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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People] LG 트윈스 임찬규, 고우석 DUGOUTV

dugout*** (dugout***)
2021.11.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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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파이브 1

트윈스의 영혼의 단짝

 

바라만 봐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알 것만 같은 관계가 있다. 영혼의 단짝 같은 존재랄까. 그저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왠지 모를 든든함을 가져다준다. 거의 1년 내내 자기 자신과 외로운 싸움을 견뎌내야 하는 운동선수에게 이러한 소울메이트의 존재는 얼마나 각별할까. 더군다나 그런 이가 같은 팀 동료라면 심적으로 얼마나 큰 힘이 될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여기 KBO리그에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절친 케미를 자랑하는 듀오가 있다. 친형제 같은 끈끈함은 물론, 빵빵 터지는 유머 감각까지 서로 닮아 흐뭇함을 자아내는 이들이다. LG 트윈스 투수진의 핵심, 바로 임찬규와 고우석이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Chanwoo Lee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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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파이어볼러

 

오늘 인터뷰 주제를 한번 정해봤는데요. 파이어볼러 특집이 어떨지요. (10 4일 인터뷰)

임찬규(이하 찬규) 저는 아주 기분 좋은 주제지만, 우석이가 좀 아쉬워하잖아요. 스피드가 다시 떨어지기 전에 빨리 인터뷰가 나가야 하는데.

고우석(이하 우석) 에이, 인정해야죠. 이젠 속구 스피드가 제 슬라이더 구속만큼 나오잖아요.

 

2년 전 97(2019 5월 호) 인터뷰에서 구속은 집 나간 자식 같다고 했어요. 집 나간 자식이 돌아와서 야구가 즐거울 거 같은데요?

찬규 그때 했던 말이 이렇게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네요. 정말 가출한 자식을 다시 맞이한 부모 마음이죠.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에요. 공이 바로 빨라진 건 아니고 네다섯 경기 정도 치르면서 투구 수가 줄어들고, 뭔가 알아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런 느낌은 신인 때 이후로 처음이라 좋아요.

 

당시에 구속이 완전히 돌아오면 다 끝난 거다라는 말도 했어요.

찬규 다신 안 돌아올 줄 알고 말한 건데 오히려 끝나지 않는 전쟁의 서막이 열린 거 같아요. 확실히 예전보다 훨씬 편해졌고 던질 거 없으면 패스트볼 던져야지라는 자신감이 생기긴 했지만, 다 끝난 건 아니더라고요. 앞으로도 많이 집중해야겠어요.

 

친한 동생으로서 형이 구속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본 감회가 어떤가요?

우석 찬규 형의 강속구를 본 게 초등학생 때였거든요. 제가 프로에 온 이후론 그렇게 빠른 공을 뿌리지 못했는데, 언젠간 되찾을 수 있겠다는 가능성은 봤어요. 시즌 막바지에 불펜으로 등판하면 좀 더 빠른 공을 던졌거든요. 찬규 형은 미련을 두진 않았지만, 내심 아쉽긴 했을 거예요. 구속이란 게 완전히 버릴 순 없는 무기니까요. 올해 부상으로 고생했어도 오히려 그걸 기점으로 스피드를 회복했다는 게 참 멋있어요. 보통 노력만으론 안 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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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들어 둘 다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데 최근 컨디션은 어때요?

우석 컨디션은 좋아요. 제 역할이 편해진 만큼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고 느껴요.

찬규 저도 요즘 정말 좋죠. 길게 던질 수 있는 몸 상태가 됐고, 4일 휴식이나 5일 휴식 로테이션 모두 괜찮을 만큼 긍정적인 흐름으로 가고 있어요.

 

본인들의 경기력과는 별개로 팀이 후반기에 약간 주춤하기도 했는데, 팀 내 분위기 메이커로서 선수단 분위기를 위해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요?

우석 형들이 밝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덕에 특별히 할 건 없지만, 그 흐름에 맞춰서 더 즐겁게 웃으면서 하려고 해요. 흔히 분위기가 성적을 따라가곤 하니까 제가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겠죠.

