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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People] LG 트윈스 채은성 DUGOUTV

dugout*** (dugout***)
2022.04.0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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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흘린 땀을 믿는다

 

LG 트윈스의 4번 타자이제는 이 문구로 그를 수식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오히려 그가 중심타선에서 빠지는 걸 보기가 더 어렵다이제는 그가 없는 광경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쌍둥이 군단 타선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그런 그가 2022년을 맞이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오랫동안 지켜온 우익수 자리에서 1루수로의 포지션 전향을 선언한 것이다올 시즌이 끝나고 FA(Free Agent,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하기에 그의 도전은 더더욱 놀랍다. 1루수라는 새로운 옷을 입은 채은성은 과연 LG의 우승이라는 숙원을 이뤄줄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Photographer Mino Hwang, Inbi Na Editor Mingyu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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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책임감을 안고

 

재작년 7월 이후 오랜만에 만난다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특히 작년에 딸을 얻기도 했다. (3월 11일 인터뷰)

지금 하루하루가 다르게 쑥쑥 잘 크고 있다진짜 예쁘다(몇 개월 정도 됐나.) 이제 9개월 됐다.

 

딸 사진을 보며 굉장히 흐뭇해하고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모습이 엘튜브에서도 보이더라아빠 채은성은 어떤지 궁금하다.

지금은 거의 빵점짜리 아빠다사실 요즘은 운동만 하느라 와이프가 육아를 다 맡아서 하는 중이고전혀 신경을 못 썼다아내한테도딸한테도 신경을 많이 못 써서 미안할 따름이다.

 

다른 선수들도 다 그렇겠지만딸이 한창 예쁠 때인데 고충이 있을 거 같다.

그렇다그래도 미래를 위해서 나와 와이프 모두 노력하는 거니까··· 둘 다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물론 지금 가장 예쁠 때 옆에서 자주 못 보는 게 아쉽지만딸도 나중에 커서 이해해주지 않을까. (웃음)

 

딸이 태어나고 나서 좀 더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이 있을까.

물론이다아무래도 일단 가장이 되다 보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된다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이 늘어난 거니까혼자 살 때보다 챙겨야 할 게 하나하나 늘어나다 보니책임감도 점점 커진다.

 

이 자리를 빌려서 가족 자랑을 간단하게 해본다면?

일단 장가를 잘 갔다. (웃음이 말로 딱 정리할 수 있겠다와이프가 나한테 해주는 것도 그렇고아기 보는 것도 그렇고정말 나는 장가 잘 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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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옷

 

본격적으로 야구 얘기를 해보겠다이제 개막까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최근 컨디션은 좀 어떤가.

부상 없이 계획한 대로 잘 가고 있다매년 스프링 트레이닝 때마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곤 한다그래서 이번 캠프 때도 연습 일정을 빡빡하게 돌렸고 이제 조금씩 경기도 출장하고 있는데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2년 연속으로 스프링 트레이닝을 국내에서 진행하게 됐다이번 겨울이 추웠던 탓에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을 텐데.

아무래도 운동을 할 때 따뜻한 환경에서 몸이 잘 풀리지 않나늘 비시즌에 따뜻한 해외에서 몸을 만들다가 2년째 국내에서 시즌을 준비하다 보니 어려움이 조금 있다다행히 우리 팀이 비교적 실내 훈련시설이 잘돼 있긴 하지만결국 우리는 야외에서 경기해야 한다어쩔 수 없이 날씨 문제가 제일 신경 쓰였다올겨울 기온이 낮아 부상 위험도 컸으니 말이다.

 

1루수로 전향한다는 소식이 화제였다준비는 잘 되고 있나.

일단 코치님들이 잘 도와주셔서 순조롭게 준비 중이다. 1루수로 연습경기도 이제 막 두 경기 정도 나갔는데익숙한 자리가 아니라 그런지 처음에 긴장도 되고 기분이 이상하더라원래 내야수로 입단하기도 했고훈련도 많이 소화했음에도 한동안 안 했던 거라 어색하게 느껴졌다그래서 훈련할 때도 내야와 외야의 다른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중점을 뒀다또 ()민성이 형이나 ()상호 형그리고 ()지환이나 ()건창이, ()주현이 같은 내야수 동료들이 세심하게 도와줬다특정 상황이 되면 어떤 식으로 플레이하라는 식의 조언도 계속 받다 보니까 적응하는 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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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야수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는데그들과의 호흡은 잘 맞춰가는 중인가.

