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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PEOPLE 두산 베어스 유희관 MEMORIES

dugout*** (dugout***)
2016.09.0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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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꼽절도범, 그가 지나간 자리엔 유희(遊戲)가 남는다

 

이번 ‘더그아웃 피플’의 주인공을 소개하기에 앞서 그를 공개 수배한다. 그는 지난 8월 9일 1시 30분경 잠실야구장에서 에디터의 배꼽을 절도한 뒤 도주했다. 특유의 입담으로 에디터의 혼을 쏙 빼놓은 후 쥐도 새도 모르게 낚아챈 것으로 보아 고도의 수법을 가진 상습범으로 추정된다. 에디터가 애타게 찾고 있으니, 그를 본 즉시 <더그아웃 매거진> 측에 신고 바란다. 사례는 섭섭지 않게 하겠다. 바나나우유를 연상케 하는 뒤태와 볼록 튀어나온 배가 특징. 그가 지나간 자리엔 웃음꽃이 피고, 유희(遊戲)가 남는다. 집 나간 웃음도 돌아오게 한다는 ‘프로배꼽절도범’. 이쯤 했으면 누군지 다들 짐작했으리라 생각한다. 바로 두산 베어스 유희관이다. 없어진 에디터의 배꼽은 안중에도 없고 시즌 12승(8월 15일 기준), 4년 연속 10승의 대기록을 달성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하긴 내 배꼽이 뭣이 중헌디! 대기록이 더 중허지. 두산의 명실상부 좌완 에이스를 넘어 KBO리그의 대표 왼손 투수인 그의 소개는 두말하면 입 아플 테니, 그의 배꼽 터는 솜씨를 함께 감상해보자. 단, 배꼽 야무지게 부여잡고 보길 바란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정지영 Location 잠실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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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연속 10승 투수? 히트다 히트!

 

 

유희관 선수 안녕하세요! 저희와 벌써 3번째 만남이에요. 우선 <더그아웃 매거진>의 표지 모델이 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그동안 야구를 얼마나 못했으면 이제야 표지 모델이 됐나 싶습니다. 섭외가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 (웃음) 농담이고요. 원체 유명한 야구잡지인 <더그아웃 매거진>의 표지를 장식하게 돼 영광입니다. (웃음)

 

 

올 시즌 10승!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4년 연속 10승은 두산 왼손 투수 역사상 최초예요. 굉장히 영광스러울 것 같은데 어떤가요?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기록을 세운 것 같아 영광이죠. 두산 선수로서 자부심도 느끼고요. 10승 한 날이 마침 ‘유희관 데이’라서 경기 시작 전 전광판에 데뷔 첫 승 인터뷰가 나왔거든요. 그 영상을 보면서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그동안 응원해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쁜 마음 한편에 초심을 찾게 된 것 같아요. 저에게 그날 승리는 1승 이상의 의미죠.

 

 

그런데 10승을 앞두고 잠시 슬럼프를 겪었어요. 9승 이후 3연패를 했고, 경기 내용도 만족스럽지 않았죠. 원인이 무엇이었나요?

몇 경기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인 뒤 자신감을 잃었던 것 같아요. 느리지만 자신 있게 던지는 게 제 스타일인데, 자신감을 잃어서 그런지 제 투구가 안 되더라고요. (아홉수로 이슈가 되기도 했었죠.) 네. 당시 주변에서도 아홉수 얘기를 많이 했어요. (웃음) 그때 제가 9승째였고, 등 번호도 29번이고, 통산 49승에 팀도 59승이었죠. (와, 정말 제대로 아홉수였네요?) 네. 그래도 운 좋게 야수들이 경기 초반 점수를 잘 뽑아주고 수비에서도 도움을 많이 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어요. 덕분에 10승 할 수 있었죠.

 

 

두산 야수들 수비 굉장히 좋죠! 뒤가 든든할 것 같은데, 특히 유희관 선수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주는 선수를 한 명 꼽는다면?