찬규 내부적으론 질 때나 이길 때나 똑같이 즐겁게 하려고 해요. 저는 전반기에 오래 쉰 만큼 팀에 폐는 끼치지 말아야겠다 싶죠. 개인적으론 긍정적인 텐션으로 동료들을 많이 웃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순위 싸움이 한창 치열한 시점인데 현재 마음가짐이 어떤지 궁금해요.

찬규 매년 그렇지만 시즌 초랑 똑같아요. 선발 투수로서 아무리 못해도 3점 차 안으론 유지하잔 마인드로 임해요. 지고 있어도 뒤집을 수는 있게 해 놓자는 거죠.

우석 전 세이브 상황에 나가는 만큼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었지만, 후반기 들어 매일 순위가 요동치다 보니 팀 전체적으로 집중력이 더 높아질 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덩달아 긴장하면 오히려 결과가 나빠지더라고요. 그래서 승패에서 벗어나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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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케미의 시작

 

흔히 친한 사이일수록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을 못 하곤 하잖아요. 둘은 이 정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던 계기가 떠오르나요?

찬규 룸메이트를 했던 게 컸어요. 우석이가 한 사람이랑 꾸준히 같은 방을 쓰는 게 아마 제가 처음일 거예요. 전지훈련을 하러 가면 제가 젓가락질부터 가르쳐주곤 했고요. 같이 생활하면서 앞으로도 얘랑 써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석 서로 다른 룸메이트가 있을 때도 젓가락질을 알려준다거나 했고요. (웃음) 힘들어할 때 위로해주면서 자주 어울렸어요. 제가 2년 차일 때부터 방을 같이 썼는데, 저는 웃음이 많고 형은 웃기는 걸 좋아해서 잘 맞았어요. 밤마다 떠들면서 웃다가 잠들곤 했죠.

 

쭉 룸메이트를 해오고 있는데 함께 생활하면서 느낀 장단점이 있나요?

찬규 제 단점은 잘 안 치우는 거예요. 완전히 더럽히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오히려 장점이 된 게, 얘가 굳이 방을 치울 필요가 없는 거예요. 원래 선배랑 방을 쓰면 정리 좀 해라 이런 말을 하는데 전 안 그래요. 우석이는 원래 바로바로 정리하는 편이라 한동안은 열심히 치우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자포자기하더라고요. 조금 너저분하지만, 방을 프리스타일로 쓴다는 게 저랑 룸메이트가 됐을 때의 장점이자 단점이죠.

우석 저는 좀 보는 시각이 다른 게, 저한테 깔끔하다고 하는데 결벽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예민하지도 않아요. 오히려 형이 안 그래 보여도 몸에 대한 건 예민해요. 예를 들면 건조하거나 습할 때, 불빛이 들어올 때요. 제가 그런 건 잘 맞춰주거든요. 그래야 하는 것도 맞고 별로 힘들다는 기분도 안 들어요. 원래 빨래도 개고 가방도 정리해놓곤 했는데, 룸메이트를 오래 하면서 잘 안 되니까 그냥 찬규 형의 스타일을 따라가더라고요. 대충 던져 놓고요.

 

임찬규는 시즌 초반에, 고우석은 대표팀 소집 기간에 팀을 비웠는데 상대방이 없으면 심심하진 않나요?

찬규 톡방이 유지가 돼서 연락은 계속했어요. 우석이는 부상 때문이 아니라 대표팀에 소집된 거니 빈자리가 느껴지는 건 없었고, 제가 팀을 비웠을 땐 연락이 많이 왔죠. ‘지금 팀 상황이 이러니 형이 빨리 와야 할 거 같다 이런 내용으로요.

우석 항상 하는 얘기가 있는데 우리는 재작년부터 1년 주기로 번갈아 가면서 팀에서 빠졌어요. 2018년엔 내내 붙어 있었지만 제가 부진했고, 이듬해엔 찬규 형이 다쳤고 제가 잘했어요. 작년엔 제가 아팠던 대신 형이 좋았죠. 올해는 또 처지가 바뀐 거니까 내년에는 부상 없이 같이 잘하자는 대화를 자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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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외에 사적으로도 자주 어울리나요?

