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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Team' 고양 베츠 MEMORIES

dugout*** (dugout***)
2015.08.10 15:12
  • 조회 4790
  • 하이파이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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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한 동물병원의 진료실에 앉아서 동물들의 상태를 보고, 수술하는 진지한 의사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고양시에는 바쁜 시간을 쪼개서 야구를 하는 수의사 야구팀이 있다. 바쁜 와중에도 이들이 꼬박꼬박 시간을 내서 하는 야구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어울리지 않지만 조금은 공통점이 있을 것만 같은 수의학과 야구. 이 두 가지로 삶을 가득 채운 고양 베츠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Photographer Ikjo Choi Editor Jiwon Yeo Location Raphael Animal Hosp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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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2010년 5월

 

경력 2011년 GBA(Goyang Baseball Association-고양시야구협회) 일요리그 3부, 2012년 GBA 일요리그 3부, 2012년 우리리그 하반기 평일야간 (마이너), 2013년 GBA 일요리그 3부, 2013년 우리리그 평일야간, 2013년 고양 평일야간리그 마이너 3위, 2013년 우리리그 하반기 평일야간(마이너) 준우승, 2013년 J&T리그 평일야간, 2014년 GBA 일요리그 3부, 2014년 우리리그 평일야간 3위, 2014년 고양 평일야간리그 마이너 2위, 2014년 우리리그 하반기 평일야간(루키) 우승, 2014년 고양시 야구연합회장배 사회인야구대회 8강

 

감독 장진욱 수석코치 윤강묵 작전코치 이의수, 조기만 총무 이연구 재무 장현정 고문 곽양근, 임준석 팀원 박재우, 최인학, 백승배, 이상민, 조재현, 김성용, 이재선, 이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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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갈증을 느끼다

아픈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 고양시에서 한 동물병원을 이끄는 이의수 수의사는 항상 진료실에 앉아 하루를 보내기 때문에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운동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그러던 2010년, 약 100명으로 이루어진 고양시 수의사회에서 단합을 위해 회원들끼리 원하는 소모임을 만들어서 추진하라고 추천했다. 그렇게 12명의 수의사가 만났다. 생활 체육 야구팀의 탄생이었다. 팀 이름은 ‘고양시의 수의사’라는 의미로 고양 베츠라고 지었다. 수의사의 영어명인 ‘veterinarian’에서 약자로 Vet을 따오고, 거기에 복수명사 ‘s’를 붙인 것이다.

 

 

 

 

수의학과 야구

수의학과 야구. 일반인에게 이 두 가지를 비교해보라고 하면 생각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하지만 고양 베츠 선수들은 한 번에 생각해냈다. 그들이 말하는 수의학과 야구의 공통점은, 예측하는 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구는 투수가 공을 던지면 상대 팀 타자가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상대방의 몸을 맞추면서 게임을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거나, 아웃을 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게 야구다.

 

 

한 생명을 치료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수술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예견했는데도, 수술하다가 동물이 죽어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 수술했는데도 동물의 건강이 호전되지 못하여 그대로 안락사 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고양 베츠 선수들이 말하는 수의학과 야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야구는 투/포수, 내야수 4명, 우익수 3명 총 9명의 선수가 같이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하지만 수의사는 그 혼자 동물의 상태를 진단해야 하고, 수술을 혼자서 감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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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로 스스로를 치료하다

동물이 좋아서 수의대에 진학했다. 그렇게 수의사가 되었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벅찰 만큼 수의사로 살아가는 것은 힘들다. 특히, 치료 의지가 없는 동물을 치료하기로 하고 낑낑대는 것을 지켜봐야 할 때가 그렇다. 애완동물의 주인이 동물을 안락사 시키자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낑낑거리는 동물을 잘 달래서 치료를 다 하거나, 안락사 시키자는 주인을 설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만약 이 일에 성공하면, 수의사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찾아온다.

 

(중략)

 

이렇게 다 같이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하면서 고양 베츠는 점점 앞으로 나아갔다. 퇴근이 늦어짐에 따라 그들은 평일 야간 리그를 택했다. 밤늦게 야구를 하다 보니 가끔은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야구는 고양 베츠 회원들 본인들을 치료해주는 친구, 그리고 비타민 같은 존재기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안 다치는 즐거운 야구

고양 베츠의 감독은 1~2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맡는다. 올해 감독을 맡은 장진욱 감독이 내건 슬로건은 ‘안 다치는 즐거운 야구’다. “야구는 절대 스트레스 받는 존재가 아니라 뻔(fun)한 존재가 돼야죠.”라고 장 감독은 강조했다.

 

 

고양 베츠가 자랑하는 또 다른 특징은 선택과 집중이다. 이는 자신이 맡는 포지션에 집중하자는 의미. 자신이 내야를 봐야 하는지, 외야를 봐야 하는지 모르고 아무 수비수나 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팀 수준 향상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고양 베츠는 회원들에게 스스로 자신이 맡고 싶은 포지션을 말해달라고 하고, 다른 회원들이 보기에 맞는 것 같은지 투표로 결정한다. 투표 결과를 1, 2, 3위로 내서 그중 본인이 맡고 싶었던 포지션이 있으면, 그 포지션을 맡게 된다. 그렇게 효율성은 저절로 올라가게 되고, 재미도 따라오게 되고, 열심히 하다 보면 팀 수준도 올라간다.