수비는 정말 한 선수도 빠짐없이 도와주는 것 같아요. 저희 팀이라서가 아니라, KBO리그 10개 구단 통틀어 저희 팀 수비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엄지척) 전 수비 덕을 많이 보는 투수라고 생각해요. 공격에서는 특히 도움을 많이 주는 ‘희관 도우미’가 있어요. (웃음) (김)재환이랑 (박)건우요. 후배인데도 불구하고 안타치고 들어와서 절 째려보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전 아무 말 못 합니다. 워낙 많이 도와줘서…. 제가 형 대접해주죠. (웃음)

 

 

김재환 선수가 유희관 선수 등판 날 홈런을 많이 쳤는데 고기를 한 번도 안 사줘서 삐쳤다는 후문이 있던데….

재환이가 고기 사달라고 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아직 못 사줬어요. 조만간 꼭 사주도록 하겠습니다. 이쯤 되니까 제 지인들이 김재환 데리고 나오라고 자기가 고기 사주겠다고 할 정도예요. (웃음)

 

 

유희관 선수가 최근 4년간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쌓은 왼손 투수예요. 성적도 성적이지만 많은 ‘승’을 기록한 비결이 있을까요?

혼자서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동료들의 도움이 컸죠. 제가 아무리 잘해서 상대 팀에게 점수를 안 줘도 타자들이 점수를 안 뽑아주면 승리투수가 될 수 없잖아요. 야구는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잘한다고 승리투수가 되는 게 아니고, 7~8점을 내주고도 승리투수가 되기도 하죠.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고 공격과 수비의 도움이 있어야 하니까…. 동료들 덕에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항상 고맙게 생각하죠.

 

 

끈끈한 동료애가 보기 좋아요. 지금 모든 선수가 부상당한 정재훈 선수의 등번호를 모자에 적고 나온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재훈이 형은 저희 투수들의 정신적 지주였어요. 형의 부상은 저희가 더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죠. 형 오기 전까지 모든 선수가 힘을 모아서 버티고 있으려고요. 꼭! 돌아올 거예요.

 

 

부상당한 선수도 있고, 후반기라 다들 지쳤을 것 같아요.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끼리 더 끈끈하게 뭉치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맞아요. 선수단 분위기 너무 좋죠. (웃음) 저희가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성적이 떨어져서 걱정하시는 분이 많을 것 같아요. 날씨도 덥고,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이럴 때일수록 으쌰으쌰 해야 다시 연승할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올 시즌 양의지 선수의 부상으로 박세혁 선수와도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어요. 박세혁 선수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세혁이랑은 좋은 기억이 많아요. 데뷔 첫 선발 경기 포수가 세혁이였는데, 그 경기에서 데뷔 첫 선발승을 기록했죠. 또, 올 시즌 첫 승, 4년 연속 10승 경기에서도 세혁이가 제 공을 받아줬어요. 의지와도 호흡이 잘 맞고 이름 그대로 많이 의지하는데, 그에 못지않게 세혁이와의 호흡도 좋아요. 비록 동생이고 후배지만 저를 잘 리드해주죠.

 

 

직접 겪어 본 김태형 감독님은 어떤 분인지 궁금해요.

우선 카리스마가 대단하세요. 선수들을 장악하는 능력이나 리더십이 정말 뛰어나신 것 같아요. 반면 유머러스하신 면도 있고, 장난도 많이 치시죠. 정말 좋은 분이세요. 늘 잘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웃음) 좋은 감독님 만나서 이만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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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시즌, 더할 나위 없었다

 

 

2015시즌 30경기 18승 5패, 평균 자책점 3.94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에이스임을 입증한 유희관. 20승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시즌 중엔 정말 욕심 없었어요.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까 솔직히 좀 아쉽더라고요. 그런 기회가 흔한 게 아니잖아요. 좀 더 욕심을 부렸더라면 어땠을까 싶더라고요. 근데 뭐 이미 지나온 일 후회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음에 그런 기회가 온다면 조금 더 욕심내서 최선을 다해 도전할 겁니다.” 시즌 18승의 커리어 하이, 그리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유희관의 2015시즌은 더할 나위 없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후 상의 탈의가 인상적이었어요.

