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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Interview 넥센 히어로즈 투수코치 손혁 MEMORIES

dugout*** (dugout***)
2016.10.0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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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군단의 비밀병기를 만드는 남자

 

혹자는 이번 시즌 넥센 히어로즈를 ‘차포마상 다 떼고 싸우는 팀’이라 칭한다. 하지만 전력 이탈로 인해 하위권을 맴돌 거란 시즌 전 우려와는 달리 계속해서 등장한 새로운 얼굴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현재는 가을야구에 진출할 확률이 높은 팀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많은 전력이탈 속에서도 새로운 영웅들을 육성해낸 영웅군단의 언성 히어로(Unsung Hero). 손혁 투수코치를 만나보자.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권형석 Location 고척스카이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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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 대다수가 하위권을 예상하던 넥센 히어로즈가 리그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기본적으로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주죠. 그리고 감독님께서 투수들을 믿어주시니 마음 편하게 던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이렇게 잘 던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투수들이 작년보다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런 여러 가지가 맞물려져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 같아요.

 

 

김세현, 마정길, 오주원 등 기존에 팀에서 활약하던 선수들부터 신재영, 박주현, 최원태 등의 신인들까지, 많은 투수들이 골고루 활약하고 있습니다. 뿌듯할 것 같아요.

네. 기분 좋죠. (웃음) 선수들이 잘해준 덕에 저도 좋은 투수코치란 이야기를 듣는데요. 사실 좋은 재능을 가진 투수들이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게다가 다들 정말 착하고 열심히 하거든요. 저는 그 선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자신 있게 던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작년에도 재능 많은 선수들은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투수들에게 불리한 목동구장을 오래 사용하다보니…. 아무래도 각자의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낮은 공을 던져서 안 맞게 하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올해는 마침 홈구장도 옮기게 됐죠. 더불어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에서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성장한 것 같아요.

 

 

많은 선수들을 성장시킨 손혁 코치만의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요?

이전에는 투수코치들이 1년마다 교체됐어요. 하지만 다른 코치들도 저와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해요. 저처럼 이렇게 여러 해 있었다면 더 좋은 모습을 낼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선수 한 명 파악하는 데 4~5개월씩 걸립니다. 그런데 1년 만에 좋은 선수를 만들어 낸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어떤 선수는 흔들릴 때 다독여야 하고, 누구는 거짓말을 좀 보태서 욕을 해야 하기도, 장난을 쳐야 하기도 하거든요. 전에 있던 코치들과 큰 차이는 없지만 제가 마침 운이 좋았던 사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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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수 손혁, 해설위원 손혁, 그리고 영웅군단의 투수코치 손혁 

 

 

짧은 커리어, 미국 진출, 그 이후에는 해설위원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다사다난했던 손혁의 야구 인생에 대해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현역 선수로, 은퇴 이후엔 해설위원으로, 이제는 투수코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직업(?) 중 가장 적성에 맞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나 꼽아본다면?

일단 적성을 떠나서 선수가 제일 좋죠. (웃음) 투수는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끝이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선수단과 미팅 할 때 항상 이야기하는 부분이 ‘최대한 오래 있어라’예요. 제가 4년 정도밖에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한 미련 때문일지도 몰라요.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건 언제든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에요. 하지만 반대로 마운드에 오르는 건 본인의 능력이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거든요.

 

 

방금 말한 대로 선수 생활을 굉장히 일찍 마감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어깨가 좋지 않았던 탓도 있고, 대부분 알고 계시는 대로 트레이드(2000년 LG-해태)도 그 이유예요. KIA 타이거즈로 복귀했을 때 팬 분들이나 선수들이 너무도 잘 대해줬어요. 제가 가지 않으려 했던 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제가 ‘야구를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란 생각 때문에 지금도 후회합니다. 아마 그때로 돌아간다면 무조건 야구 했을 거예요.

 

 

만약 현역 시절로 돌아간다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미국에서 들은 것 중에 “투수로서의 최전성기는 스물아홉에서 서른두 살까지다”라는 얘기가 있어요. 저는 그 나이에 공을 못 던져본 게 후회돼요. 물론 승수를 많이 못 쌓았을 수도, 어쩌면 잘했을 수도 있어요. 제가 어땠을지 알 순 없지만 그 시기에 공을 던지지 못 한 게 가장 아쉬워요.

