장과 벅 쇼월터 감독에게 김현수는 전력 외 선수에 불과했다.


감독과 단장의 평가를 되돌리는데 무려 두 달의 시간이 걸렸다. 쇼월터 감독이 본격적으로 김현수를 기용하기 시작한 5월 26일 이후 김현수는 팀 내 최다안타 공동 4위(19), 득점 공동 5위(8), 볼넷 3위(7), 출루율 1위(.400), OPS 6위(.843)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김현수는 볼티모어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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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비즈볼 프로젝트 황규호



 

팀의 25번째 선수

 

우여곡절 끝에 빅리그 로스터에 진입했지만 김현수는 볼티모어의 전력구상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시즌 첫 경기 출장도 개막 주간 마지막 경기였다(3타수 2안타). 첫 대타출전 경기인 4월 15일 텍사스 전에서도 깔끔한 안타를 뽑아냈지만 이후 라인업 카드에 김현수의 이름은 적히지 않았다. 김현수의 이름이 다시 적힌 것은 24일 캔자스시티 전으로 김현수는 무려 8일을 쉬어야만 했다.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도 4일 휴식 또는 5일 휴식 후에 등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김현수는 선발투수보다 더 길게 결장해야만 했고 그 흔한 대타 기회 마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심지어 주전 외야수 조이 리카드와 마크 트럼보의 휴식일 때는 놀란 레이몰드와 라이언 플레허티에 밀리기도 했다. 플레허티는 유격수 J.J. 하디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콜업된 선수였음을 감안하면 김현수의 결장은 치욕스러울 정도였다. 5월 26일까지 2개월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김현수가 5일 이상 장기 결장을 한적은 무려 6번이나 됐다. 김현수는 문자 그대로 볼티모어의 25번째 선수에 불과했다.


이는 다른 구단의 로스터 운용을 비교해도 정확히 알 수 있다.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 중 5월 25일까지 로스터에 등재되면서 가장 적은 타석을 보장받은 선수(포수 제외)는 아메리칸리그 6명, 내셔널리그 14명으로 총 20명이다. 이는 부상 및 방출/마이너 강등을 제외한 수치로서, 이들은 주전 선수의 백업 또는 대타로 활용됐다(내셔널리그 선수가 많은 것은 대타 활용 폭이 넓기 때문). 그 중 김현수보다 더 적은 타석을 기록한 선수는 디트로이트의 앤드류 로마인 단 한 명이다.(24타석) 그리고 김현수가 기록한 OPS .868보다 더 좋은 OPS를 기록한 선수는 3명에 불과했다.(맷 조이스, 션 로드리게스, 크리스 헤이시). 대타 활용이 거의 없는 아메리칸리그에서는 1명도 없었다.


 

* 팀내 25번째 선수들


로날드 토레이스(뉴욕 양키스), 에즈키엘 카레라(토론토), 팀 베컴(탬파베이), 앤드류 로마인(디트로이트), 핸서 알베르토(텍사스), 제이크 마리스닉(휴스턴), 클린트 로빈슨, 크리스 헤이시(이상 워싱턴), 알레한드로 데아자(뉴욕 메츠), 안드레스 블랑코(필라델피아), 미겔 로하스(마이애미), 타일러 홀트, 이반 데헤수스 주니어(이상 신시내티), 션 로드리게스, 맷 조이스(이상 피츠버그), 알렉시 아마리스타, 트래비스 얀코스키(이상 샌디에이고), 켈비 톰린슨(샌프란시스코), 크리스티안 아다메스(콜로라도), 리키 윅스(애리조나)

 

최악의 스프링캠프를 보냈음에도 김현수는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은 김현수

 

지난달 25일부터 벌어진 볼티모어의 휴스턴과 원정 시리즈는 졸전의 연속이었다. 3경기 모두를 패했을 뿐만 아니라 이 시리즈 동안 휴스턴 투수진으로부터 52개의 삼진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3연전 시리즈 사상 최다 삼진 경기였다. 26일 벌어진 휴스턴과의 경기에서는 27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18번을 삼진으로 헌납했는데, 볼티모어 선발 라인업 가운데 삼진을 한 개도 당하지 않은 타자는 김현수가 유일했다. 김현수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평가가 변화하는 시점이었다.


