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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ISP] 청춘야구단 손성권 PD DUGOUTV

dugout*** (dugout***)
2022.07.1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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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을 기억해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의 청춘’. 하지만 단어의 뜻만큼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다청춘의 시절누구나 한 번쯤 중요한 순간 위기를 맞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열심히 공부했는데 실수로 시험을 망쳐본 적완벽하게 자기소개서를 써놓고 면접에서 미끄러진 적 등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독립야구단 선수들도 다르지 않다이제 막 단단한 땅을 두드리기 시작할 때의 고통과 설움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인생의 찬란한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또 한 번 전력을 다하는 이들의 뜨거운 여름을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Nahyeon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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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란 이름의 성장통

 

안녕하세요. <더그아웃 매거진>과의 첫 만남인데독자분들께 인사 부탁합니다.

반갑습니다. KBS 손성권 PD라고 합니다저는 예능국이나 다큐멘터리 교양국이 아닌 스포츠국 소속이에요원래는 스포츠 중계를 하는 게 주 업무지만현재는 청춘야구단의 총연출을 맡고 있고요또 팀 내에서는 단장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청춘야구단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해주세요.

쉽게 말씀드리면, 2015년에 KBS에서 방영했던 청춘 FC’의 야구 버전이라고 보면 됩니다하지만 무엇보다도 독립야구단 선수들의 인생 이야기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어요그들에게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시키고 프로 구단과 교류하면서 프로에 갈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그와 동시에 야구와의 이별이 수월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프로그램입니다우리의 캐치프레이즈가 청춘에게 기회를다시 한번 도전할 기회를후회 없이 떠나갈 기회를예요야구를 하는 미생 청년들에게 한 번 더 발판을 제공하는 방송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선수들의 인생이 걸려 있잖아요재미를 포기하는 대신그들을 예쁘게 포장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사실 야구를 한다는 것뿐이지 여기 나오는 모두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2, 30대 청년들과 똑같은 생각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어떻게 보면 프로에 가는 게 일종의 취업이잖아요취업준비생과 이들의 삶이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그래서 왜 경기보다 사연 이야기가 더 많냐는 등의 질문들이 들어오곤 하는데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라는 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모든 선수가 각자 독립야구단에 속해 있어요그래서 매일 모이지는 못하고요매주 목요일주 1회 만나 훈련을 진행합니다격주로는 KBO 퓨처스리그 팀과 경기하고 있고요이렇게 2주를 저희끼리는 한 라운드라고 부르거든요한 라운드 동안 선수들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판단해서 방출하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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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나 편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 부분이 사실 야구가 아닙니다시청자들이 이 친구들을 보면서 공감하길 바라는 게 가장 커요나의 삶내 형제의 삶내 자식의 삶과 비슷한 점이 대단히 많거든요예를 들면 중고등학교 때 잘했던 선수인데가장 중요한 3학년 때 치명적인 부상으로 프로 진출에 실패했어요비유하자면 수능 날 배탈이 와서 시험을 망친 것과 비슷하죠혹은 요즘 취업 준비를 오래 하거나 공시를 준비하는 분도 많잖아요내 주변 친구들은 취업해서 월급도 받고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는데나는 공부한다고 독서실 다니고 학원 다니면서 아직도 부모님에게 도움받고 있고그분들이 느끼는 감정과 지금 우리 선수들의 감정이 같다고 봐요그래서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포인트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특히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선수들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거죠어떤 식으로 보여드리는 게 옳은 방식일지 제일 오래 고민해요그래서 자막 하나컷 하나를 넣는 것도 쉽게 이뤄지지 않아요모든 장면이 많은 고민과 고뇌 끝에 나온 결과물이랍니다게다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출연자들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대중에겐 재미를 느끼게 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매일 고민하고 있지만 여전히 답을 내리긴 어렵습니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많을 것 같네요.

정말로요사실 이 프로그램이 정말 맨땅에서부터 시작했거든요. 3년 전부터 기획해서 이제 빛을 보게 됐는데아직 초반이지만 심장을 울리는 장면들을 벌써 많이 봤어요특히선수들의 눈빛을 볼 때마다 그런 보람을 느낍니다진짜 간절하거든요솔직히 모두가 매 경기매 순간 잘할 순 없잖아요프로도 실수할 때가 있는데게다가 야구는 70%의 실패가 바탕이 되는 스포츠고요그런데 아쉬운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속상해하고 분해하는 표정들이 생생하게 보여요선수뿐만 아니라 감독님코치님들도 승부에 진하게 몰입하고 있고요이런 건 기록에 남는 게 아니잖아요그리고 또 우리가 전하고 싶던 메시지에 관한 반응을 얻을 때도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오랜 시간이 걸린 기획이었는데꼭 하고 싶던 이유가 있었나요?