자신 있게 벗을 몸 상태는 아니지만…. (웃음) 그런 날 아니면 또 언제 그런 게 용납되겠어요. 우승 공약이다 보니까 (김)현수(현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무조건 벗길 거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너무 다 보여드리면 좀 그러니까 미리 중요 부위는 가려뒀어요. 반창고 CF라도 들어올 줄 알았는데…. (웃음)

 

 

이후 “안 본 눈 삽니다.”, “안구 테러” 등 재미있는 반응이 많았어요. 댓글들은 다 보셨나요?

네. 다 봤어요. (웃음) 살 빼고 몸 만들어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릴까 생각도 해봤어요. (아, Before & After로요?) 네. 헬스 보이 콘셉트로 해서…. (웃음) 근데 먹는 걸 원체 좋아해서 안 될 것 같아요.

 

 

(중략)

 

 

기분 좋게 올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올 시즌에 특별히 변화를 준 부분이 있나요?

음….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매년 똑같이 하려는 편이에요. 변화를 주다가 오히려 더 안 좋아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가지고 있는 걸 더 단단하게 만들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포크볼을 안 던지시는 건가요? 2015시즌에 포크볼을 던지겠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제로는 안 던지시더라고요. 올 시즌 전에는 포크볼을 던지지 않겠다고 선언하셨고요.

맞아요. 포크볼은 제가 그동안 좌타자에게 약해서 임시방편으로 생각해본 것인데, 안 던지는 게 더 나을 것 같더라고요. 그보다는 제가 가진 구질을 더 활용하자고 생각했죠. 또, 제가 포크볼을 던진다고 하면 타자가 타석에서 생각할 게 더 많아지는 거잖아요. 언제 던질까 의식하게 되고요. 수싸움 측면에서 일부러 그렇게 얘기한 것도 있어요. (웃음)

 

 

잠실 황태자, 또 한 번의 정상을 꿈꾸다

 

 

현재 KBO리그 투수 다승 순위엔 4명의 두산 선발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1위 니퍼트(15승)에 이어 유희관, 장원준, 보우덴(이하 12승)이 공동 2위에 자리했다. 선발 왕국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기록이다. “다른 선발들이 잘하니까 저도 더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같은 팀이지만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는 것 같아요. 니퍼트는 보우덴이랑 경쟁하고 저도 원준이 형이 던지는 거 보면서 자극을 받죠. 그렇게 서로 의식하고 경쟁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나머지 선발 투수들이 잘하는데 저 혼자 못하면 중간에서 흐름을 끊는 것 같기도 하고 나만 뒤처지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 더 잘하려고 하죠.”

 

 

특히 유희관 선수는 잠실에서 성적이 좋아서 ‘잠황(잠실 황태자)’이라는 별명이 있어요.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가장 큰 비결은 편안함인 것 같아요.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그만큼 많은 경기를 치러본 곳이니까 아무래도 잠실 마운드가 편하죠. 어디 좋은 데를 놀러 가도 잠은 집에서 자야 잠도 잘 오고 편하잖아요. (웃음) 또, 저희 팀 수비가 워낙 좋고, 잠실야구장이 다른 구장에 비해 크다 보니까 다른 구장에서 넘어갈 공도 잡히는 경우가 많고요.

 

 

한화를 상대로도 유독 강한 모습이에요. 2013년 5월 19일, 한화전에서 구원승을 따내며 데뷔 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죠. 그 덕분에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고요.

특별히 신경 쓰는 건 아닌데, 지금까지 한화를 상대로 성적이 좋으니까 경기 전부터 자신감이 생기는 건 있어요. 자신 있게 임하다 보니까 좋은 성적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한화전을 의식하지는 않죠. 그리고 요즘엔 모든 팀이 평준화되어있고 다 잘해서 딱히 특정 팀에 강한 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가 있나요?

롯데 자이언츠 정훈 선수요. 저한테 5할인가 6할을 치더라고요. 예전에 전지훈련 가기 전 공항에서 만나서 왜 이렇게 제 공을 잘 치냐고 물어봤어요. 나 때문에 밥 먹고 있는 거라고 연봉 내가 올려주고 있다고…. (웃음) 그랬더니 제 공이 수박 만하게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야구공이 수박 만하게 보이면 당연히 잘 칠 수밖에 없겠죠. 엊그저께도 부산 가서 안타 맞고 왔습니다. (관무룩)

 

 

두산이 올 시즌 화요일 전승이에요. 일명 ‘화요 베어스’라고 하죠! 선수들이 화요일을 의식하는지 궁금해요.

