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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잘해!
‘현역 출신’이라는 말은 야구 선수에 대해 논할 때 사뭇 눈에 띄는 수식어다. 현역 복무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2년여간은 꼼짝없이 야구를 손에서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훈련으로 몸 상태와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들에게 긴 공백기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소위 경력 단절이라고 부르는 상황을 젊은 선수 대부분도 똑같이 겪는 것이다. 그들이 국제대회를 통한 병역 면제 혜택을 유독 절실히 바라거나 상무 피닉스 야구단 합격을 염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현역병으로 제대한 뒤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나타나 팀의 4번 타자 자리를 새롭게 꿰찬 인물이 있으니, 바로 한화 이글스의 김태연이다. 군 복무 기간을 불안한 공백기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며 부쩍 자라 돌아온 그는 미래를 기약하는 팬들의 커다란 희망이 됐다.
Photo Hanwha Eagles Editor Yoonjeong Jeon
목소리가 잠겨 있네요.
휴식기 동안 잠깐 쉬다가 요즘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군대에선 냉동식품의 유혹도 뿌리치며 운동했다고 하던데요. 요즘도 그런가요?) 네. 몸 관리하려고 완전히 끊었죠.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김태연에게 지난 2021년 하반기는 갓 타오르기 시작한 불꽃 같은 시기였으리라. 5월에 전역을 신고한 그는 후반기 첫 주말 시리즈에서 곧바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2년 만의 타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4타수 4안타의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그 덕분이었을까, 다음 경기에는 4번 타자로 출전하더니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결승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이후 코치진의 눈도장을 받아 남은 후반기에 꾸준히 얼굴을 비추며 이글스의 새로운 4번 타자이자 내외야 유틸리티 자원으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시즌 도중 제대해 합류했음에도 3할 타율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모습을 보이며 내년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올 시즌 마지막에서 두 번째 경기인 LG 트윈스전이요. 1대 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우영 선수랑 대결했어요. 그때 제가 동점 적시타를 쳤던 게 기억에 남네요.
4번 타순으로도 자주 출장했는데 부담감은 없었나요?
몸 상태만 보면 크게 바뀐 건 없어요. 대신 야구를 대하는 자세나 생각하는 방식이 꽤 달라졌죠. 군대 가기 전에는 그저 ‘내가 야구 선수니까 야구를 하는 거지’ 하는 식으로만 여겼다면, 나와서는 이 분야에 종사하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면 안 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정신적으로 성숙해졌군요.) 말 그대로 철들어서 온 거라고 할 수 있죠.
#다시 이름을 알리고자
사실 그가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6월에 처음으로 1군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데뷔 첫 타석에서 초구를 때려 담장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KBO리그 역사상 보기 드문 기록을 써낸 데다가 그다음 타석에서도 특유의 선구안으로 11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는 듯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후 2년간 부진에 빠지며 1군과 퓨처스리그를 오가다 현역 입대를 결정하게 됐다. 복무하는 동안 절치부심해서 돌아온 그로부터 이전의 부진을 딛고 재기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솔직히 장타를 치고 싶긴 해요. 그런데 막상 나가서 치고 싶다고 다 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그것보다는 먼저 정확한 타격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타석에서 상대하기 특히 어려웠던 투수가 있나요?
올해 LG의 케이시 켈리 공이 진짜 치기 어렵더라고요.
어느 포지션이든 일단 맡겨만 주시면 최선을 다할 예정이고요. 감독님이 만족할 수 있는 플레이들을 많이 선보이도록 노력할 테니 믿고 맡겨주십시오.