 

 

그 이유 때문인지 한국에서 은퇴를 선언한 이후 미국 무대에 도전했습니다. 당시에 선수로서 미국 진출에 대한 열망이 있었나요?

당시 두산 베어스에서 임의탈퇴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국내에선 뛸 수 없었죠. 그래도 구단의 허락을 받아서 미국으로 가게 됐어요. 그곳에서 전 메이저리거 톰 하우스와 운동을 함께 했는데요. 그때 구속도 오르고, 자연스럽게 더 던지고 싶은 열망이 생겼어요.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을 던졌을 때 ‘도전해 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게다가 나이도 한창일 때였으니까요. 그래서 도전하게 된 거예요.

 

 

은퇴 이후엔 해설위원으로 현장에 복귀했어요. 아무래도 야구장 안에서 지켜보는 것과 밖에서 지켜보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해설위원 경력도 코치로서 도움이 됐나요?

확실히 도움 된 것 같아요. 해설하면서 야구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겼거든요. 그런데 해설하는 동안엔 그게 더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코치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해설은 내 생각을 책임감 갖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면 되지만 코치는 선수들이 듣고 싶어 하는 걸 말해줘야 하거든요. 차이는 있지만 해설위원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이야길 많이 해주죠.

 

 

예를 들면 어떤 상황이 있나요?

신재영 선수를 예로 들면, 가끔 마운드 위에서 저를 쳐다볼 때가 있어요. 그럼 저는 별다른 얘기 안 하고 있다가 한 번씩 이름을 불러줍니다. 그런 상황은 투구할 때 몸이 앞으로 쏟아진다는 느낌이 들 때인데요. 사실 모호한 부분일 수도 있어요. 앞으로 쏟아져 봐야 각도는 1도 이상 차이가 안 나거든요. 그런데 선수는 교정을 필요로 하죠. 그럴 때 그 말을 들어야 안정이 될 테니까요. 사진이나 동영상처럼 명확한 자료를 보여주지 않으면 선수들이 혼동할 때도 있어요. 더군다나 시합 중엔 더 그렇죠. 그럼에도 제가 가끔 신재영 선수의 이름을 부르는 이유는 간단해요. 듣고 싶어 하거든요. 스프링캠프에선 얼마든지 폼을 가다듬거나 구종을 연마하는 게 가능하지만 실전에선 그렇지 않아요. 제가 선수들한테 “주자가 박해민이고 타자가 이승엽인데 폼을 신경 쓸 새가 있겠느냐”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이젠 그런 얘길 잘 안 해요. 그리고 마운드에 올라가서 ‘다음 타자에게 초구로 어떤 공을 던지겠느냐’고 물었을 때 속구를 던지겠다고 하면 ‘잘 선택했다’고 해야 하지, ‘변화구가 더 나아 보인다’고 하면 오히려 투수가 혼란스러워 해요. 반대로 속구가 좋겠다고 했을 때 제가 수긍하면 더 자신감 있게 던질 수 있거든요. 그렇게 던진 후엔 맞아도 할 말이 없는 거죠.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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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은퇴한 후, 톰 하우스가 운영하는 NPA(National Pitching Association)에서 코치 수업을 받았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을 배웠나요?

크게 ‘투구 동작, 컨디션 관리를 위한 운동, 투수의 심리’에 대해 배웠어요. 특히 투수의 심리와 관련해서 배운 내용이 인상 깊었는데요. 투수가 던진 공이 연속으로 볼이 되면 다들 “가운데 보고 던져라”고 말해요. 사실 그 순간에 스트라이크를 가장 넣고 싶은 사람은 투수거든요. 그 상황에서 투수의 심리를 바로 떠올리기는 쉽지 않아요. 그걸 생각해내는 게 가장 중요한 거죠.