특별히 의식하진 않아요. 화요일에 승률이 높다 보니까 기분 좋게 경기에 들어가고, 그게 승리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화요일에 제가 선발이면 부담스러운 건 있죠. 혹시 제가 못해서 연승 깰까 봐요. 제가 얼마 전에 10승을 기록한 경기도 화요일이었거든요. 아홉수로 약간 부진했을 때라 연승을 깨면 어쩌나 살짝 걱정했어요. (웃음)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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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아닌 방향

 

 

유희관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선수다. ‘도대체 저 공을 왜 못 칠까?’싶은 느린 공으로 상대 타자를 힘없이 돌려세우며 그동안은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야구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에 더해 개그맨 저리 가라 할 재치 만점 입담으로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한다. 그런 그는 야구팬들의 머릿속에 언제나 밝고 친근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그렇기에 팬들은 스스럼없이 그의 외모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기도 하고, 악의적인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 혹시 상처를 받은 적은 없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원래 상처받는 스타일 아니에요.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고…. (웃음) 전 아예 관심이 없는 게 더 무서워요. 다 저에 대한 관심이니까 감사하게 생각하죠. 절 싫어하시던 분들도 제가 꾸준히 좋은 모습 보여준다면 언젠간 제 팬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와, 제가 올해 만난 사람 중 가장 긍정적인 것 같아요. (엄지척) 스트레스도 잘 안 받으시겠어요!

맞아요. 애초에 스트레스를 잘 안 받아요.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항상 밝게 있으려고 하죠. 제가 기분이 좋아야 경기 결과도 좋게 나오는 거니까요. 평소에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푹 빠져서 웃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어떤 프로그램 즐겨보세요?) 무한도전 좋아해요. 무한~도전! (웃음)

 

 

조금이라도 어두운 얘기를 할 틈을 안 주시네요! 사실 이런 인터뷰에서는 힘들었던 얘기 하면서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도 묘미인데 말이죠. (웃음) 아쉬운 대로 올 시즌 아홉수에 빠졌던 이야기를 잠깐 해볼게요. (웃음) 당시 마음가짐을 위해 머리를 짧게 잘랐다고 들었어요. 이외에도 마음을 다잡기 위해 특별히 하는 행동이 있나요?

머리를 자른 건 마음가짐을 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 여름철이라 더워서 자른 것도 있어요. (웃음) 평소 저는 안 좋았던 경기는 최대한 빨리 잊어버리려고 해요. 계속 생각하면 다음 경기에 영향이 가서 더 안 좋아질 뿐이니까요. 특별히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안 좋은 기억은 잊고 좋았던 것만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것 같아요.

 

 

(중략)

 

 

오늘 수많은 어록이 탄생하네요.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아요. (웃음) 그런 유희관 선수가 삶의 지침으로 삼는 말은 무엇일지 궁금해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에요. (느리지만 정확한 공을 던지는 유희관 선수에게 딱 맞는 문구인 것 같아요.) 맞아요. 제 야구 스타일과 잘 어울리죠? (웃음) 오른쪽 등에 영어로 새기기도 했어요. ㄹ..라이프 이즈 나..앗 ㅅ..피드.. (웃음) 재작년에 애리조나에서 했는데 아파서 죽을 뻔했답니다. (글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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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없지만, 같이 차(茶) 마시고 싶은 남자

 

 

지난 <더그아웃 매거진> 39호 인터뷰에서 인상된 연봉으로 부모님 집 이사를 해드렸다던 효자 유희관. 당시 연봉이 더욱 오른다면 개인적인 일에 쓰고 싶다던 포부를 밝혔던 바 있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대비 100% 인상된 4억 원에 연봉 협상을 마쳤다. 어떤 ‘개인적인 일’에 사용했는지 궁금했다.