#이글스의 김탱구
한화의 구단 유튜브 채널은 제작진의 센스 있는 기획과 유쾌한 팀 내 분위기의 조화로 최고의 재미를 자랑한다. 특히 영화 ‘범죄도시’ 패러디와 우천 중단 때 상영된 노래 커버 영상 등은 타팀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이렇듯 선수들의 적극적인 출연과 웃지 않고는 못 배기는 열연으로 이미 레드오션인 와중, 내심 출연 욕심을 드러내는 이가 여기 있으니 제작진은 참고하시라. 동료들과 무던하게 잘 지내면서 너무한 듯싶은 별명도 여럿 보유한 그의 캐릭터가 십분 활용되기를 바란다.
저도 불러만 주시면 할 마음이 있습니다. (최재훈 선배가 했던 ‘범죄도시’ 장첸 연기 같은 것도 가능해요?) 그거 제가 옆에서 직관했잖아요. 진짜 너무 웃겼어요. 그런데 저는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남을 비춰주도록 하겠습니다.
음, 설명하기 좀 어려운데… 제가 동료들의 감정을 잘 받아줘요. 대화하면서 공감한다고 해야 하나. 원래 성격이 좀 감성적인 편이에요. (MBTI 공개 가능한가요?) 검사는 몇 번 해봤는데 할 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와요. 그리고 항목마다 49%, 51% 이렇게 나와서 딱 ‘이거다!’ 하고 말하기가 애매해요.
연락을 자주 하지는 않고 경기에 나가서 만났을 때나 명절같이 특별한 날에 안부를 주고받는 정도는 하고 있어요. 그래도 동문이면 야구장에서 만났을 때 반갑더라고요.
#탱구의 야구 인생
야구를 시작한 후로 줄곧 내야 베이스를 밟고 수비를 준비해왔던 김태연. 새로이 발을 내디딘 외야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팀의 다급한 사정이 오히려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된 모양새다. 본인의 인생에 야구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던 것처럼, 새 역할에 빠르게 녹아든 김태연은 내외야를 오가면서도 걸출한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시즌 중간에 합류해 새로운 임무까지 부여받는 막연한 상황 속에서도 화려하게 번쩍였던 그의 작년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을 거다. 앞으로 그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지 그의 청사진에 주목해보자.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나요?
원래부터 좋아했다기보다는 아버지가 심판 쪽 일을 하셔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야구부에서 뛰고 있더라고요.
당시에도 내야수로만 뛰었던 거예요?
네. 올해 후반기에 내야 밖을 처음 나가 본 거였어요. 솔직히 너무 낯설었죠. 전역하고 오자마자 최원호 2군 감독님께서 “태연아, 네가 내야 외야를 둘 다 봐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준비를 다 해놔야 할 것 같다”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퓨처스리그에서 한두 게임만 뛰고 바로 콜업이 돼서 정말 막연했죠. 준비할 새도 거의 없었고…. 그런데 또 사람인지라 계속 기회를 받다 보니 적응되더라고요.
그냥 제 인생 그 자체죠. (인터뷰이들이 대부분 그렇게 답해요.) 다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자기 인생을 바쳐서 야구를 해 온 사람이 대부분이니까요.
은퇴 후의 인생도 야구로 가득 차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올 한 해 좋은 성적으로 잘 마무리해서 기쁩니다. 그래도 내년, 내후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예정이에요. 나아가서 이글스가 우승할 수 있을 때까지 팬분들도 응원 많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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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발간될 무렵인 2월, 한화 선수단은 거제로 스프링 트레이닝을 떠난다. 김태연에게는 중간에 급하게 합류해야 했던 2021년과 달리 좀 더 안정적인 준비 과정을 거쳐 맞이할 수 있게 된 다음 시즌이다. 공백기라 불리는 군에서마저 끊임없는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경기 감각을 효과적으로 유지해온 그이기에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정도 구성원과 짜임새가 갖춰진 내야와 달리 한화의 외야는 아직 혼란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그가 외야수로의 변신에 성공하며 계속 활약할 수 있을지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아무쪼록 다가올 2022시즌, 김태연이 팬들의 큰 기대에 빛나는 결과로 보답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 더그아웃 매거진 130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0호 (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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