찬규 오히려 쉬는 날엔 자주 안 보죠. 시즌 중 거의 매일 보니까 각자 할 일을 할 때가 많아요. (함께 여행을 가거나 취미를 공유하기도 하나요?) 단둘이 여행은 좀. 운동하는 남자들끼리는 다 비슷하죠. 함께 게임을 하고, 밥 먹고, 피시방이나 가고 이 정도가 다예요.

우석 계속 온라인에서 보다가 종종 집 밖에 나와 오프라인으로 만나고 그래요. 할 거 없을 때 밥이나 먹자고 연락하고요.

 

만약 고우석이 선배, 임찬규가 후배였다면 과연 지금만큼 친했을까요? 성격이나 다른 조건들은 다 똑같다고 가정하면요.

찬규 다른 선배들한테 해온 것처럼 우석이한테도 잘했을 거 같아요. 제가 까라면 까는 스타일이어서요. 선배가 이거 해봐라고 하면 막힘 없이 바로 하고. 그런데 얘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고 후배들한텐 어떤 타입인지 잘 모르니까. , 확실히 모르겠다 나는.

우석 되게 좋을 거 같은데요? 진짜로요. 만약에 찬규 형 같은 사람이 후배면 엄청 재밌을 거예요. , 진짜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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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있기에

 

조금 진지한 분위기로 돌입해볼까요. 상대방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순간도 있을 텐데, 어떨 때 서로의 존재가 고맙게 느껴지나요?

찬규 , 돈 빌릴 때죠. (전원 웃음) (감동적인 답변을 기대했는데 실패네요.) 솔직하게 답해야 하니까. (우석: 저는 돈을 잘 안 쓰는 편이거든요. 용돈 모으고 계속 가지고 있는 타입.) 그렇다고 제가 빅 머니를 쓰는 건 아니고, 순간순간 돈이 없을 때 , 얼마만 부쳐봐 하면 은행처럼 바로바로 급전이 오고 가고. 아무튼, 고맙더라고요.

우석 저는 빌려 간 돈 갚아줄 때요. (웃음) 농담이고요. 가끔 시즌을 치르다 보면 결과에 집착하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준다고 해야 하나? 대화만 나눠도 마음이 좀 편해지고 부담을 덜어낼 수 있게 해줘서 고맙곤 해요.

 

시즌 중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있잖아요. 서로 의지하는 점도 있을 법한데요.

우석 찬규 형이 오롯이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은 알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보면 힘들 때 힘들다고 티 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래서 속으로는 이 형이 힘들어하고 있는지 걱정도 하는데, 속 얘기를 해주면 열심히 들어주죠.

찬규 프로는 스스로 이겨내야 하니까 전부 의지하진 않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많은 도움을 주고받아요. 힘들 때 대화하며 힘이 돼 주고,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거 있잖아요. 같이 힘내고 또 이겨내는 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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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이 동생이고 후배지만, ‘이런 점은 본받고 싶다 하는 게 있나요?

찬규 운동에 임하는 자세가 되게 성숙해요. 어릴 때부터 만들어 온 자신만의 루틴이 선배들보다도 확고하고, 몸을 만들 때의 진지함과 철저함은 정말 본받을 만해요. 연차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본인이 해야 할 걸 다 하는 그런 모습이 선수로서 참 훌륭하죠.

 

고우석은 반대로 선배 임찬규에게 어떤 모습을 배우고 싶나요?

우석 만약 제가 구속 10~15km/h를 갑자기 잃어버린다고 하면 과연 형처럼 생존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는데 좀 힘들 거예요. 분명 자신의 무기를 잃어버린 후 힘들고 속상했겠지만, 바로 투수로서 살아갈 방법을 찾았다는 게 정말 멋있었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 여겨요.

 

두 사람이 얼굴을 본 지 5년 정도 됐잖아요. 당시와 비교했을 때 변한 점이 있나요?

