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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Inside The Park skySports 야구 해설위원 이효봉 MEMORIES

dugout*** (dugout***)
2016.10.1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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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고유의 맛에 감칠맛을 더한다

 

우리의 혀는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야구를 볼 때도 그렇다. 달콤한 승리, 쓰디쓴 패배, 신맛과도 같은 짜릿함 등등…. 그런데 최근 학계에서 ‘감칠맛’을 미각의 종류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야구의 감칠맛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은 누굴까.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말투,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는 균형 잡힌 해설, 뛰어난 분석력을 자랑하는 해설자. skySports의 이효봉 해설위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해설위원 중 한 명인 이효봉 위원의 감칠맛을 인터뷰에서도 느껴보자. (9월 9일 인터뷰)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황형순 Location 한화생명이글스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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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ppetizer 

 

어제(9월 8일) 중계한 경기 이야기부터 해보죠. 한화 이글스가 3:0으로 지고 있던 경기를 9회말에 역전하고 승리했어요. 중계하는 입장에서도 재밌는 경기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일단 어제 선발투수들이 호투를 했어요. 제가 또 투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웃음) 올해 타고투저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투수들이 좋은 모습 보여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경기였습니다. 9회말에 김재윤 선수가 나오지 않았던 건 의아했어요. 사실 kt의 마무리투수 하면 김재윤이잖아요. 하지만 팔꿈치 통증 때문에 잠시 공백 기간을 가지기도 했고 컨디션도 안 좋았는지 코칭스태프 측에서 바로 투입하지 않더라고요. 어제 경기를 복기하면서 마무리투수라는 자리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자리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한화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9회말에 뒤집는 뒷심을 보여줬어요. 5강 싸움에서의 생존 여부를 떠나, 어제 같은 경기는 팬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었을 것 같아요.

 

 

야구팬들에게도 이효봉 위원의 해설은 큰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SNS에서 실시한 해설위원 올스타 투표에서 최상위권에 선정됐어요. 소감을 듣고 싶네요.

투표를 실시했던 주최 측에 고마울 뿐이죠. 그런 투표가 없었다면 제가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지도 몰랐을 테니까요. 동시에 책임감도 느끼고 있어요. 요즘 야구 보시는 팬들 중에 자신이 응원하는 특정 팀에 관해서는 저보다 많이 알고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제가 모르는 곳에도 숨은 야구박사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니 책임감도 늘었습니다.

 

 

언제 그런 점을 느꼈나요?

직접 만나 뵙는 팬이나, SNS로 연락하는 팬들이 저한테 질문을 하거든요. 그럴 때면 ‘나도 모르는데 이런 걸 어디서 들으셨나?’ 싶어요. 하지만 그 점 때문에 더 공부하게 되는 측면도 있고, 그런 분들을 위해 더 좋은 해설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야구를 시청하는 연령층도 다양하잖아요. 물론 다 만족시켜드리기는 굉장히 힘들지만, 최대한 ‘경기 중에 들으면 도움 되는’ 편안한 해설을 하고자 합니다.

 

 

지금도 이미 충분히 좋은 해설을 들려주고 있는데요. (웃음) 팬들의 사랑을 이렇게 많이 받기는 쉽지 않은데, 이효봉 위원이 해설하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뭔가요?

저는 평범한 것이 가장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자꾸 어떤 것을 더하려고 하면 호불호가 갈리게 될 가능성도 커지죠. 때문에 평범함 속에서 조금씩 포인트를 주는 해설이나 신선한 표현을 더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 출발점은 오디오와 비디오를 일치시키는 겁니다. 경기를 보다 보면 장면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잖아요. 때문에 말이 화면을 따라갈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순발력도 필요하죠.

 

 

해설하다 보면 다음에 벌어질 상황에 대한 예측도 할 텐데요. 이것도 하나의 재미요소라고 생각해요!

돌아가신 제 아버지께서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으니 예측을 해보라”고 권하셨어요. 그 이후로 예측을 시도했는데요. 이 상황에서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할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해보는 것도 중계방송을 시청하는 팬들과의 의사소통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맞는다면 좋은 거고 설령 틀렸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재밋거리가 되겠죠. ‘내 예상이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등의 불안감이 생기면 본인이 하고 싶은 해설을 못해요.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만큼은 제가 말할 권리를 갖는 시간이잖아요. 제가 추구하는 해설을 해야죠.