내야수로 자리 잡은 선수들이 대부분 같은 나이대고다들 워낙 베테랑이라서 굉장히 편안함을 느낀다오랜만에 1루수로 연습경기를 나갔을 때 나도 모르게 몸도 마음도 붕 떠 있는 기분이 들었는데내야 동료들이 급하지 않게 천천히 플레이하라고 얘기해주더라덕분에 적응이 순조로울 뿐만 아니라 호흡도 점점 잘 맞아 나가는 느낌이다.

 

외야수와 지명타자를 병행하는 것 대신 1루수 전향이라는 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나와 팀 모두에게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느껴서 작년부터 고심하다가 코치님들과 대화하고 의논한 끝에 결정한 사안이다, 1루수를 맡는다고 해서 외야수를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감독님도 팀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 다시 외야수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그래서 캠프 동안 외야수 연습도 조금씩 병행하며 준비해왔다그렇게 내가 두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게 된다면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나로서는 경기를 출전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고팀의 관점에서 볼 때는 라인업을 유연하게 짤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김현수가 외야수와 1루수를 꽤 오랫동안 병행하지 않았나그로부터 특별한 조언 같은 걸 받진 않았나.

현수 형은 그렇게 막 많은 얘기를 하진 않았다대신 그냥 응원을 조금 받았다잘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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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이 되기까지

 

점점 4번 타자로 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이젠 중심타순이 아닌 경우를 보는 게 더 힘들어졌는데클린업으로 나갈 때 어떤 마음가짐인지 궁금하다.

이런 질문을 종종 듣곤 했는데 항상 타순에 대한 부담을 크게 안 느끼려고 하는 편이다어떻게든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어느 자리든 상관없이 내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어디에서든 내가 잘하면 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니까 타순에 대한 부담은 그렇게 크지 않다.

 

주전이 된 이후에 많은 타점을 책임져 왔다득점권에서 자신감이 붙는 스타일인가.

득점권 상황을 좀 즐기는 편이다. ‘내 타석에서 찬스가 왔으면’ 하고 되뇐다.

 

작년 전반기에 페이스가 좋았는데 불의의 부상으로 잠시 공백기가 있었다다행히 곧 복귀하긴 했지만후반기 기록은 다소 아쉬웠다부상의 영향이 컸나.

내 마음은 아니라고 했지만그 영향이 있기는 했던 모양이다물론 다친 것도 내 잘못이다부상 때문에 결장하는 일이 없어야 했으니까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다쳐서 한 달 정도 아무것도 못 하고 회복에 전념하다 보니몸이라는 게 다치기 전의 상태로 100% 돌려놓기가 되게 힘들었다복귀를 준비하면서 진짜 최선을 다해 훈련했는데도 잘 안 돌아오더라그래서 지난해 부상 예방과 몸 관리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았고최대한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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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포스트시즌에서는 활약이 굉장했다꾸준히 가을에 좋은 모습을 보이는데 원동력이 있을까.

아무래도 선배들의 조언을 가슴에 새긴 덕이 아닐까 싶다예전에 처음으로 가을야구에서 주전으로 뛰었을 땐 벌벌 떨다가 뭘 해보지도 못하고 끝난 적이 있다그때 선배들이 포스트시즌은 보너스 게임이라 여기고 마음을 편하게 하라고 말해주곤 했다그걸 듣고 보니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평소보다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사람이 잘하는 것 같더라그 이후에는 항상 이건 본 게임이 끝나고 하는 보너스 게임일 뿐이다라고 되새기면서 평소에 내가 했던 것보다 더욱더더욱 과감하게 하려고 했다그런 얘기를 듣고 실천으로 옮겼던 게 좋은 결과들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이제 입단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1군 데뷔도 벌써 9년 차인데스스로 베테랑이 됐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나.

경기장에 나가면 인사하는 것보다 받는 게 많다. (웃음그때마다 이제 세월이 지나긴 했다라는 생각이 든다내 위의 선배님들보다 후배가 더 많다는 게 와닿을 때마다 어느새 내가 이 팀에서 고참의 자리까지 왔다는 걸 느낀다옛날엔 이런 날이 안 올 줄 알았는데 신기하다.