휴스턴 원정을 끝내고 클리블랜드와의 시리즈를 앞둔 쇼월터 감독은 라인업 전면 수정에 들어갔다. 1번타자로 꾸준히 기용했던 리카드를 선발에서 제외하고, 애덤 존스를 1번으로 전진 배치했다. 팀 내 가장 뛰어난 타자인 매니 마차도는 3번 타순에 들어갔다. 그리고 존스와 마차도 사이인 2번 자리에 좌타자인 김현수가 들어갔다.


김현수 효과는 즉각 나타나기 시작했다. 토요일 클리블랜드 첫 타석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김현수는 후속타자의 적시타로 홈에 밟았다. 30일에는 데뷔 첫 홈런을 뽑아냈으며, 그 홈런 득점이 팀 승리의 결승점이 되었다.


보스턴-양키스-캔자스시티로 이어지는 홈 10연전은 김현수가 KBO리그에서 보여줬던 타격기계의 모습 그 자체였다. 안타의 코스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구장 전방위로 뻗어나갔으며, 시즌 초반부터 제기되었던 비거리에 대한 우려도 말끔히 씻어내는 모습이었다. 캔자스시티와의 시리즈에서 기록한 3개의 안타는 모두 땅볼이었지만 그의 타격 스킬을 보여주는 기술적인 안타였다. 요다노 벤추라는 김현수의 안타에 멘탈이 붕괴되어 벤치클리어링을 일으켰으며, 에딘슨 볼퀘즈는 김현수에게 2루수-유격수 간을 절묘하게 뚫어내는 적시타를 허용하고 강판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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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일 이후 김현수의 안타 스프레이차트(사진= 베이스볼서번트)


5월 26일 이후 김현수는 팀의 20경기에서 15경기에 선발출장하고 있다.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5경기는 모두 상대팀의 선발투수가 좌완인 경기로 어느덧 김현수는 팀의 25번째 선수에서 플래툰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된 이대호와 비슷한 입지로 볼 수 있다. 대타를 잘 활용하지 않는 쇼월터 감독도 이제 김현수를 대타로 요긴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좌완투수를 상대로 기록한 성적은 4타석 3타수 무안타 1볼넷. 좌완투수를 상대한 경험이 극히 적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전 좌완 이와세를 상대로 대타로 나서 적시타를 때려낸 모습을 모두가 기억하는 것처럼 김현수는 절대 좌완에 약한 선수가 아니다.(지난해 KBO리그 우완 상대 .330, 좌완 상대 .333)

 

리그 평균(.297)에 상당히 높은 BABIP(.382)로 인해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김현수의 땅볼 타구 속도는 평균 93.4마일로 리그 평균(86.9마일)에 비해 6마일 이상이 빠르며 이는 라인드라이브 타구의 리그 평균 속도(93.3마일)와 거의 유사하다. 높은 타구 속도로 인해 김현수의 땅볼 타율은 땅볼을 안타로 25개 이상 만들어낸 타자들 가운데 8위를 기록하고 있다.(45타수 18안타, .400)


또한 김현수에게 주어진 숙제는 안타로 이어질 확률이 60%가 넘어가는 라인드라이브 비율을 더욱 끌어올리는 것(리그 평균 라인드라이브 타구 타율 .659). 김현수는 현재 17.3%로 리그 평균(20.6%)에 다소 떨어지는 비율을 갖고 있는데, 땅볼 타구를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변환시킬 수 있다면 더 많은 기회를 부여 받고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볼티모어 구단의 조급함 속에 미국에서도 잘 굴러가는 한국산 타격기계의 모습을 놓칠 뻔 했다. 기계곰이 아닌 기계 꾀꼬리의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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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김기계,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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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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