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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dugout***)
2015.08.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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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해커 (1).jpg

 

KBO리그와 마주한 지 3년째. 사실 적응은 진작 끝났다. 다만 승리의 여신이 그를 지독하게 외면했을 뿐. 올해는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우선 이름이 바뀌었다. 선수들 사이에선 언젠가부터 개명 열풍이 불고 있고, 숱한 성공 사례들을 볼 수 있다. 해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름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지만, 등록명을 에릭에서 해커로 바꿨다. NC 다이노스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해커. 또 하나 달라진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턱수염. 작년까지는 볼 수 없었던 턱수염을 한껏 멋지게 길러냈다. 해커의 애칭은 ‘핵’이다. 지금부터 NC ‘핵’심 투수 해커를 H-A-C-K-E-R, 한 글자 한 글자 본격 해킹(?)해보자.

 

 

Photographer Ik jo Choi Editor Jang wan jae Location Masan baseball sta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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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행복한

그는 올해 행복하다. 한국 생활 2년간 지독하게 따르지 않던 승운이 올해는 해커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중반이 막 지난 시점, 해커는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년간 성적도 사실 나쁘지 않았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던진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이러했다. “선발 투수가 이기고 지는 것은 본인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3년째 뛰고 있는 만큼 이제 한국이 편안하다. 평소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기 때문에 건강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고, 남은 경기에서도 팀에 최대한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과연 에이스 투수라 할만 했다.

 

 

대개 승운이 없는 투수들은 그 악운이 몇 년씩 이어지곤 했다. 어떠한 ‘계기’에 의해 악운이 행운이 되곤 하는데, 해커의 경우는 어땠을까? 위에 언급했듯 등록명을 바꿨고, 수염을 길렀다. 저 두 가지로 인해 승운이 따라왔을 리는 없지만, 스스로 변화를 주면서 심리적 요인이 달라진 점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해커 본인도 말하기를 “에릭에서 해커로 이름을 바꾼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해커로 불리고 싶었다. 미국에서 야구선수 생활을 할 때, 나는 에릭이 아닌 해커로 불렸다. 줄여서 ‘핵’이라 불리기도 했다. (웃음) 야구를 할 때는 항상 해커로 불려 왔기 때문에 그것이 편안하다.”

 

 

턱수염도 마찬가지다. 올해부터 기르게 된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기르게 됐다고 한다. 풍성해진 턱수염만큼이나 풍성해진 그의 승리. 단순히 승리만 늘어났다고 하면 말 그대로 ‘운’이 좋아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커는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도 유지 중이다. 평균자책점 역시도 KIA 타이거즈 양현종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하 7월 12일 기준)

 

 

한국 문화를 새롭게 배우는 점에서도 해커는 행복하다고 했다.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배우면서 느끼는 것들이 좋다. 특히 미국에서 야구를 할 때부터 언젠가는 아시아권, 특히 한국에서 꼭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만큼 오랫동안 다이노스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에릭해커 (6).jpg

 

Active-활동적인

해커는 현재 가족들이 모두 한국에 들어와 있다. 인터뷰 내내 가족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가족과의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해커였다. “야구선수다 보니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자유 시간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짬짬이 시간을 내서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는 편이다. 한국에는 아름다운 곳이 많다. 부산 해운대나 광안리도 자주 놀러 간다. 가장 인상 깊게 다녀온 곳은 작년에 다녀온 거제도였다. (웃음)”

 

 

한국사람 다됐다. 여행 계획도 다른 선수들에게 묻기보다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직접 해결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 여행지를 검색하고 있을 해커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보다는 가족밖에 모르는 ‘가족 바보’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족들과의 시간 외에도 해커가 즐기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당구다. 해커의 유년시절, 집에는 떡하니 당구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취미가 됐을 터이다. 그렇다고 당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아니다. 해커 말에 의하면 “가끔 치는 정도”라고 한다. 다 이유가 있었다. 해커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2013년 태어난 그의 딸 ‘칼리’를 돌보는 일이다.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은 아이가 태어날 무렵 휴가를 얻어 잠시 팀을 떠나곤 한다. 해커는 달랐다. 그의 부인 크리스틴이 한국에서 아이를 낳았다. 이렇게 칼리 해커는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선수의 첫 번째 아이가 되었다. ‘딸 바보’인 해커는 요즘 칼리를 돌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중략)

 

평소 활동적인 성격 덕에 선수들에게도 서슴없이 다가가곤 한다. 특히 안방마님 김태군과는 ‘지음(知音, 거문고 소리를 듣고 안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친구)’의 관계다. “김태군은 최고의 포수라고 생각한다. 그와 함께 배터리를 이룰 수 있는 것이 너무 행운이고, 3년간 플레이를 같이 하면서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됐다. 서로 의지를 많이 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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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ident-자신감 있는

NC는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 상위권을 유지하는 수준이 아니다. 언제든지 1위 자리를 넘볼 수 있는 강팀이 됐다. 해커는 NC의 상승세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에서 시작된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은 준비 첫날부터 감독님의 열정과 지도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또 코치님들이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 으로 선수들을 잘 다독여줬다. 또 우리 팀에는 주장 이종욱 뿐 아니라 이호준이라는 좋은 리더가 있다. 이런 리더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테임즈와 나, 그리고 얼마 전 팀에 합류한 스튜어트 역시도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이런 점들이 팀플레이에 잘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

 

 

자신감 넘치는 에너지가 바로 NC 상승세의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해커도 이 분위기에 편승해 자신의 공에 좀 더 자신감을 담아 던지고 있다. 또한 자신감의 원천으로 KBO 리그의 특성을 꼽았다. “미국에 있을 때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르내리곤 했다. 한국에도 퓨처스리그가 있긴 하지만, 미국에서 만큼의 압박감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자신의 야구를 집중해서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 무엇보다도 감독님이 믿음을 주시기 때문에 컨디션 유지를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웃음)”