 

 

그렇다면 코치님이 생각하는 투구에 가장 잘 맞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요즘은 다들 잘 따라주는 것 같아요. 오히려 먼저 다가오기도 하죠. 예전에는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먼저 얘기해주려는 마음이 강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듣고 싶어 하는 걸 선수들이 원할 때까지 기다린 뒤에 말해주는 게 중요하단 걸 깨달았거든요. 코치는 선수를 믿어줘야 할 사람인데 도리어 제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든다면 더 불안해하겠죠. 선수들이 편히 공 던질 수 있게끔 하는 게 중요해요. 그 생각이 들게 한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한)현희예요.

 

 

한현희 선수가 어떤 점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나요?

저는 아직도 그 시합을 잊을 수 없는데요. (웃음) SK 와이번스전이었어요. 주자 2루 상황에 타자는 이재원 선수였고요. 제가 “현희야. 슬라이더 던지고 시작하자”고 했어요. 포수인 (박)동원이한테도 여러 번 일러뒀죠. 그런데 초구로 속구를 던지고 안타를 맞은 거예요. 그래서 이닝 마치고 속구 던진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코치님, 저한테 무슨 말씀하신 거예요?”라고 말하더라고요. 동원이는 슬라이더 사인을 냈지만 “투수가 고개를 저어서 속구 사인을 냈다”고 했고요. 그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는 걸 깨달았죠. 그때 만약 어떤 공을 던지고 싶은지 먼저 물었다면 나아졌을지도 몰라요.

 

 

폼이나 구종 외에 정신적인 부분도 신경을 쓴다는 거군요.

네. 시즌 동안은 심리적인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기술적인 건 캠프 때 수정하죠. 예외가 있다면 스캇 맥그레거 선수인데요. 교정해야 할 부분이 생겼을 때도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우선 기다렸습니다. 평생 야구를 해온 선수이기에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 테니까요. 언젠가 본인이 흔들리는 걸 몸소 느끼는 때가 오면 그때 전력분석팀과 함께 자료를 모아놓고 보는 거죠. 꾸준히 피드백 한 결과,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요. 물론 8월 3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대량 실점을 하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왜냐. 좋아지고 있으니까.

 

 

전력분석팀의 도움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방금 이야기한 맥그레거는 커터를 던졌을 때 많이 맞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커터와 슬라이더 투구 자료를 모아서 각각 비교했습니다. 투수와 타자의 승부는 확률 싸움이에요. 따라서 확률이 더 높은 편을 선택하면 되는 거죠. 그리고 셔츠의 단추처럼 처음부터 잘 채워야 하는 투구 폼 변경 문제도 전력분석팀의 자료를 통해 도움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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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는 코치, 성장하는 팀 

 

 

손혁 투수코치는 톰 하우스의 말을 빌려 “‘이렇게 하라’고 하는 건 본인만의 경험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다. 정확한 근거와 명칭, 사진이나 영상 등이 없다면 그건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선수들을 존중하고 그들이 경험을 토대로 성장하게끔 돕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다”라는 그의 말. 영웅군단 모두가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에는 이런 비밀이 있던 것이다.

 

 

선수들이 경험해볼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위험부담도 있지 않나요?

어리니까. 어리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투수로서 크게 성공하려면 핑계가 없어야 하거든요. 골프선수들이 아주 핑계가 많은데요. (전원 웃음) “그린이 안 보인다. 공이 빠르게 구른다. 오르막. 내리막. 바람….” 투수들도 마찬가지예요. “심판. 벤치의 사인이 나빴다. 공이 미끄럽다. 바람이 불어서 넘어갔다.” 끝도 없어요. 그래서 제가 시즌 전에 정해둔 게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는 핑계를 대지는 말자. 핑계는 내가 너희를 보호하기 위해 감독님께 대는 것이다. 너희가 할 말은 아니다”라고요. 공이 미끄러우면 안 그럴 때까지 연습을 해서 와야 해요. 투수는 절대 핑계를 대면 안 됩니다. (투수 김상수가 지나가다 인사를 하자) 핑계를 안 대요 상수는. 그렇지 상수야? (김상수曰 “네.”) (전원 웃음)

 

 

선수별 특성에 맞게 지도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그중 김택형 선수에게 슬라이더 그립을 가르치기 위한 과정에서 생긴 일화가 유명합니다. 그때 오승환 선수(당시 한신 타이거즈)를 통해 일본 선수들의 그립이 어떤지 물어봤다고 들었는데요.