찬규 이제 말대꾸를 많이 하고, 한 번씩 반항하기 시작하고요. (웃음) 친해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제가 ()우찬이 형이랑 가까워지는 과정도 똑같았어요. 우석이가 변한 건 딱히 없고 둘 사이가 프리해진 게 가장 커요. 처음엔 딱딱하게 예의를 차려야 하는 선후배 사이였다면, 지금은 통하는 점도 많고 자연스러운 관계죠.

우석 저도 변했다고 느끼는 건 딱히 없고, 비슷하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찬규 형이 하늘이 빨갛다라고 하면 예전엔 , 빨갛구나 이랬어요. 이후 시간이 지나며 속으로 파란색 아닌가?’ 하는 단계가 됐다가, 지금은 파란색인데요?’라고 말하는 정도가 된 거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 그러다가 살짝 선을 넘어서 가끔 한소리 듣기도 하고요. (웃음)

 

중요한 시기라 스트레스나 걱정도 있을 텐데, 상대방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찬규 예전에 직접 해준 말이긴 한데, 팀을 책임지는 마무리 투수잖아요. 공 하나에 팬들의 인생이 달려 있고, 감독과 코치, 선수 모두가 우석이의 투구에 울고 웃는 만큼 많이 힘들 거예요. 그래도 힘든 건 시즌 끝난 뒤로 미뤄 놓고, 지금은 모든 사람과 본인을 위해 냉정한 돌부처가 돼서 마지막까지 잘 싸워줬으면 좋겠어요. 엄청나게 부담될 텐데 지금까지 티 안 내고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팬들과 LG를 위해 힘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석 팀을 위하자는 건 당연한 말이잖아요. 반대로 찬규 형은 자기 자신만 챙겼으면 좋겠어요. 올해 부상도 있었고 또 힘든 일도 겪으며 고생이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고 아프면 잠깐 쉬어가기도 하길 바라요. 모든 선수가 그렇겠지만 이렇게 말해줘도 팀을 위해서 마운드에 나서려고 하고, 아파도 참고 더 노력할 거예요. 그래서 본인만 챙기자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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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팀의 중심으로

 

엘튜브에서 PD 역할도 자청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출연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어떤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나요?

찬규 더 열심히 나서게 된 데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어요. 팬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조금은 소홀했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엘튜브가 유일한 소통 창구잖아요. 또 팬들이 우리의 모습을 궁금해하기 때문에 더 노력한 것도 있어요. 성적이 안 나와서 출연하기 좀 부끄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저도 나가서 조금이라도 재밌게 하려고 했어요. 계속 적극적으로 나서다 보니까 예전보다 편해졌기도 하고요.

우석 처음부터 그렇게 깊은 의미를 뒀던 건 아니고, 그냥 팬들이 선수의 이런 모습을 알았으면 좋겠다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아주 재밌어하시더라고요. , 놀란 게 제 부모님이나 친구들도 영상을 보면서 많이 웃는다고 해요. 이런 얘기들을 듣기 시작하면서부터 유튜브 출연이 어떻게 보면 팬서비스의 일종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열심히 나섰어요. 팬서비스는 당연한 거니까 제가 좀 기분이 다운된 날이라도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요.

 

더그아웃에서 펼치는 두 사람의 드립 대결이 유명한데, ‘내가 봐도 이건 좀 웃겼다 하는 게 있나요?

우석 제가 ()강남이 형을 처음 문세윤이라고 불렀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활발한 편이 아니라서 별명을 적극적으로 밀진 못했어요. 그러다 찬규 형이 문세윤 별명에 호응해주면서 점차 그렇게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고, 탄력을 받아서 한 입만도 나왔고요. 그다음은 두 입, 세 입 먹게 해줄 테니 홈런 치고 와라 이런 드립도 했어요. 이건 제가 봐도 진짜 웃겨요. (당사자의 반응은 어때요?) 인정 안 하죠. ‘나는 잠실 김수현인데 왜 그런 말에 기분이 나빠야 하지? 난 김수현인데?’라는 반응이랄까요. (찬규: 본인이 진짜 김수현인 줄 아는 거예요.) 당당히 본인과 상관없는 별명이라 여기니 별로 기분이 안 나쁜 거죠.