 

연차가 쌓이면서 어릴 때와 비교해 바뀐 점이 있을까.

옛날보다 목표를 좀 더 크게 가지게 됐다어릴 땐 잠실에서 두 자릿수 등번호를 달고 한 타석만 서보는 게 소원이었는데이제는 그땐 상상도 못 했던 큰 목표들을 세우고 있다그리고 평소의 루틴 역시 그 목표에 맞춰서 설정하게 됐다.

 

그렇게 목표를 점점 키우다 보니 어느덧 올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게 됐다어려움도 있었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지난 날이기에 더욱 의미가 남다르겠다.

나 자신도 지금까지 야구를 계속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부모님조차도 내가 지금까지 뛰는 게 신기하다고 하실 정도니까사실 난 예전에 정말 열심히 했지만그렇다고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그래서 FA는 아예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다른 생각하지 않고 운동만 하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는데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노력한 걸 보상받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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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같이 운동하면서 좋은 성적을 냈던 기억이 난다마찬가지로 본인을 따라 운동 루틴을 정한다거나 도움을 받는 후배가 있나.

나를 보고 따라 한다기보다는 평소에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이 생겼다어떤 식으로 하면 더 좋아질 수 있는지 물어보면서 도움을 청하는 동생들이 늘었다.

 

안 그래도 130(2월 호)에서 이재원이 잘 챙겨주는 선배로 본인을 뽑기도 했다후배들한테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는 편인가.

기술보다도 정신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주려고 한다물론 지금까지 야구를 하며 기술적인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멘탈 케어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게다가 어린 후배들을 보면 내가 어릴 때 아등바등했던 모습이 겹쳐지면서 옛날이 떠오르기도 하더라그래서 내가 그 나이 때 떠올리지 못했던 걸 지금 후배들에게 얘기해주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조언하는 편이다.

 

후배들한테 어떤 선배로 남고 싶은지 궁금하다.

항상 모범이 되고그리고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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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기 위해

 

본인 헬멧에 ‘Amor Fati(아모르 파티)’가 쓰여있지 않나어떤 계기로 새기고 경기를 뛰게 됐나.

아까도 말했듯이 항상 정신적인 부분이랑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느낀다그래서 좋은 글귀를 알게 되면 헬멧에 새겨서 계속해서 떠올릴 수 있도록 한다아모르 파티 같은 경우는 네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뜻이라며 와이프가 알려준 건데되게 좋게 다가온 문구다내가 하는 야구가 운명이라면 그걸 사랑할 수 있는 거고또 아내를 만난 걸 운명이라고 한다면 와이프를 더더욱 깊이 사랑할 수 있는 거니까그 뜻이 마음에 들어서 헬멧에 적어놨다.

 

그럼 그 외에도 새로 새긴 문구가 또 있을까.

작년부터 써왔던 문구가 하나 있다. ‘신한불란(信汗不亂)’이라는 사자성어인데, ‘자기가 흘린 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뜻이다흔히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같은 말이 있지 않나그런데 사실 진짜로 노력해도 배신하는 때도 있더라스포츠에 변수가 참 많은데 냉정하게 말하면 온 힘을 다해서 노력해도 안 될 수 있는 게 야구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자기가 흘린 땀을 믿으면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스스로 흔들리지는 않는다는 말이 내게 크게 와닿았다.

 

그 글귀는 어떻게 알게 된 건지 궁금하다.

경기에 나가기 전에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싶어서 우리 팀 ()정용이에게 매일 미션을 줬다항상 경기 전에 나한테 좋은 글귀를 한마디씩 해달라고고맙게도 정용이가 늘 좋은 말을 찾아와서 얘기해줬는데 그중 하나가 신한불란이었다그 뜻을 듣자마자 정용이한테 고맙다고 하고 헬멧에도 적어두고메신저 상태 메시지로 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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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구나 글귀에서 멘탈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나 보다.

그런 글귀를 계속 리마인드 하는 게 루틴이 됐다평소에 잠깐 잊더라도 메모해둔 걸 보면 처음 가졌던 마음을 습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으니까 눈에 보이는 곳에 기록해두는 편이다.

 

어느새 개인 통산 1,000안타와 100홈런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재 854안타 84홈런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이 들 거 같은데.