제가 지금은 슬라이더를 많이 공부하고 있지만, 현역 때 슬라이더를 잘 던졌던 투수는 아니에요. 박승민 불펜코치가 선수 시절 슬라이더를 굉장히 잘 던졌던 사람인데요. 둘이 대화를 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죠. 그때 당시 택형이가 슬라이더를 던졌을 때 손가락 끝이 자꾸 까지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그립을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오승환, 류현진, 윤석민, 양현종, 김광현, 이 다섯 명에게 “부탁해서 미안하다. 우리 팀에 너희만큼 성장할 가능성 있는 선수가 있는데, 당장은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너희들의 슬라이더 그립, 던질 때 갖는 자신만의 생각이 있다면 메신저로 보내 달라”고 부탁했죠. 고맙게도 한 명도 빠짐없이 보내줬어요. 특히 오승환 선수는 일본 선수들의 그립까지 보내줬죠.

 

 

선수들 개인 특성을 감안해 온갖 정성을 쏟고 있는데요. 코치님의 눈에는 어떤 선수가 가장 개인 특성을 잘 살리고 있는 것 같나요?

글쎄요. (웃음) 지금은 다들 본인 역할에 충실해서요. 우선 신재영 선수가 강점인 슬라이더를 살려서 선발투수로 살아남았고요. 이보근, 김세현 선수는 각자의 장점인 속구를 잘 활용하고 있죠.

 

 

그중에서 김세현 선수는 이번 시즌 마무리투수로 전향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이전과 달라진 점은 없어요. 단지 자기 공을 전보다 더 믿고 던질 뿐이죠. 투구 폼에 대한 말이 많은데요. 그 부분은 바뀐 게 없어요. 오히려 현장의 믿음, 감독의 신뢰, 이런 것들이 선수의 자신감이 됐다고 생각해요. 투구 폼은 초등학생 때부터 만들어진 거니까 바꾸려면 진작 바꿨어야 하는 게 맞죠.

 

 

‘믿음’이란 말이 나온 김에 질문 하나 던져보겠습니다. 2015시즌, “투수진을 향한 70퍼센트 정도의 믿음이 생겨 부푼 희망을 갖게 되었는데, 그 희망이 시즌 중 깨졌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었어요. 올 시즌은 몇 퍼센트 정도 신뢰했나요?

40퍼센트 정도 믿었어요. (웃음) 작년에 투수들을 그 정도 믿었던 건 불펜에서 던지는 모습만 보고 했던 생각이에요. 시즌을 치르면서 느꼈죠. ‘마운드 위에서 던지는 건 내가 아직 못 봤구나’라고요. 올해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마운드에서는 최대한 편하게, 불펜에서 던지는 것처럼 느끼게끔 돕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3구 안에 아웃시켜라’예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우리 팀 전력분석의 방식은 다른 팀과 달라요. 예를 들어볼게요. 만약 어떤 타자의 약점이 슬라이더예요. 그런데 슬라이더를 못 던지면 아무 소용없잖아요. 여기서 선수들에게 “타자가 초구에 속구를 노리고 있어. 뭘 던질래?”라고 물으면 다들 변화구라고 말해요. 오히려 속구를 던져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올려야 해요. 어차피 타자는 잘 쳐야 3할이니까요. 변화구든 속구든 본인이 제일 편하고 가장 자신 있는 공으로 강하게 던지라고 합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배운 게 많다고 거듭 이야기했어요. 코치로 부임하면서 “공부하는 지도자인 염경엽 감독에게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적도 있었죠. 코치 생활을 통해서 굉장히 많은 걸 배운 것 같아요.

모든 게 제 생각대로만은 되지 않는다는 것과 선수들을 기다려줘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요. ‘조언할 타이밍을 언제로 잡느냐’의 문제예요. 그렇다고 말을 안 해주면 방관하는 것 같고, 또 아무 때나 말해주면 선수를 믿어줘야 하는 코치가 오히려 더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일 것 같거든요.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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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앞으로, 더 위로 

 

 

선수 개인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한 명씩 신경을 쏟는 손혁 투수코치. 그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며 하나둘씩 그들을 성장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코치는 배우고, 선수들은 성장하며 모두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넥센 홍원기 수비코치와 동향에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동문입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사이인 만큼 이야깃거리도 많을 것 같아요. 특별한 추억이 있나요?