찬규 나는 뭐가 있지? (고민) 잠실 김경호? 잠실 고라니도 있고요. 사실 웬만한 별명들은 출처가 다 우리한테 있어요. 대부분 우리 둘이 지었죠. 저 같은 경우엔 지어낸 별명도 많지만, 샤우팅을 할 때 반응이 좋았어요. 대체 어떤 팀 더그아웃에 고음을 지르면서 바이브레이션 넣는 사람이 있어요.

우석 저는 대부분 형의 드립을 따라 하거나 애드리브를 치는 유형이고, 찬규 형은 소리를 질러서 원초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타입이죠. ‘, 사람이 저런 소리도 낼 수 있구나’, ‘이 타이밍에 이런 소리를 낸다고?’ 하면서 감탄하게 만들어요. 너무 웃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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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 선수는 다음 시즌이 끝나고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 게 유력하잖아요. 자신의 미래를 예상해본다면요?

찬규 5년 정도 있으면 LG의 개인 최다 승수, 탈삼진 수 같은 기록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잘하면 1위까진 아니어도 세 손가락 안엔 들어갈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물론 기록이 목표는 아니지만, 순위에 포함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어요. (당연하게도 잔류라는 전제가 깔린 거네요.) 그럼요. 제가 뭐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신인 때부터 몸담아 온 LG가 항상 1순위예요. 그런데 이런 말을 하기 전에 일단 좋은 모습부터 보여드리고 팀에 최선을 다하는 게 먼저죠. FA 이야기는 그 이후고요.

 

만약 FA 임찬규에게 타 팀으로부터 매력적인 제안이 온다면, 선배를 붙잡기 위한 고우석의 전략이 있을까요?

우석 좀 어려운 문젠데요. 그러면 아마 정공법으로 가겠죠. ‘저랑 같이 오래 하시죠 하면서요. 여기서 남아주면 진짜 의리 있는 건데, 사실 의리를 내세울 순 없는 게 프로는 돈이잖아요. 본인을 대우해주는 팀이 있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심지어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기도 해서. 설득한다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로 쉬운 일은 아닐 듯해요.

 

두 선수 모두 확실한 팀 주축이죠. LG의 중심 선수로서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합니다.

찬규 꼭 한국시리즈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 싶어요. 또 제가 매년 퐁당퐁당이 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기복 없는 선발 투수가 되고 싶고요. 꾸준히 규정이닝을 소화하고 퀄리티 스타트를 보장할 수 있는 선수가 돼야죠. 믿을 수 있는 토종 선발로 남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우석 우승을 자주 하는 멋진 팀의 마무리 투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품어 왔어요. 어릴 때부터 우승 경력이 많은 팀이 멋있다고 느꼈는데, LG가 그런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록에 관한 건 아직 어리니까 의식하지 않고요. 그냥 매 경기 블론 세이브 없이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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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는 세 번째, 고우석은 두 번째 본지와의 인터뷰더라고요. 두 사람에게 <더그아웃 매거진>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찬규 좋은 일이 있을 때 <더그아웃 매거진>을 만나곤 했어요. 만날 때마다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곳이요. 그리고 또 인생 사진 남겨주는 곳. (웃음) 결혼사진도 여기서 찍어도 되겠는데요? 조명도 괜찮고요.

우석 , 내가 뭐 하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곳이요. 긍정적인 쪽으로요. 그런 기분이 들었던 첫 번째 순간이 지명받았을 때고, 두 번째가 35세이브를 했던 2019년도고요. 지금도 비슷한 기분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찬규 항상 큰 사랑을 받는 데 비해 성적이 따르지 않았는데, 올해 꾸준히 상위권에서 순위 싸움을 하고 있으니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꼭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끝까지 싸워서 슬픔의 눈물 말고 기쁨의 눈물을 흘릴 그 날이 오게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석 제가 못하면 수많은 팬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걸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찾아오지 않게끔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이니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팀에 피해가 되지 않는, 인간적으로도 성숙한 선수로 남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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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127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7호(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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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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