 

 

해설위원은 요리사와 비슷하다. 같은 요리라도 요리사는 자신만의 방법과 레시피가 있다. 야구 해설위원이라면 누구나 야구라는 요리를 다루지만 그 방식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평범한 것이 가장 좋다고 여기는 이효봉 위원은 야구의 참맛을 변형시키지 않는 선에서 자신만의 레시피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야구팬들의 인기 해설위원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도 끝없는 공부와 노력이 뒷받침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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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in Dish 

 

잠시 그의 이력을 살펴보자. 빙그레 이글스에서 길지 않은 선수 생활을 거친 이효봉 위원은 LG 트윈스에서의 스카우트 경력, <주간야구>라는 잡지사의 기자 경력도 가지고 있다. 보통 선수 은퇴 후, 곧바로 코치나 해설자로 변신하는 최근 트렌드를 감안하면 흔치 않은 스펙의 소유자다. 그가 인기 해설위원이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제가 선수를 은퇴하고 <주간야구>라는 잡지사에서 처음으로 기자 생활을 시작했어요. 나중에 그 잡지사가 없어지고 다른 직업을 모색하다가 1994년에 한국스포츠TV가 출범한 걸 알게 됐어요. 거기에 지원했는데 선수 경력과 기자 경력을 동시에 가진 점이 특이했는지 경력직 기자로 채용이 됐습니다. 몇 년이 지나면서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고, 돈을 더 써가면서 해설위원을 구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제가 자연스럽게 해설을 맡게 됐습니다. 이후에 IMF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한국스포츠TV가 SBS Sports에 흡수됐어요. 동시에 회사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후배들과 10개월 동안 파업에 참여했어요.” 힘든 시간이었다. 구조조정이라는 낯선 상황, 그는 SBS 사옥 앞에서 노숙까지 해야 했다. 결국 해설위원을 그만뒀지만 자신이 몸담았던 야구계를 떠날 수는 없었다. “이후에 LG에서 스카우트로도 활동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스카우트는 내가 뽑은 선수들이 잘해야 신이 나는데 그 선수들이 잘 풀리지 않으니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러다가 지인들의 권유로 2008년부터 해설을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이미 지인들에게도 좋은 해설위원으로 인정을 받았던 그는 해설자 경력도 화려하다. 2008년에는 KBS N Sports, 2009년 Xports, 2010~2011년은 MBC Sports+, 2012~2014년은 XTM의 야구 해설가로 활동했다. 그리고 현재는 skySports에서 김진욱 해설위원과 함께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게 많은 방송사에서 활동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단순히 해설 실력이 좋았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LG 스카우트를 그만두고 해설할 자리를 알아보는데 한국스포츠TV에서 같이 일했던 김관호 PD(현 KBS N Sports 제작국장)가 와서 해설위원을 맡아달라고 자리를 마련해줬어요. 2009년에는 역시 한국스포츠TV에서 아나운서를 맡던 정지원 캐스터와 Xports에서 해설했고요. 그 이후에 MBC Sports+, XTM에서도 한국스포츠TV에 같이 있던 후배들의 도움으로 계속 해설할 수 있었고 지금 이곳에서 해설하기에 이르렀죠.”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저 인맥으로 버틴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의 해설과 마찬가지로 그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길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후배들이 공통적으로 저한테 한 말이 있어요. 같이 파업할 당시에 저한테 많이 미안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로서는 당연한 일이었어요. 같이 일한 후배들이고 구조조정 때문에 인원의 절반이 나가야 하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나 혼자 여기 남아서 일하겠다’고 말하겠어요. 말도 안 되죠.” 감칠맛의 사전적 의미에는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야구 해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IMF와 구조조정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동고동락한 동료들을 놔두고 혼자만 편할 수 없었다 말하는 이효봉 위원의 인생 역시 감칠맛이 가득 배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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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해설자는 각기 다른 스타일과 주관을 가지고 있다. 이효봉 위원만이 가지고 있는 주관을 알고 싶었다. “저는 어떤 식으로든 선수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단호) 우리가 하는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분명히 상처 받을 수도 있거든요. 저는 이런 비유를 자주 해요. 프로는 서울대와 같다고. 서울대 학생과 마찬가지로 프로 선수들도 모두 다 야구를 잘해서 지명 받은 거예요. 그 안에서 잘하고 못하고는 상대적인 부분이거든요. 서울대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한다고 그 사람이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잖아요.” 프로라는 무대 역시 상대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돈을 받고 뛰는 프로에서도 성적은 중요하기 때문에 서열이 정해지는 점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선수가 야구를 못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저도 야구를 해봤으니까 선발투수로 나가거나 승리를 거두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아요. 저는 하나도 못해봤기 때문에 그런 투수들이 그저 부러웠어요. (웃음) 그래서 저는 선수나 뒷바라지했을 가족들이 상처 받을 말 하는 걸 가장 금기시합니다.”