 

 

“음…. 딱히 개인적인 일에 쓴 기억이 없네요. (웃음) 월급을 다 부모님께 드리고 용돈을 타 쓰기 때문에…. 그래도 달라는 대로 주세요. (웃음) 생각보다 돈 쓸 일이 많이 없어요. 온종일 야구장에 있고, 야구장에서 밥도 다 주니까요. 아! 유일하게 개인적인 일에 쓰는 게 있어요. (뭔가요?) 택시비요. 한 달 지출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죠. (웃음) 아직 차가 없어서….”

 

 

면허가 없다고 들었어요. 출퇴근을 택시로 하나요?

네. 본의 아니게 허세를 부리고 있습니다. (웃음) (택시비가 장난 아닐 것 같아요.) 네. 요즘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조만간 면허 따야겠어요.

 

 

당시 대출금을 갚고 있다고 하셨는데 이젠 다 갚으셨겠죠?

네. 부모님께서 다 갚으셨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 빚 없는 남잡니다. (웃음) 요즘엔 빚 없으면 부자라면서요? (웃음)

 

 

이제 점차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고 있는데, 결혼 생각은 없으신가요?

요즘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좋은 여성분을 만나면 당장에라도 하고 싶죠. 그런데 지금은 만나는 사람이 없어요. (관무룩)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까 진지하게 만나려고 해요. 어렸을 때처럼 막 그렇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또, 제가 원체 아기를 좋아하거든요. 결혼하게 되면 저 닮은 아기 말고…. (웃음)

 

 

이상형이 궁금해요.

우선 대화가 잘 통했으면 좋겠고, 활발하고 시원시원한 스타일의 여성이요. 씨스타의 효린 씨 같은 분이면 좋을 것 같아요. (외모는요?) 외모는 안 봐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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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다고 놀리지 말아요(feat. 희관시대)

 

초등학교 시절, 친구가 가져다준 야구부 모집 전단이 그의 야구 인생의 서막이었다. 평범한 삶을 살길 원했던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야구에 푹 빠진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인 투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느린 구속이 절대적 약점으로 꼽혔다. 이 때문일까? ‘pick me, pick me, pick me up!’ 간절한 그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결국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채 중앙대에 진학했다.

 

 

“대학교에서도 제 공에 대한 편견이 많았어요. 공이 느려서 프로에선 안 통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학 시절 전국대학야구선수권 MVP를 차지하고, 야구월드컵 대표로 활약하며 세상의 편견과 당당히 맞섰다. ‘I want you pick me up!’ 이번엔 그의 애절한 외침이 전달된 걸까. 그는 2009년 2차 6라운드 전체 42순위로 두산의 유니폼을 입었다. 대학 시절 화려한 이력에 비해선 조금 낮은 순위. 그의 느린 구속에 대한 물음표가 미처 지워지지 못한 것일까.

 

 

“뽑아주신 건 정말 감사하지만 사실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지명 결과였어요. 현실이 정말 만만치 않음을 느꼈죠.”

 

 

프로에 입단한 이후, 바로 활약하지는 못했어요. 방출 소문도 들렸고요.

네. 돌이켜보면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닌데 제가 기회를 못 살렸어요. 그래도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2011년 상무에 입대한 후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비결이 뭔가요?

상무가 제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어요. 우선 선발로 경기에 나설 기회가 많았죠. 상무에선 퓨쳐스 팀이랑 경기하잖아요. 선발로 나서서 잘 던지니까 내 공이 프로에서도 통하는구나 하고 자신감을 많이 얻었죠.

 

 

그동안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요?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야구를 시작한 후 안 좋았던 기억도 있고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때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무렵부터 대학교, 상무, 그리고 프로 생활까지. 하나하나 다 소중한 추억들이죠.

 

 

대학 시절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당시 사진을 보니까 정말 훈훈하셨더라고요.