사실 개인 기록에 큰 욕심을 두지는 않는다아까도 말했지만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해온 것도 신기하다는 마음이다그런데 이번 시즌이 우리 팀에게는 진짜 중요하지 않나늘 중요하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특히 올해 같은 경우는 뛰어난 동료들도 추가로 합류했고 또 좋은 전력을 갖춘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기대가 크다만약 올 시즌에 방금 말했던 그 기록들을 달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을 이룬다면 팀도 원하는 만큼 높은 위치에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뛸 수 있었던 것도 신기하다고 했는데앞으로의 선수 생활은 어땠으면 좋겠나.

그냥 지금처럼 꾸준히 열심히 하고 싶은데무엇보다 팀이 항상 우승했으면 좋겠다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결승전을 나가본 적이 없다프로 무대는 실력이 뛰어난 이들만이 오는 만큼 아마추어 때부터 현재까지 우승을 여러 번 해본 사람도 많다그런데 나는 4강이라는 것도 LG에 와서 처음 경험해봤고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피날레를 장식할 때의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다가끔 경험담을 들어보면 진짜 좋다고 하더라나는 느껴본 적이 없어서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으니까 언젠가는 그 기분을 꼭 맛보고 싶다이후의 선수 생활은 내 옆의 좋은 동료들과 계속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주 우승하는 것그게 가장 큰 바람이다.

 

간단하면서도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질문인데본인에게 LG 트윈스란 어떤 의미인가.

LG 트윈스질문을 받고 보니 막상 그 답을 고민해 본 적이 없다. (고민희로애락이라고 말하고 싶다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다 같이 있다는 게 희로애락 아니겠나. LG는 내 인생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이곳에서 좋은 일도 있었고 힘든 시기도 있었으니까 희로애락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느 때보다 각오가 남다를 텐데팬들에게 그 각오를 전한다면.

항상 팀을 위해서그리고 무엇보다도 팬분들에게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비시즌 동안 열심히 노력했습니다이번 겨울에도 착실하게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선수들도 올해 기대가 큽니다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시즌 중에도 더더욱 노력하겠습니다꼭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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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본인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가족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연습생 때 와이프를 만나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내가 야구선수로서 성장하며 힘들어했던 시간 내내 옆에서 든든하게 서포트해줘서 늘 고마운 마음이다그리고 아기가 태어난 다음에도 내게 부담이 안 되게끔 모든 걸 도맡아 하고 있는데 정말로 감사하다그만큼 내가 계속 열심히 노력해서 운동도 잘해야겠고나중에 은퇴 이후로는 온전히 가족을 위해 살고 싶다지금 정말 고맙고감사하고 현역 이후의 인생은 오롯이 우리 가족을 위해서 살 거니까 조금만 더 힘내줬으면 좋겠어우리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자.

 

***

야구공은 둥글다그리고 108개의 실밥이 각양각색으로 그려내는 궤적과 포물선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야구가 흔히 변수와 변칙의 스포츠라고 정의되는 이유다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없이 흘린 땀방울이 언제나 달콤한 결실로 이어지지는 않으며적지 않은 이름이 끝끝내 자신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빛을 보지 못한 채 사라지기도 한다채은성 역시 긴 고난의 터널을 지나왔다. 2009년 입단 이후 정식선수가 되는 데만 무려 5년이 걸렸고그 이후 주전으로 도약하기까지도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프로 생활을 이어온 게 기적이라고 말했다그러나 기적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운 좋게 마주한 일처럼 보일지라도 사실 남들보다 더 공들인 노력과 열정이 있기에 가능했을 터숱한 시련 끝에 본인의 자리를 만들어낸 기적 이면에는 지금껏 흘린 땀에 대한 굳은 믿음이 존재했을 거다그 믿음이 있기에 채은성의 야구 인생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어떤 어려움이 그의 앞을 가로막더라도 말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실패와 좌절을 마주한다이 세상은 죽을힘을 다하더라도 이겨내기 어려울 만큼 힘든 시련을 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시련에 무릎 꿇을지언정 각자의 인생이 결코 가치 없다거나 실패했다고 말할 순 없다우리는 지금까지 스스로가 흘린 땀과 의지를 가슴속에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결과가 어찌 됐든 우리는 각자의 삶과 인생을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닐까마치 채은성의 헬멧에 새겨진 문구처럼 말이다. Amor F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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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132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2호 (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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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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