 

 

해설의 주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상당히 신사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선수를 대하는 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투수 출신인 점과 더불어 남다른 분석력을 자랑하는 그가 선수를 분석할 때 그 선수의 현재 상황을 특히 눈여겨본다고 한다. “이 선수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합니다. 타자나 투수가 현재 위치가 어느 정도고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 이유가 뭔지, 이런 부분은 선수와 직접 인터뷰하면서 알아야 해요. 그래야 저도 시청자들에게 상황을 잘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가급적이면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시도한다. 1군으로 올라온 선수가 있으면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나눈다. “선수를 처음 보면 ‘내가 중계하면서 네 이야기를 할 텐데 너에 대한 어필을 해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선수들과 가까워지기도 하거든요. 분석은 기록으로도 할 수 있지만 기록을 떠나서 이 선수가 잘하면 ‘어떻게 잘하게 됐는지’, 부진하면 ‘왜 부진한지’에 대한 이유는 선수들과 대화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워요. 이런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알려드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평소 경기장에 일찍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경기장에 나와서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경기 시작하기 4시간 전에는 야구장에 와요. 그보다 더 일찍 올 때도 있습니다. 일찍 와서 경기장을 보면 뭔가를 더 알아낼 수 있어요. 누가 경기장에 일찍 나와서 몸을 풀고 배팅 연습을 하는지 알 수 있죠. 나중에 코치를 통해서 그 선수가 왜 일찍 나와서 연습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정보를 더 얻을 수도 있고요.” 얻는 정보가 많을수록 시청자들에게 더 많이 전달할 수 있다. 때로는 선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경기 중에 예측하는 부분에서도 도움을 얻는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전준호 코치(현 NC 다이노스 주루코치)가 선수 생활할 때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한번은 준호가 ‘선배님, 제가 두 번째 타석까지 안타를 못 치면 세 번째 타석에 번트를 댈 겁니다’라고 귀띔을 해줬어요. 그런데 그날 준호가 두 번째 타석까지 안타를 못 쳤어요. 그래서 제가 세 번째 타석에 ‘전준호 선수가 기습번트를 댈 확률이 높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기습번트를 대고 출루하더라고요. (웃음)” 그의 족집게 같은 예측은 선수들과의 많은 대화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이효봉 위원. 그의 행동에 선수들은 마음을 열었고 때로는 가장 확실한 정보원이 되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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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중계는 캐스터와 해설위원 두 명으로 구성된다. 둘의 호흡이 중요한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캐스터와는 어떤 대화를 나눌까? “우선 오늘 경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어떤 점인지, 주목할 선수는 누구고 팀의 현재 상황은 어떤지 사전에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지만 캐스터와 따로 준비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웃음) 뭐든지 자연스러운 게 좋죠.” 해설에서 중요한 부분은 흐름이다. 준비가 지나치면 ‘이 내용을 꼭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기 때문에 도리어 중계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skySports 간판 캐스터인 임용수 캐스터와는 한국스포츠TV에서부터 오랫동안 함께 일해 왔던 사이다. 김태우 캐스터 역시 과거 Xports에서 함께 중계를 했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이기에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사실 평소에 캐스터와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아요. 그런데 올해는 skySports 측에서 차를 마련해준 덕분에 캐스터와 같이 이동하거든요. 운전하면서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요. 그게 중계할 때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캐스터와 해설위원은 배터리와 같다. 캐스터는 사인을 내는 포수, 해설위원은 그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투수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많은 대화는 더 알차고 좋은 중계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해설위원에게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정보력이다. 중계를 하기에 앞서 어떤 준비가 이뤄지는지 물었다. “제가 중계할 경기 스케줄이 잡히면 두 팀의 상황에 계속 주목해야 돼요. 그리고 각 팀의 주전 선수들을 전부 검색해서 성적이나 시리즈 내에 나올 수 있는 기록 등의 새로운 정보가 있는지도 확인하고요.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각 팀의 담당 기자들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한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만 추려도 총 20명이다. 주전 선수에 대한 정보를 모두 파악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터. 그래도 그는 해야 할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준비하지 않으면 말의 힘이 떨어져요. 정보에 대한 자신이 없으면 전달력에서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까 철저하게 준비해야죠.”

 

 

경기가 진행되면 선수도 힘들지만 중계하는 사람도 지친다. 끊임없이 말을 해야 하는 해설위원 입장에서 연장전에 돌입하거나 경기가 길어지는 것이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효봉 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저는 지금도 연장전이 좋아요. 올해 개막하자마자 두 경기 연속 연장전 해설을 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용수한테 ‘기왕 이렇게 된 거 내일도 연장전 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웃음) 아쉽게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물거품이 됐지만요.”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더 오래 중계할 수 있으니 좋지 않느냐는 것이다. 동시에 연장전을 가거나 투수의 투구 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짜증내는 방송 관계자에게도 일침을 가한다. “그 사람은 야구를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진정 야구를 사랑한다면 그러한 부분까지도 야구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가 야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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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essert 

 

중계가 끝나면 쉴 수 있는 건가요?