첫 번째로는 제가 엄청난 야구팬입니다그래서 야구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두 번째로는 그래서 누구랑 하느냐를 생각했을 때김병현 감독님과 언젠가 꼭 하고 싶다고 바라고 있었거든요게다가 저와 감독님 둘 다 야구를 예능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았어요제 전작들을 보면 아시겠지만저는 마이너한 사람들을 비추는 걸 좋아해요그래서 야구 프로그램을 하되 프로가 아닌 이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죠그렇게 나온 기획안이 두 가지였습니다지금 하는 독립 리그 선수들또 하나는 여자 야구선수들이었죠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다른 여자 야구 예능이 나와버렸더라고요. (웃음그래서 전자로 가닥이 잡혔고여기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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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스포츠 가운데 야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야구라는 종목 자체가 우리 사회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 표현하기 좋아요이렇게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이 한 팀으로 모여서 하는 스포츠가 별로 없거든요날쌔고 발이 빠른 자원은 테이블 세터에서 제 역할을 하고중심 타선에선 장타를 뻥뻥 치는 덩치 큰 선수도 필요하죠길게 던지는 선발 투수도 있지만필요한 순간에 짧게 나와 던지는 투수도 있고요심지어 추격조 혹은 패전조라고 불리는 역할도 있어야 해요같은 팀인데도 이 선수는 이런 재능이 있고저 선수는 어떤 재능이 있고’ 이렇게 소개하기 너무 좋은 종목이에요물론 제가 사랑하지 않는 스포츠는 없지만사회의 모든 면을 비유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느껴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야구를 모르는 일반인들이 시청하기엔 어렵다고 느꼈어요.

맞습니다그 부분이 우리의 가장 큰 딜레마예요제가 유튜브에서 본 댓글 중 공감하면서 공감하지 못한 내용이 하나 있어요. “야알못이 편집하는 것 같다. PD가 야알못인 것 같다라는 거요일단 저는 전문 스포츠 PD기 때문에 야알못은 아니죠. (웃음그런데 편집한 걸 보고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또 아예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봐요전문적인 면을 보여주자니 대중성이 사라질 것 같아 걱정을 꽤 했어요예를 들면 스트레이트 볼넷이라고만 자막을 쓰면 야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무슨 의미인지 알죠그런데 KBS1 채널 주 시청자는 연령대가 다소 높거든요그분들께 일일이 설명하고 있자니 피로해질 것 같고기획 의도가 묻힐 것 같아 야구와 멀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유튜브를 통해 풀 영상을 공개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제가 무엇을 얻고 싶다잘 되고 싶다하는 욕심이 없거든요물론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튜브 공개를 안 하는 게 맞죠하지만 그런 거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선수들을 알게 되고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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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위해 모인 사람들

 

PD이자 청춘야구단의 단장으로 소개되고 있어요단장으로서 역할이 있다면요?

많은 일을 하지만프로 구단과의 경기를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사실 KBO 구단에서 우리와 경기해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저희의 의도를 좋게 보고 응해주시는 게 참 감사합니다또 유니폼도 프로 구단과 똑같은 퀄리티예요최대한 좋은 것들을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그 외에는 조금이라도 훈련이 편했으면 해서 밥차 제공도 하고 있고스카우트분들께 우리 선수들 좀 봐달라고 연락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어떻게 보면 단장이라기보단 영업사원 같은 느낌이네요. (웃음)

 

왜 꼭 김병현 감독과 함께하고 싶었는지 궁금해요.

김병현이라는 사람이 이 자리에서 해줄 말이 아주 많을 거라고 여겼어요무려 월드시리즈 우승을 2번이나 해본 메이저리그 탑 클래스 투수였잖아요우리나라에서 김병현만큼 야구를 잘해본 사람이 있을까요근데 그게 다가 아닙니다그만큼 잘했지만또 그만큼 실패도 해본 사람이 김병현 감독이에요지금은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선수혹은 괴짜 선수로 알려졌지만제게는 수없이 실패를 겪었던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요방출 통보를 받고부상을 겪고트레이드를 당하고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도미니카 리그도 갔다가호주 리그도 갔다가 독립 리그도 경험했죠그와 친분이 없었을 때구도자라는 느낌이 강했어요도를 닦기 위해 자신을 학대하는그래서 젊은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많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방출을 통보받았을 때실패했을 때준비가 잘 돼 있는데 부상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이 모든 걸 경험했기에 답해줄 수 있잖아요그래서 감독으로 누가 좋을지 고민한 적은 없고무조건 김병현 감독과 함께 하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코치들은 어떻게 선택하게 된 건가요?