네? 훈훈이요? (웃음) 훈훈이라기 보다…. 그냥 지금보다 말랐죠. (겸손) (원래 마른 체형이었는데 통통(?)한 체형으로 바뀐 건가요?) 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웃음) 어느 순간부터 먹는 걸 좋아하게 됐고….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물론 술은 비시즌 때 얘기죠. (웃음)

 

 

그래도 실물이 훨씬 나으시네요! 생각보다 잘생기셔서 깜짝 놀랐어요. (웃음)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뿌듯) TV에서는 실물보다 더 뚱뚱하고 못생겨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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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心臟)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느린 공도 통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그는 ‘구속이 느려 한계가 있을 것이다’라는 의구심 앞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이야기가 있어서 오기가 생기고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편견은 예전부터 존재했어요. 그런 말들에 연연하지 않고 매년 마운드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다 보니까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앞으로도 매년 좋은 성적 유지 하다 보면 언젠가는 편견이 모두 사라지고 모든 분이 저를 좋아해 줄 수 있는 그 날이 오지 않을까요.”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이 생각나네요. (웃음) 대표 팀에 합류한 ‘그날’을 꿈꿔본 적은 없나요? 국가대표 욕심은 없는지 궁금해요.

당장 국가대표 욕심은 없어요. 제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요. 국가대표는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니까 뽑아주신다면 가문의 영광이죠. 하지만 지금은 팀에 신경 써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저희가 현재 순위 싸움 중이고, 작년에 이어서 2연패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팀에 기여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크죠.

 

 

이쯤에서 여쭤볼게요. 유희관에게 두산 베어스란?

‘심장’이죠.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항상 가슴이 뛰고, 마운드에서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면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제가 말하고도 너무 멋있는 것 같은데요? (웃음)

 

 

크, 정말 멋지십니다. 이렇게 멋진 유희관 선수의 롤모델이 궁금해지는데요?

여렸을 때부터 이상훈 코치님(현 LG 트윈스 투수코치)을 좋아했어요.

 

 

빠른 공으로 유명한 ‘야생마’ 이상훈 코치님이요? 유희관 선수랑은 조금 다른 스타일이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마운드에 올라가실 때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뛰어가시는 모습이 어린 마음에 참 멋있어 보였던 것 같아요. 마운드 위에서 카리스마도 대단하셨고요. 또, 원체 야구를 잘하셨기 때문에 코치님 경기를 자주 봤죠.

 

 

이젠 누군가의 롤모델이에요. 최근 같은 팀 후배인 함덕주, 남경호 선수가 유희관 선수를 롤모델로 꼽았어요.

너무 고맙고 영광이죠. 공이 느린 고등학생 선수 중 저를 롤모델로 거론하기도 하고, 제2의 유희관이라는 수식어도 생겼더라고요. 공이 빠른 선수만 주목받는 게 아니라 느려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것 같아 자부심을 느껴요. 또 한편으로는 책임감을 느끼고 더욱더 솔선수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제가 느린 구속이라는 제 단점을 극복한 것처럼, 어린 선수들이 저를 보면서 단점이 있어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유희관 선수의 센스를 한 번 테스트해볼까요? 이름으로 삼행시 부탁드려요!

명한 아이죠

관이라고 합니다

심 있으신 분 연락주세요^^

 

 

(웃음) 와, 역대급 삼행시예요. 역시 유희관 선수! (엄지척)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팬 분들께 할 말이 너무 많아서 한마디로는 안 될 것 같은데요? (웃음)

 

 

To. 두산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두산 베어스 10번 타자 여러분! 희관입니다^^ 이렇게 <더그아웃 매거진>을 통해 팬 여러분께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어서 좋네요. 인터뷰는 재밌게 보셨나요? 사진도 멋지게 잘 나왔죠?

2009년에 입단해서 지금까지 두산이라는 좋은 팀에서 야구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어요. 팬 분들의 사랑도 과분할 정도로 많이 받았고요. 앞으로도 쭉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어요. 두산 베어스의 왼손 투수! 하면 제 이름 석 자가 가장 먼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목표거든요. 역대 훌륭하신 선배님이 많지만, 두산의 왼손 투수 중에서 유희관이 최고였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항상 멋진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이제 그만 운동하러 들어가 봐야겠어요. 팬 여러분! 앞으로도 야구장 많이 찾아와주셔서 응원해주시면 거기에 힘입어서 더욱더 열심히 하는 두산 베어스, 그리고 유희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8월 9일 잠실야구장에서 유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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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6년 9월호(65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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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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