우선 오늘 경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자료들을 정리하고 나머지 경기들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다 챙겨봅니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요. 지방에서 원정경기가 끝나면 캐스터나 기록원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야구 얘기도 해요. 전 술은 잘 마시지 않습니다. (경기가 끝나도 야구는 끝나지 않네요.) 그럼요. 야구에 집중을 계속 해야죠. 야구공에서 눈 떨어지면 위험하듯이, 저도 야구에 조금이라도 소홀해지면 한 번씩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 오더라고요. 그래도 비시즌 때는 쉴 수 있잖아요. (웃음)

 

 

선수들도 그렇지만 중계하는 분들도 일정이 빠듯하잖아요. 체력관리도 신경을 써야 할 텐데….

그래야 하는데 그동안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아요. 일단 아프면 안 되니까 그런 부분은 조심하는데, 특별히 뭔가를 하는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최근 들어서 다시금 느끼고 있어요. 사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고 하일성 선배가 중계하러 가시던 도중에 급작스럽게 가슴 통증이 와서 심장수술을 받으셨던 적이 있거든요. 그날 이후에 언젠가 하 선배 해설을 듣는데 목소리에 힘이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방송하는 사람에게는 목소리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몸에 힘이 없으면 목소리에도 힘이 빠지겠죠.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는 운동도 운동이지만 먹는 양을 조절하는 식으로 관리하려고 합니다.

 

 

(중략)

 

 

야구가 없는 비시즌에는 어떻게 지내나요?

시즌이 끝나고 스프링캠프를 가기 전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가족들과 여행도 하죠. 시즌 중에는 같이 있을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가족들에게 시간을 많이 투자하려고 합니다. 스프링캠프에 가면 스태프들과 취재도 하고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많은 경기를 보면서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을 텐데요. 이효봉 위원이 보기에 정말 잘 될 것 같은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 선수나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 선수가 있죠. 특히 구자욱 선수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자세를 잘 갖췄고요. 하지만 이 선수들은 누가 봐도 딱 잘할 것 같은 선수들이잖아요? 개인적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는 선수들은 있어요.

 

 

그럼 질문을 바꾸죠. 잘됐으면 좋겠다는 선수는 누군가요?

SK 와이번스 최승준 선수. 스카우트로 있을 당시에 그 선수를 제가 뽑았거든요. 10년 넘게 고생했고 올해 빛을 보는가 했던 선순데 부상 소식을 듣고 많이 안타까웠어요. 마음속으로 응원을 많이 하고 있고요. 또 한 명은 NC 다이노스 원종현 선수. 종현이 역시 제가 LG에 있을 당시에 입단시킨 선수예요. 현재 KIA 타이거즈에 있는 서동욱 선수도 그렇고요.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에 비해서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티면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그런 선수들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경계선에 서서 버티는 선수들에게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해설위원 이외에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한 가지 이루고 싶은 것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야구에 대해 공부하면서 느낀 부분이지만, 우리나라는 선수들이나 야구팬들이 접할 수 있는 야구 관련 서적이 굉장히 적은 편이에요. 미국이나 일본은 상당히 많거든요. 그래서 외국에 있는 야구 서적을 번역해서 우리 선수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가지고 있는 재능은 많은데 기본기를 잘못 배워서 나쁜 습관이 몸에 배어버린 선수들을 보면 안타깝더라고요. 제 아버지가 일본 야구 서적을 직접 번역하셔서 정동진, 김인식 감독님 등 지인들에게 전달하신 적이 있어요. 그것처럼 저도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많은 선수들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효봉 위원의 해설을 즐겨 듣는 야구팬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도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한 말씀 드리자면, 야구 중계를 보시면서 승패를 떠나 좋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야구를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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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야구 중계를 넘어 이제는 다른 분야에서도 야구의 참맛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터뷰를 하고 나니 알 수 있었다. 중계에서나 인생에서나, 그는 감칠맛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해설이 왜 호평을 받는지, 그가 왜 그토록 타 방송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는지가 이를 반증한다. 그리고 그의 중계 채널은 어느새 수많은 야구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맛집이 됐다. 아직 맛보지 못했다고? 경기가 시작되면 그의 중계 채널을 찾아가 어떻게 요리하는지 귀를 기울여보자. 맛집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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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66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6년 10월호(66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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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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