먼저 정근우 코치님과 한기주 코치님은 정확한 목적이 있었어요팀원들에게 근성과 야성을 선물할 수 있는 분은 딱 정근우 코치님이었죠후회 없이 야구와 이별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은 정말 후회 없이 야구를 하는 거잖아요그렇다면 정말 그 정도까지 현역 생활을 했던 분을 모시고 싶었어요그리고 두 번째로 저희가 독립 리그 선수들을 찾다 보니 부상 문제로 프로에 가지 못한 인원이 많더라고요부상에 관한 조언을 잘해줄 수 있는 분은 한기주 코치님이었죠두 분 다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했어요그런데 훈련하다 보니까 외야에도 전문적인 코치님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그래서 정수성 코치님이 떠오른 거죠프로 외야수들이 어떤 코칭을 받는지 가장 잘 아실 테니까요섭외하고 보니 국가대표 코치까지 하게 되셨더라고요저희가 운이 좋았죠.

 

왜 방출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건가요?

많은 분이 오해하시길방송의 재미를 위한 거냐고 하더라고요절대 그게 아닙니다우리가 마지막 매치로 한일전을 기획했어요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갈 수 있는 인원이 18명뿐이었어요그래서 처음에는 그 수에 맞춰 18명만 뽑으려고 했죠그런데 그러면 18명 이외의 인물들이 또 다른 기회를 받지 못하는 거잖아요어쨌든 우리는 여기서 방출당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많은 선수가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경험도 쌓길 바랐어요그래서 정말 많은 회의를 거쳐 지금의 방식으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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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방출제도에 대해 감독코치와 갈등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평소 실력이 조금 부족했던 인원을 A라고 할게요. A가 이번 라운드의 방출 대상자로 거의 결정 난 상태였어요그런데 그날 A의 활약 덕에 경기에 승리했어요그럼 A를 방출해야 할까요말아야 할까요? A를 떠나보내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나가야 할까요누구에게 물어도 선뜻 대답이 나오긴 어려울 거라고 봐요제작진과 감독님코치진 사이에서 이런 문제로 몇 번 실랑이가 나왔던 겁니다물론 기분이 상할 만큼의 싸움은 절대 아니고그만큼 선수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요그래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선수들을 뽑을 때기록뿐만 아니라 자기소개서를 참고한 이유가 궁금해요.

기본적으로 잘하는 자원이 우선이었지만자기소개서를 길게 쓴 친구들을 위주로 선택했습니다우리도 어딘가에 자기소개서를 낼 때, ‘저는 손성권입니다.’ 이렇게 한 줄만 쓰지 않잖아요자소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썼느냐로 간절함을 판단했어요나는 작년 대비 올해 성적이 이만큼 발전했고그 근거로 이러한 데이터가 있고또 여기에 들어오면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적은 인원들이 있었어요뽑을 수밖에 없죠왜냐하면 우리의 기획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거니까요물론 그가 주전으로 못 나갈 수도 있고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할 수도 있어요그런데 우리의 목표는 프로 입단혹은 아쉬움 없이 떠나자는 거잖아요대부분 멤버가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여기고 있어요그런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제각기 모인 이들 간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처음에는 서로 낯가리곤 했죠게다가 팀워크가 생기기도 어려운 게 이 안에서도 결국 경쟁해야 하잖아요팀의 결과와 상관없이 프로에 가는 게 우선이니까그런데 점점 변화하고 있어요지금은 아주 끈끈해졌거든요나이 어린 동생들을 먼저 챙기곤 하고방출자가 나오면 다 같이 모여 진심으로 슬퍼해요감독님코치님들도 처음에는 데면데면했어요그런데 지금은 애정이 듬뿍 묻어나요투수 교체를 할 때도 네가 못해서가 아니라더 던지면 몸에 안 좋을 것 같아 바꾼 거야라고 격려를 계속해줘요이런 부분들이 40분 안에 다 담을 수 없는 점이 너무 아쉬워요또 대부분 코치님이 방송에 익숙하지 않잖아요그래서 다들 카메라 뒤에서 좋은 말들을 해주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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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소중하겠지만조금 더 마음이 가는 선수가 있을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정말 모두가 사랑스럽고 좋아요그래도 꼭 고르자면 지금 떠오르는 이름이 둘 있습니다이동규 선수랑 금유성 선수요이동규 선수부터 얘기해보자면꿈을 위해 내가 가진 걸 버리기가 되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드문데이동규 선수는 그걸 해낸 사람이에요군인이라는 안정된 직업을 가졌음에도 지금 야구를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거라고 느껴 과감히 전역하고 야구판에 뛰어들었잖아요좀 무모하죠어떻게 보면 철없는 행동일 수도 있지만저는 사람으로서 정말 존경심이 들더라고요다음으로 금유성 선수가 청춘야구단에 뛰어든 이유는 딱 하나에요자아 성취. 1군 무대에서 하루라도 더 뛰고 싶어 하는 순수한 열정이 보여요. 86년생이면 코치들보다도 나이가 많거든요그런데도 나는 야구선수야마운드에서 공 던지는 사람이야라는 아이덴티티가 정말 강해요그래서 이 두 사람을 보며 존경심경외심이 많이 들었어요.