 

하지만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해커에게도 까다로운 타자들이 있었으니, 과연 어떤 타자들일까? “KBO 리그에는 좋은 타자들이 넘쳐난다. 그만큼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세 명을 꼽자면, 가장 먼저 한화 김태균이다. 공을 보는 눈이 좋고, 타격 역시도 리그 최고 수준인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다. 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을 만큼 파워가 좋고, 일단 타석에 들어서면 위압감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SK 와이번스 최정이 인상 깊었다. 최정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탁월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 때문에 정말 까다로운 선수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언급한 세 명의 타자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이 아닌가. 이 밖에도 좋은 타자들이 정말 많다. 특히 우리 팀에 있는 테임즈나 이호준, 나성범, 이종욱 등도 정말 좋은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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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d-친절한

막 찍어도 화보가 되는 훈훈한 외모와 실력까지 다 갖춘 야구선수 해커. 친절하기까지 하다. 화보 촬영에 있어서도 시종일관 웃는 모습이었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적극적인 답변과 온화한 그 미소를 에디터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같은 팀 동료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 선수와 같은 팀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선수를 한 명만 꼽아달라는 질문에 해커는 “우리 팀에는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다. 한 명만 선택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웃음) 하지만 한 명을 꼭 뽑아야 한다면 이호준 선수를 택하고 싶다. 일단 이호준은 NC의 정신적 지주다. 단순히 타격을 잘하는 의미 이상이다. 베테랑으로서 선수들을 잘 챙겨준다. 선발 등판 하는 날에 이호준이 라인업에서 빠져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고, 큰 구멍이 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해커의 선택은 이호준이었다. 하지만 해커의 답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도 한 명만을 뽑는 것은 무리다. 가장 먼저 이호준을 선택하긴 했지만, 김태군도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먼저 투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고, TV 중계를 봤으면 알겠지만 쾌활한 선수다. 테임즈와의 홈런 세레머니도 화제가 됐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테임즈도 좋은 타자다. 테임즈에게는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것 같다. 지난 시즌 FA 자격으로 팀에 합류한 이종욱과 손시헌의 좋은 수비도 빼놓을 수 없다. 역시 한 명만 뽑는 것은 무리다. (웃음) 이렇게 좋은 선수들과 한 팀에 뛸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정말 행운이다. 어떤 선수와 같은 팀이라서 다행이라기보다는 내가 이 선수들과 한 팀이어서 다행인 것 같다. (웃음)”

 

 

친절하게도 선수 한 명 한 명의 장점 설명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쯤 되니 단순한 외국인 선수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해커는 팀에 완전히 녹아든 그리고 한국 야구에 푹 빠진 ‘야구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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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ellent-훌륭한

해커에게 있어 ‘훌륭하다’는 표현은 어디에다 붙여도 무방하다. 성적도 훌륭하고, 성격도 훌륭하고, 팀을 사랑하는 마음 역시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성적이다. 해커는 현재 17경기에 모두 선발 투수로 등판해 10승 3패, 평균자책점 3.13, 탈삼진 94개, 109와 1/3이닝을 소화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고, 다승 3위, 탈삼진 부문 6위에 랭크되어 있다. 소화한 이닝 역시 리그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고, 심지어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과 퀄리티스타트는 선발투수 중 리그 1위를 내달리고 있다.

 

(중략)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승환 하면 직구, 류현진 하면 서클 체인지업처럼 에이스 투수들에게는 그들을 대표하는 필살구가 하나씩 있다. 해커 하면 딱! 하고 떠오르는 구종은 없지만, 그보다 더욱 무시무시한 투구폼이 떠오른다. 현재도 많은 타자가 고전하고 있는 해커의 투구폼. 초반에는 이중 동작이 아니냐는 지적을 많이 받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 탓에 한동안 해커는 리듬을 잃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완벽하게 극복해낸 모습이다.

 

에릭해커 (10).jpg

 

Requisite-필요한

의문부호는 떨쳐버린 지 오래다. 이제는 NC에 없어서는 안 될 명실상부 1선발이다. 지난 시즌 준플레이오프 탈락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NC는 더 큰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해커 역시도 팀의 뜻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남은 시즌에서도 일단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더 나아가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팀이라고 못할 것 없다. 내가 건강한 모습으로 항상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다면 분명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올 시즌 플레이오프는 작년보다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 순위표만 봐도 모든 팀이 언제 치고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승차가 적다. 5강 후보를 한 번 뽑아보자면, 일단 삼성이 들어간다는 데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두산 베어스도 강팀이다. 또, 넥센 그리고 한화도 야구팬들을 놀라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 한 팀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당연히 우리 팀 NC 다이노스다.”

 

 

NC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꼭 ‘필요한’ 1선발 해커. 팬들에게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우리 다이노스 팬들 항상 열심히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해에는 준플레이오프에 그쳤지만, 올해는 플레이오프를 넘어서 한국시리즈까지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야구장에 응원하러 많이 나와 주시고, 언제나처럼 선수들에게 사랑과 격려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팬들의 응원에 용기를 얻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해커를 전격 해킹(?)해봤다. 에디터가 만나본 해커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랑’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도 엿볼 수 있고 야구에 대한 사랑, 특히 한국 야구에 대한 사랑을 흠씬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변화를 주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해커의 2015 시즌. ‘Thank you’가 아닌 ‘감사합니다’로 마지막 인사를 건넨 해커. 아아! 해커는 사랑입니다.

 

52호 표지.jpg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5년 8월호(52)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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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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