홍 코치요? 고등학교 때 같이 야구 안 하겠다고 도망가기도 하고…. (웃음) 사실 워낙 오랜 시간 봐온 사이라서 얼굴 보고 할 얘기도 없어요. (전원 웃음) 이제 얘기도 잘 안 해요. 그래도 서로 바라는 게 뭔지 잘 아니까 말 안 하고도 통하는 사이라 정말 좋습니다.

 

 

나날이 말라가는 손혁 투수코치와 염경엽 감독에게 팬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따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나요?

(웃음) 특별한 건 없지만 영양제는 잘 챙겨먹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10년 정도 80kg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감독님이나 수석코치님이 마르셨는데 저 혼자 살을 찌우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살을 찌울 수 있음에도 두 분을 보조하고 있는 거죠. (웃음)

 

 

건강 이야기의 일환인데, 9월 21일 상무에서 전역할 강윤구 선수와 관련해 코치님을 걱정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그를 기다리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저는 아직 (강)윤구를 만나보지 못했어요. 2012년에 해설위원 일을 시작하면서 각 팀에 인사를 다녔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 공 던지는 윤구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오, 저런 공을 던지는 선수도 있구나!’하면서요. 그런데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심지어 선수들까지 농담 식으로 “(강윤구가) 돌아오면 지금보다 최소 5kg은 더 빠질 것이다”라고 말해주는데요, 저는 아직 경험을 안 해봐서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아마 윤구가 잘 맞춰주지 않을까요? 지금 투수진 색깔도 어느 정도는 공격적인 투구로 정착이 됐으니까요. 다들 경험해보면 알 거라고 말하는데요. (전원 웃음) 저도 궁금해요. 경험하기 전부터 머리 아플 필요는 없으니 지금은 되도록 편하게 있습니다.

 

 

강윤구 선수 외에도 ‘앞으로 어떤 선수를 키워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면?

저는 선수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고 돕는 사람이거든요. 분명 저는 실패한 선수였고, 선수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바라는 건 오직 한 가지예요. 선수들이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마운드 위에 서는 것. 때로는 성적이 나쁠 수도 있지만 최대한 오랜 시간 마운드 위에 머물렀으면 좋겠어요. 신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미있게 던졌으면 좋겠어요. 먼저 자기 공을 던지라는 거죠. 보완은 그 다음이고요. 마운드에는 ‘그 순간 가장 잘 던지는 투수’가 올라가는 거니까, 자신 있게 던지고 고개 숙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코치님을 잘 믿고 따르는 선수단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전반기에 보근이 몸이 완전하지 못할 때 상수가 나가서 고생을 했어요. 아마도 보근이나 세현이는 기록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될 테고, 시즌 마치면 상도 받게 될 거예요. 그런데 상수는 그렇지 않잖아요. 지금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요. 투구 이닝이 많기 때문이죠. 재영이나 보근이가 잘 던져줘서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그 선수들은 보상을 받고 있다’는 거예요. (마)정길이, 주원이, (이)정훈, (김)정훈, 그리고 상수가 고생을 해준 덕분에 선수들이 부상 없이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마지막으로 박승민 불펜코치가 고생 많이 해주고 있어요. 제가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좋은 불펜코치와 트레이닝 코치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서로 의견도 잘 통하니까요. 모두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끝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영웅군단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팬 분들께서 투수들 응원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혹시 페이스가 떨어지는 때가 있더라도 계속 지금처럼 “잘한다. 좋다”고 응원해주시면 앞으로 더 좋은 선수들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계속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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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히어로즈는 오랜 시간 동안 투수난을 겪었다. 하지만 손혁 투수코치가 팀에 합류한 후로 가능성을 가지고 있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궤도에 올랐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변화된 분위기로 한차례 더 발전했음을 증명해보였다. 이 기적과도 같은 발전은 어쩌면 그의 말처럼 운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계속해 발전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 더 많은 배움을 통해 성장할 손혁 투수코치와 넥센 히어로즈 투수진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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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66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6년 10월호(66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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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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