 

매회 모든 출연자를 조명할 순 없는데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요?

일각에서는 떠나가는 선수들을 우선으로 보여주는 거냐는 말이 있더라고요그런 건 아니고요사실은 사연이 깊은 이들을 우선으로 촬영했습니다그러다 우연히 시점이 겹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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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아닌 야구 이야기

 

요즘 야구 프로그램이 많은데, ‘청춘야구단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점이 있나요?

저는 그 키워드를 2군 선수들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오로지 재미로만 가겠다.’ 혹은 다큐멘터리로 가겠다.’ 했을 때 어디서도 나올 수 없는 이들이 2군이라고 봐요그래서 우리와 겨루는 2군 선수들을 어떻게 편집할지 많이 고민합니다희화화하거나 가볍게 보이지 않도록 하려고 해요우리 팀원들이 프로에 가기 위해 투쟁 중인 것처럼이 친구들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잖아요무대는 다르지만 치열한 마음은 똑같으니까요그런데 좀 부진했던 2군 선수들을 보고 너네는 청춘야구단으로 가라는 등의 댓글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냉정한 승부의 세계지만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잖아요승부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고 싶어요.

 

청춘야구단 이후 기획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아이디어는 아주 많아요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스포츠팀을 만들어서 전국대회에 나가는 아이템또 청춘 FC’와 청춘야구단의 뒤를 이어 배구 종목도 기웃거리는 중입니다겨울에 맞춰서요그리고 이번에 청춘야구단이 잘 된다면, ‘청춘야구단 2’도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본인이 떠올리는 스포츠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너무 다양한데하나 고르자면 제가 자주 쓰는 말 중에 연결고리라는 단어가 있어요지역과 지역을시대와 시대를가족과 가족을 연결하는 게 스포츠예요제가 저를 소개할 때, “스포츠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스포츠 PD 손성권입니다라고 하거든요옛날에 축구 때문에 전쟁이 끝나기도 하고외교 문제가 풀리기도 했잖아요거대 담론을 떠나서 화합을 이룰 수 있게끔 하는 게 스포츠라고 봐요누군가는 스포츠와 정치를 엮는 걸 싫어하기도 해요하지만 저는 오히려 스포츠가 정치사회문화 모든 면에 관여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개인적인 얘기를 하나 하자면 제가 좋아하는 종목 중 씨름이 있는데씨름만 보면 제 아버지가 떠올라요명절이 되면 같이 씨름을 봤던 추억이 있거든요야구도 마찬가지죠부모와 연고지를 따라 팀을 응원하는 팬이 많잖아요감정까지 공유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스포츠는 무한한 매력이 있다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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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를 빌려 청춘야구단 일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청춘야구단이 없었어도 우리 선수들은 야구를 했을 거고프로행을 위해 소속팀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을 겁니다그래서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2022년 여름의 추억으로 간직했으면 좋겠어요어떤 결말이 나올진 모르겠지만이 한때 최선을 다했고의미 있는 시간이었고재밌었다고요.

 

마지막으로 야구팬들과 시청자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재밌게 만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40분이라는 분량의 제한도 있고예산이나 인력에 관한 한계도 존재하지만 제 연출 능력의 한계도 분명히 있습니다그래도 이 방송을 보면서 내가 어릴 때혹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한 번 더 떠올려 보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인생을 살든지 쉬운 순간만 있지는 않았을 거예요그래서 그 시기를 겪는 아이들을 조금만 더 너그러운 눈빛으로 봐주시고조금만 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애정을 갖고 만든 결과물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아마 청춘야구단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이 선수들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진 아직 모른다하지만 이들에게 전해진 제작진과 감독코치진의 응원은 앞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받쳐주는 디딤돌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아직은 낫아웃세이프돼 그라운드에 남게 되더라도아웃이 돼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하더라도 그 발걸음의 끝이 한결 가볍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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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135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5호 (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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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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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손성권
    • 2022.07.25 00:36
    • 답글

    앗! 나구나 ㅎㅎ  뜬금없이 이곳에서 나를 만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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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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