 

 

또, 재밌는 징크스도 있다. 팀 창단 초창기에는 많이 졌다. 하지만 많이 지다가도 상위권에 있는 팀을 이긴 적도 많다. 리그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팀이 고양 베츠를 만나면 희한하게 졌고, 에이스 투수가 마운드에 등판했는데도 베츠에게 역전패를 내준 적도 있다. “저희가 수의사 팀이라고 소문 아닌 소문이 나서 많이들 약체라고 생각하시지만,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예요.”라고 이의수 작전코치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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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고양 베츠

고양 베츠의 연령대는 4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동생들에게는 마음을 편하게 놓을 수도, 가끔은 반말을 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고양 베츠는 서로를 존중하기로 했다. 고양 베츠라는 한 팀 안에서는 형, 동생 사이가 맞지만, 외부에서 보면 다 같은 동물병원의 원장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존칭을 쓰기로 했다.

 

 

이런 원칙 때문인지 싸움도 많이 나지 않는다. 물론 서로 존중만 하다 보면, 아무래도 형제 같은 끈끈함은 덜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서로에 대한 존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단다. 이렇게 다른 팀원들과 존중하면서 지내다 보니,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이해력도 많이 늘었고 집에 있는 가족들을 존중하는 마음도 생겼다.

 

 

심적으로 이런 변화가 있었다면, 체력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다. 2010년 창단하고 나서, 실력을 점검하기 위해 시장기 대회나 토너먼트는 1년에 한두 번씩 나갔다. 야구에 대한 열정 덕분인지 2013년에는 평일 야간 리그에서 준우승을 거두었고, 2014년에는 평일 야간 리그에서 우승을 거두었다. 창단하고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창단 당시보다 나이는 더 많이 먹었지만, 그 당시보다 경기는 더 많이 소화한다. 그럼에도 전혀 힘들지 않다는 게 윤강묵 수석코치의 말이다.

 

 

생활 체육 야구인으로서 느끼는 자부심 또한 있다. 사실 여가 시간에 운동 말고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주 많다. 팀원들끼리 단합의 의미로 술을 마시러 갈 수도 있고, 맛집 탐방을 할 수도 있으며, 집에서 쉴 수도 있다. 하지만 고양 베츠는 여가 시간에 운동함으로써 체력 증진에 힘쓰고 있다. “저희는 운동함으로써 도덕적으로도 그렇고 신체적으로도 그렇고 바르게 살아가고 있어요.” 이의수 코치가 뿌듯해 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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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목표

이렇게 체계가 잘 짜인 팀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번 시즌은 다치지 않고 재밌게 야구 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라고 한다. 또, 수의사들로 구성한 팀이기 때문에 다른 팀에서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양 베츠의 장기적인 목표는 이런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쉽게 이길 수 없는 팀, 끝까지 노력하는 팀으로 보이고 싶고, 내부적으로는 지더라도 수긍이 가는 게임을 하고 싶다. 이기더라도 절대 자만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격식을 차리고 싶고, 상대 팀을 존경하고, 상대 팀에게 존경받는 야구를 하고 싶다는 것이 목표다.

 

 

 

 

장진욱 감독과 짧은 인터뷰

감독님께 야구는 어떤 존재인가요?

야구는 제게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때로는 투정도 부릴 수 있고, 응석을 부릴 수도 있고, 위안을 주고받을 수도 있잖아요. 야구는 제게 그렇게 소중하고 또 소중한 존재입니다. 친구라는 개념이 굉장히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잖아요, 사랑, 우정, 애증…. 그런 것들? 그런 감정들이 딱 제가 야구에 느끼고 있는 감정 같아요. 생각해보면, 저는 야구에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고, 말 한마디로 쉽게 표현할 수가 없네요.

 

 

팀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저는 생활 체육 야구를 15년 이상 해왔거든요, 제가 팀원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은 야구는 펀(fun)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동물병원 보시면 알겠지만, 끝나는 시간이 여덟 시에서 아홉 시고, 주말에도 거의 못 쉬어요. 어렵게 시간 쪼개서 하는 만큼, 야구를 잘하든 못하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다 같이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야구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자. 다치지 말고. 우리 오래오래 같이 야구하자!

 

 

 

** 인터뷰하기 전에는 수의학과 야구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을 보며 수의학과 야구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강철 체력’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실버 야구단으로 뛸 때까지! 고양 베츠의 소식을 계속 듣고 싶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5년 7월호(51)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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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등급 go18
    • 2015.08.10 19:02
    • 답글

    우리 팀도 한번 취재해 주세요 ㅎㅎ

    • 등급 파죽지세
    • 2015.08.11 14:53
    • 답글

    더그아웃 화이팅 ^^

    • 등급 야구천재
    • 2015.08.13 12:28
    • 답글

    다양한 팀들이 많아요 ㅎㅎㅎ

    • 등급 권감독
    • 2015.08.17 11:45
    • 답글

    우리리그에서 같이 경기 했던 팀인데요^^매너 좋으시고 야구도 잘하시는 팀이었습니다. 언제나 건승하시길 ^^ 화이팅 입니다.!

    • 등급 파죽지세
    • 2015.08.18 11:15
    • 답글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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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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